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학생운동의 과제와 전망

  대중성회복의 혁신 절실

  80년대 후반 세계질서 재편과 더부어 국내에서도 정치, 경제등에서 엄청난 속도의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존 사회주의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체제우위의 확인으로부터 지배세력의 자신감은 주어지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으로부터 지배세력은 물리력, 즉 '벌거벗은 폭력'의 조야한 동원이 아닌 -물론 물리력은 여전히 통치의 보조수단이 되고 있다 - '정치력'을 통한 지배방식을 취하게 되는데 이를 대표적으로 표현한 것이 6ㆍ29선언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배세력의 성장하는 정치력은 이데올로기 지배력이 강화됨으로써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다. 91년 5월 투쟁과 6월 선거정국의 대조는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지배가 남한사회에서도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구조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대중들은 군부독재와 민주세력이라는 이분법적 단순도식에 의해 쉽게 동원되지 않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란 결국 누가 더 효과적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동원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상대적으로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는 지배세력의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지배-이를 '패권적 지배'라 함-방식이 발휘하는 위력은 민민진영의 타성적 운동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세에서 지배세력이 정치적 주도권을 갖게 된 주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배세력은 6공 지배정책으로 중간층의 체제내화와 정치적 보수화를 목표로 하는 의사-개량화정책을 상정하였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광역선거의 참패원인을 5월 정국에서의 '과격한 투쟁'으로 인한 중간층 이반으로 분석한 보수야권은 자신들의 정치노선을 '3비주의'에 입각한 '온건중도개혁주의'로 확정하였다. 즉 한발 늦은 감은 있지만 보수야권도 국내외의 정세변화에 조용하는 자기정비를 시작한 것이다.
  지배세력과 보수야권의 상대적을 발빠른 움직임은 민민진영의 자체 상황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이제 민민진영내 '운동의 혁신'은 필연이며 이러한 혁신을 추동하는 두 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검토한 국내외의 변화와 정치ㆍ사회ㆍ이데올로기적 파급효과 및 그로 인한 정치ㆍ운동환경의 변화양상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기초한 운동의 새로운 활동약식에 대한 욕이며, 둘째로 운동의 궁극적 승리를 위한 요소로서의 대중성 획득에 대한 전향적인 재검토이다.
  결국 운동의 '혁신'이란 대중성의 회복을 목표하는 것이며 그것도 대중을 대상화시키면서 선언적으로 대중적운동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존재하는 모든 지역, 부문에서 대중의 정서와 동향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가는 실질적인 대중운동으로의 발전을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90년대 학생운동의 지위와 역할

  강상호<석탑노동연구원 자료조사실장>

  외세지배하 한국사회에서 학생운동은 지배세력의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앞장서서 변혁의 물줄기를 헤쳐왔다. 이러한 학새운동은 노동운동, 농민운동과 함께 주력군으로서의 위치를 가지며 이는 장구한 한국 학생운동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변혁적 전환기인 90년대, 특히 92~93년 권력재편기를 맞이하는 지금, 학생운동의 지위와 역할문제를 현시기에 맞게 다시 살펴보는 것은 지금까지 수행해왔던 임무를 더욱 확산, 고조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학생운동의 역할은 다음의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진보적 사상의 전파자로서의 역할이다. 92~93년을 기점으로 하는 90년대의 변혁운동은 사상, 조직, 대중운동에 있어서의 통일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상의 통일은 다른 것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제이자 내용으로 사상통일을 이루고 나아가 노동장, 농민등 기층민중 속에 들어가 사상을 전파하므로써 전체 변혁운동의 사상통일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치적 선봉대로서의 역할이다. 이 역할을 다하자면 무엇보다 지난날의 도식적인 투쟁방법에서 벗어나 대중을 주인으로 세울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내야 한다. 이 방법은 일중심이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사업을 벌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조직의 통일을 확보해야 하는데 자주적 학생회를 더욱 강화하여 뿌리를 깊게 내리고 나아가 통일전선운동에 참여할 정치적 대중조직을 건설, 강화해야할 것이다.
  세째, 민중운동의 교량자로서의 역할이다. 연대, 연합, 통일운동전선에서 지난날의 소수 형식적이고 도덕적인 연대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내용적, 자주적 연대로의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람중심의 연대활동인 공활, 농활, 빈활을 더욱 확대 강화할 뿐만아니라 낮은 차원의 연대 공동투쟁으로부터 점차 높은 차원으로의 연대 공동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학우들의 이해와 요구에 기반한 학생회 사업-'학문, 생활, 투쟁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최태림<연세대 총학생회장>

  지난 90년도에 학우가 주인, 주체로서 과학생회의 강화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했던 자주적 학생회가 여러논의에도 불구하고 92년에도 많은 학생회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과학생회는 다양하고 폭넓은 대중사업과 자주적 흐름이 강한 반면에 경직되고 획일된 중앙의 지도방침은 학우들에 의해 차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92년 학생회의 과제는 우선 과학생회의 대중사업과 자주적 흐름을 올바로 파악, 조사, 연구해서 과학생회의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력 강화에 있다. 지도는 획일과 강요가 아닌 조사, 연구를 통하여 학우들의 삶속에서 도출될 수 있는 올바른 사상, 이론, 방도를 쉽게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뜻이다.
  둘째로 학우들의 진보적 의식의 흐름을 잘 포착해 다양하고도 창조적인 방식으로 학우의 의식을 변화, 발전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학문, 생활, 투쟁의 공동체 자주학원'건설은 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우들의 힘과 지혜를 믿고 신뢰하면서, 그 힘에 의거해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때만 이루어지는 학원의 모습인 것이다.
  
  학생회가 대중조직으로 확고히 서기위해-'학생회의 민주주의 구현'을 중심으로
  류지영<이화여대 총학생회장>

  민주주의는 그 일반적인 원칙만으로는 실현방도와 형태가 도출될 수는 없다. 해마다 학생회의 민주주의적 강화라고 하는 모토가 끊임없이 외쳐졌고 전대 학생회에 대한 비판의 주무기로, 학우들의 관심사의 주요 몫으로 차지해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총회, 전학대회, 분임토의 등의 방안이 끊임없이 제출되어 왔으나 해가 거듭될수록 학우들은 그에 대해 냉담해져갔다.
  민주주의 핵심내용을 전제로서 인식하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첫째, 학우들의 상태, 정서, 이해와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적인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째, 주체를 민주주의적으로 단련시켜야 한다.
  이러한 것들의 현실화를 위해서 초점으로 잡아야 할 사업방식에 대해 학생회의 공개성실현과 학우들의 민주주의적 훈련, 학생회의 민주주의적 운영이라는 세가지 지점에서 모색하고자 한다.
  1. 학생회의 공개성 실현에 대해
  독재는 국민들의 실천과 참여의 폭을 형식적인 틀로 최소한의 협소화 시키며 대중들을 무관심과 허무주의로 이끈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독재라고 표현할 수도 없지만 너무나도 미숙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민주적으로 훈련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형식으로서 어떤 체계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논의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그들이 슷로 말할 수 있는 조건들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으식에 기반한 몇가지 방도로는 ▲운영위원회의 공개와 그에대한 반응▲과단위 뿐아니라 단대, 총학생회 단위까지의 예결산공개 ▲학생회 사업공개의 정례화▲지속적인 의견수렴, 의식조사 사업등이다.
  2. 학우들의 민주주의적 훈련을 위해
  학우들을 민주주의적으로 단련시키기 위해서는 학생회체계에서 이전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학우들과 더욱 밀착된 체계로서 학번학생회의 건설을 주요 방안으로 설정할 수 있다. 각학번 학우들의 동질성을 최대한 살려서 같은 학번의 결속력을 높여내고 그속에서 학번 학우들의 요구에 준한 사업을 기획, 결정, 집행, 평가가지 스스로 만듦으로써 학우들이 자율과 자치에 대한 훈련의 장, 살아있는 민주주의적 체험과 단련의 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학번 학생회인 것이다.
  3. 학생회의 민주주의 운영을 위해
  민주주의적인 운영을 위한 골간구조의 건설도 거의 사실상 마무리 되어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이미 마련된 또는 제시된 것들에 내용을 채워가고 살을 찌워내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하나의 방도나 방식, 일회적 사업에 의존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학생회 운영 전반을 포함해 민주주의적인 지향과 내용들을 강화시켜 나가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그 사업을 배치하고 목표와 해답을 내와야할 것이다.
  
  질의 및 응답

  자본주의 사회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속에서 일과 놀이가 분리된 학생회의 올바른 위상을 묻는 질문에 류지영양은 "경제성장속 권력의 테크닉강화로 이데올로기 지배가 강화되어 학우들내 정치적 입장을 본질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만을 내뱉듯 나열한다"며 "대동제와 같은 학생회 사업속에 진보적인 놀이문화를 배치해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학문, 생활, 투쟁의 공동체'에 대한 발표와 관련 고성국시는 "대학은 학문의 공동체이므로 학생운동의 선차적 문제도 투쟁중심이 아닌 학문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교과투쟁등 강의내에서 지배이데올로기 침투를 막아내는 것이 중요성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에 한 참가자도 "학원자주화투쟁을 시설등 교육환경 무제로 국한시키지 말고 학문의 문제와 애국적 사회진출의 문제, 기간의 강의문제를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를 위해 학회 강화가 시급하다고 제기하였다.

  <정리=안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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