도심의 아파트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산이 있고 냇물이 흐르는 곳에 소박한 한옥을 짓고 책이나 실컷 읽으며 살고 싶은 바램은 나이들어 갖게 되는 향수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머지않은 그곳에 우연히 발 길이 머문적이 있었다. 지족동, 노은동ㆍㆍㆍ지명이 갖는 의미 또한 호감을 갖게한다. 텃밭의 상치ㆍ쑥갓과 땅 속에서 솟아나오는 물맛은 가히 천하일품이다. 그곳에 사시는 분과 밤이 깊도록 술잔을 나누고ㆍㆍㆍ여유있는 삶에 대해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본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라고 한 어느 노래가사처럼 분명 빈 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 인생 길이다.
  과연 어느 누가 불로장생할 수 있으며 그 누가 쌓아 놓은 부귀영화를 한몸에 지니고 저 세상으로 갈 수 있겠는가? 나그네가 여행길에서 때아닌 폭풍우를 만나면 일정을 잠시 접어두어야 하듯 우리 인생 길에도 예기치 못한 돌발사고는 삶을 멈추게 까지도 한다. 다행히 마음에라도 맞는 동행자를 만나면 그 여행이 훨씬 즐겁고 유쾌하겠지만 동문서답하는 동행자나 불쾌한 동행자를 만나게 되면 아름다운 인생길이 고달프고 피곤한 고통의 길이 되고 만다.
  나그네는 큰 짐이 필요없다. 짊어진 짐이 크고 무거우면 부담이 된다.
  나그네는 한 곳에 연연하면서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저 보고 즐기고 다음 길을 재촉한다. 또 나그네는 먹고 입고 자는 것 그 이상은 불편하기 때문에 서슴없이 나누어 준다. 즉 주며 베푸는 여유는 삶을 살고 있다. 춥지않으리만큼 입고 배고프지 않을 만큼 먹고 발 벗고 쉴만한 공간을 지닌 것 만으로 만족한다. 나그네는 내일의 여행을 위해 오늘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내일 큰 집에서 잘 살고 싶은 꿈때문에 오늘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은 안타깝다.
  큰 명예와 많은 재물은 나그네 삶을 살아 가는데 삶을 살아 가는데 거추장스럽다.
  자연의 인간모습으로 살고 있는 곳에는 언제나 따스한 인정이 오가며 사랑이 넘친다.
  싱그러운 풀냄새, 구수한 흙냄새,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까지ㆍㆍㆍ자연은 진실의 대상이요, 생명의 근원이요, 창조력의 원천임을 실감한다.
  길 가는 나그네는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을 진심으로 반긴다. 아름답고 기묘하게 생긴 무감(無感)의 자연에서도 감동을 느끼지만, 같은 감정을 가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감(有感)의 인간 출현은 더욱 놀라운 기쁨을 안겨 준다.
  강물이 말고 신록이 우거지고 암석이 기묘하다고 해서 어찌 사람의 아름다움에 비하랴!
  이 기쁨을 가정에서 이웃에서 우리충대의 백마동산에서 항상 느낄 수 있다. 인간의 가치를 높이 느끼고 사람과의 만남을 반기는 나그네다운 모습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나그네의 삶을 사는 참 모습은 정말 멋있다. 그는 누리는 쪽이 아니고 누리게 하는 쪽이다. 항상 받는 쪽이 아니고 주는 쪽이다. 적게 주는 쪽이 아니라 더 많이 주는 쪽이며, 흔한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값진 것을 주는 쪽이다. 우리 대학인이 누구에게 무엇을 달라하고 요구하겠는가?
  오로지 추구하면서 주며 베풀일만 남아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허문기(일문ㆍ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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