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의 공정성

  언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보도의 공정성이다. '신문윤리 실천요강'에 규정된 보도와 논평의 태도에 관한 항목을 살펴 보면 '사실은 부분만이 아니라 그 전모와 의미를 포괄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특히 사실의 요약과 표제에 있어서도 사실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언론보도 태도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 것은, 이번 '인공기 계양'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각 신문의 태도이다.

  인공기사건 왜곡보도

  지난 8일 '부산과 광주에서 각각 열렸던 부산 경남지역 총학생회 연합'과 '전남지역 총학생회 연합(이하 남총련)'출범식 행사, 그리고 13일 건국대 집회현장에서 인공기가 등장하자 대부분의 일간지는 사건기사와 더불어 사설을 게재하였다.
  한겨레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간지는 이번 인공기 게양으로 인한 파문을 단지 당국과 학생간의 격렬한 충돌에 초점을 맞추어 단순한 진압과정의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 더우기 이번 사건에 대한 당국의 입장만을 전적으로 기사화하므로써 보도의 형평성을 잃었다.
  이에 비해 한겨레신문은 '대학가 집회 공화국기 파문'이라는 표제에, 부제를 '북한 찬양ㆍㆍㆍ보안법 적용', '7천만 동포 통일열망 표현'이라고 작성하므로써 정부 당국과 학생측의 입장을 함께 싣고 있고, 기사본문에도 당국의 강경대응방침과 학생측의 인공기 계양에 관한 인터뷰를 인용하므로써 형평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설 한몫 더해

  스트레이트 기사와 더불어 대부분의 신문이 이 인공기 계양사건에 관한 사설을 실음으로써 주의를 끌고 있다. 일부신문들은 사건보도보다는 사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사설만 게재(경향신문)-인공기 게양사건에 대한 문제를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사설은 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게재함으로써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에 대한 판단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 기사를 접하지도 못하고, 접하였다하더라도 당국의 입장만을 대변한 기사를 본 독자들에게 사설은 이 사건의 관점을 더욱 명확하게 하는데 한 몫을 한다는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설의 제목만을 보더라도 독자에게 주는 인상은 매우 강하다.'시대착오의 인공기'(동아),'학내에 인공기가 웬말인가'(중앙),'인공기가 웬말인가'(서울),'인공기 휘두르는 대학생'(경향),'인공기가 게양되다니...'(대전)등이 그것이다.
  사진기사 처리시 담보되지 못했던 학생측의 입장은 사설을 통하여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인공기 게양을 떠나서 사설위원의 주장의 기저에는 북한은 우리에게 '최대의 적'이라는 사실이 깔려있다.
  '태극기가 일제 항쟁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한민족의 국기라면, 인공기란 우리에게 있어 전쟁과 살육을 떠올리는 깃발의 의미로 남아있다'라는 내용의 중앙일보 사설과 '인공기는 단순한 북한의 국기만일 수는 없다. 인공기를 보는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정서는 저 동족상잔의 6.25의 비극을 도발한 북한 공산집단의...'라는 동아일보 사설은 그 실례라 할 수 있다.

  레드컴플렉스자극

  인공기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접어두고라도 사설위원들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므로써, 지난해 12월에 채택한 남북합의서 제1장 제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라는 항목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전대협의 하부조직인 지역 학생회연합의 집회인 만큼 합법적인 집회시위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동아), '원서도 읽지 못하는 무식한 운동권...'(조선)을 운운하는 사설은 통일을 제3자의 냉담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반민족적인 내용이었다.
  '인공기를 흔들며 남한의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중앙)고 한다면 우리의 레드 컴플렉스를 가지고 통일을 하자는 말인가? 만약 정부가 인공기로 만국기를 제작하고 남북이 한데 어우러지는 자리에서 인공기를 흔들었다면 이러한 사설을 썼을 것인가?
  십중팔구 정부의 관용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인공기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국민의 정서라면 이것은 분명 3ㆍ8선 보다 큰 통일의 장벽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언론이라면 이런 식으로 다시 국민들의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을 자제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반통일적 언론행위
 
  언론의 교육기능은 학교교육을 능가하는 평생교육 수단이다. 하지만 반통일적 교육을 공공연하게 하는 언론행위야말로 지양해야 할 태도이다.
  전대협 산하 '조국의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위한 학생추진위원회'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원래 우리가 부각시키려고 했던 것은 '단일기'입니다. 갈라져 있는 남북의 현실을 나타내기 위해 태극기와 공화국기를 각각 내걸고, 결국 통일된 조국의 상징으로 단일기를 부각시킨 것이죠. 실제로 전남대 남총련 출범식때 나온 깃발도 단일기가 가장 컸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학생측의 입장은 싣지 않고 정부측 홍보기사만을 남발하는 언론의 보도행위를 그 자체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대북정책을 가장 큰 실적으로 삼고 있는 6공 정권은 남북합의서를 하나의 정치 성과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6공 정권의 본질을 파악한다면, 이번 인공기 게양사건에 관한 언론의 보도는 19일 있을 민자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금의 반민자당 국면을 뒤엎기 위한 이데올로기 공세인 것이다.

  <토론: 신방과 언론비평모임>
  정리: 김정순(신방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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