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e 운영자
  한경수(고고학과·4)

 

  그 동안 숨 가쁘던 생활은 잠시 내려놓고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방학. 그러나 ‘잠시 쉬어야지’ 마음을 먹은 학우들에게도 방학 동안 머리 빠지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딱 하나 있다. 바로 다음 학기 수강신청이다. 생각할 것은 많은데 우리학교 통합정보시스템에서는 각 강의 시간을 알려주고 강의실 안내를 해 줄 뿐 가장 중요한 시간표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는다. 한경수 군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그렇게 시간표 제작 사이트 univee가 탄생했다.

  “재능기부라고요?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고고학과인 그에게 univee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정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배운 적도 없고 주위에 달리 물어볼 사람도 없었던 까닭에 그는 모든 것을 혼자 책을 보면서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지금의 univee 프로그램을 만들 때까지 여러 번의 실패를 맛봐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그는 그것을 아무런 대가없이 친구들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프로그램을 혼자서만 사용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사이트에 공유하면 다른 친구들도 편하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곧바로 실천에 옮겨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이트에 올렸다. 일종의 재능기부를 한 셈이다. 그 점을 언급하자 그는 “내가 그렇게 거창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며 쑥스러워 했다.

  “univee 운영이 제 개인 시간을 많이 빼앗는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혹시 univee 사이트에서 과목정보를 입력하면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쏜다는 이벤트 글을 본 학우가 있는가. 그는 만우절에는 사이트가 폐쇄된다는 장난 글을 게시할 정도로 이벤트와 학우 참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심지어 univee 사이트와 연계하여 페이스 북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그는 “좋아서 하는 일이니 상관없다”고 말한다. 한 번도 사이트 운영에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univee 사이트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의 주변 지인들이 많은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때 보였던 호기심과 관심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는 그 사실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애초에 그가 프로그램을 공유하면서 바란 것은 주위의 관심이 아니라 우리학교 학우들의 편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우들이 좀 더 편하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일념만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그이지만 가끔 사이트 운영이 힘들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바로 과목정보를 공유하는 게시판에서 담당 과목 교수님들의 대한 비방글을 발견할 때이다. “그런 글을 일일히 지울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한 그는 과목정보 게시판을 만든 것은 학우들이 그 과목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길 바라서였다”며 비방글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

  “글쎄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요?”
  그가 univee 사이트를 운영한지는 올해로 5년째이다. 그동안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인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서버의 운영비가 밀려서 접속이 아예 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서버 접속이 되지 않았던 때는 수강신청 기간이 아니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금까지도 서버 접속이 안됐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라며 웃었다. univee를 앞으로 운영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자신이 언제까지 계속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말문을 흐렸다. 내년 여름이면 그는 졸업이다. 취직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혼자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졸업을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실 그는 그 동안 동아리처럼 회원을 모집해서 사이트를 운영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관련 학과 학우들은 학과 동아리나 공모전 준비에 바빠서 별다른 이익이 없는 이런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는 계속 혼자서 사이트를 운영해야만 했다.
  그는 “얼마 안 되는 금액이니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학교에서 학생들의 편의에 소홀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앞으로 졸업을 하면 창업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그는 “혹시 univee 운영에 관심이 있는 학우가 있다면 꼭 저한테 연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라며 마지막까지 학우들의 편의에 관한 염려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송송이 수습기자
song0013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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