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강도와 탄성률
  에너지 고효율화의 필수소재

 

  영화 <배트맨>에서 배트맨은 불이 붙지 않는 수트를 입고 거대한 화염 속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한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의 의상 역시 배트맨의 수트 못지않은 신비한 힘으로 영웅들을 돕는다. 슈퍼맨의 얇은 망토는 총알을 막아주고,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로 만들어진 옷은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모든 게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하지만, 슈퍼섬유가 개발되면서 영화 속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우선 배트맨의 수트는 열에 강한 메타계 아라미드로 재현이 가능하다. 메타계 아라미드는 내열성과 난연성이 높아 400도 고온에서도 견디며 불이 붙었을 경우에도 잔열 시간이 짧아 스스로 꺼지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소방관들의 소방복 소재로 쓰이고 있다. 슈퍼맨의 망토는 고강도·고탄성률의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해 만들 수 있다.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는 부러지지 않는 고탄성으로 총알을 맞아도 뚫리지 않는다. 기존 폴리에스테르에 비해 5~10배 정도 고탄성을 갖고 있다고 하니 그 탄성이 어마어마하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섬유는 고강도 섬유소재로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 이상 강한 탄성력을 지니며 방수능력도 있다.
  한국섬유개발 연구원 조대현 연구개발 본부장은 “슈퍼섬유는 일반 의류용 원단에 사용되는 섬유와 달리 높은 강도와 탄성률, 내열성 등을 가진 섬유를 지칭한다”며 “화학성분에 따라 크게 유기계와 무기계 섬유로 나뉜다”고 말했다. 유기계 섬유에는 아라미드섬유, UHMWPE섬유, PBO섬유 등이 있고 무기계섬유로는 탄소섬유와 그 외 세라믹섬유가 있다.
  유기계 섬유 중 아라미드섬유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슈퍼섬유 중 하나로, 보호복 분야에 특히 많이 쓰이고 있다. 강도와 탄성률, 내열성이 우수하지만 빛과 수분에 약하다. 따라서 섬유가 외부환경에 노출되는 용도로 잘 쓰지 않는다. 응용제품은 방탄복, 오토바이 헬멧, 고급벽지 등으로 쓰인다. 내화학성과 강도가 우수하고 가벼운 섬유는 UHMWPE섬유다. 하지만 염색이 잘 되지 않으며 열에 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응용분야는 해양용 로프, 방탄복, 보호장갑 등에 많이 쓰이고 있다. 아주 높은 강도와 내열성을 가지고 있는 PBO섬유는 일본에서 독점생산하고 있으며 일본이 국가적으로 전략소재로 분류하여 수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무기계 섬유 중 탄소섬유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무기계 슈퍼 섬유로, 강도가 우수하고 불연성인 장점이 있다. 다른 슈퍼섬유에 비해 무겁고 형태가 불안정하여 용도가 제한적인 것이 단점이다. 최근에는 휴대폰케이스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슈퍼섬유는 아라미드 섬유와 UHMWPE섬유 두 종류다. 탄소섬유와 그 외 다른 섬유들은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연구개발 중에 있다. 국내에서 슈퍼섬유가 상용화되면서 자동차 차체가 경량화 돼 연비가 향상됐고, 항공기 역시 마찬가지다. 300℃가 넘는 고온의 소각로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이물질 등을 거를 수 있는 필터와 칼에 잘 베이지 않으면서 착용감이 우수한 보호장갑이 개발됐으며, 가정집 화재를 크게 만드는 주된 원인인 벽지가 타지 않는 섬유소재로 대체됐다.
  이처럼 슈퍼섬유는 산업·생활 분야에서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하지만 국내 슈퍼섬유는 아직 다양한 굵기와 특성의 원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조대현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슈퍼섬유를 이용해 최종제품을 만들었을 때 가격 경쟁력”이라며 “단가가 높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단점이자 한계다. 차별화·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슈퍼섬유 융합제품 제조기술 연구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경 기자
 sese30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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