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O, 일본, '세계안보'?

  -유엔평화유지활동의 한계와 재편

  '우리 연합국 국민들은, 우리 일생중에 두번이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인류에 가져온 전쟁의 불행중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ㆍㆍㆍ(중략) 공동이익을 위한 경우 이외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원칙의 수략과 방법의 설정에 의하여 보장하고,ㆍㆍㆍ(중략) 국제연합이라는 국제기구를 이에 설립한다.'(UN현장 서문)
  도대체 'UN깃발'아래 세계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가질수 있는가?
  필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기간에 보여졌던 유엔의 활동-국제적 분쟁은 끊이질 않았고, 그속에서 서방제국들은 철저히 그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제3세계 국가의 반제운동은 계속되었다.-상에 철저히 근거해서 던져진 물음이다.
  이제 그 물음은 최근의 'PKO파동'을 지켜보면서 일종의 당혹감으로 이어진다. 냉전체제의 붕괴이후 이른바 PKO라 불리는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의 위상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제국의 이해에 맞게 변화, 강화되면서 등장한 일본의 '군국주의화'가 그렇다.

  PKO와 국제연합군

  유엔의 평화유지활동(DKF-PKO)은 흔히 떠올리기 수운 국제연합군과는 형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국제연합군이 어떤 전쟁이 발발했을 때, 강대국들로 구성된 안보리의 권고에 의해, 가맹국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강제군사행동을 위한 것이라면 '평화유지활동'은 분쟁이 있는 지역에 국제연합기관의 현지주재를 통하여 (UN presence)긴장완화와 사태평온을 가하자는 것이었고, 강대국은 차명가 배제되었다. 즉, 국제연합의 존재에 의해서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지, 결코 무력의 행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점에서 국제연합의 평화유지활동은 관계국간의 합의에 근거하여, 비강제적이고 중립적이다.
  유엔의 이러한 평화유지활동은 강대국이 아닌 제3세계국가들에 의해 주장된 바 이는 유엔종사자들과 약소국 사람들이 가대국의 횡포를 막고 약소국의 평화와 생존을 지키기 위해 피땀어린 노력과 희생을 다한 끝에 창안해내고 발전시킨 것에 다름아니다. 흔히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을 유엔현장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활동이라고들 하는데 이 사람들은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뚫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56년 유엔긴급군으로부터 1988년까지의 'PKO'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도이 강대국의 이해와 직접 관련이 없을때(?) 성과는 거둘 수 있다고 본다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PKO가 원천적 의미에서 지역분쟁을 '간단하게'해결한 적은 한번도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강대국의 이해와 맞물리지 않는 지역분쟁이란 찾아보기 힘들테니까.

  '지옥에 빠지지 않도록'

  오늘날 '평화유지활동'이라고 불리는 것의 원형으로 평가되는 1956년의 수에즈 유엔긴급군의 실태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즉, 수에즈 유엔 긴급군은 유엔사무총장의 개입에 의해 당사국(영국, 프랑스, 이집트)외무장관들 사이에 평화적 해결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또 그 조건도 유엔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되었건만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이 돌연 군사행동을 개시함으로써 유엔의 평화적 해결노력이 무산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평화유지활동"이라고 불리는 것이 원형의 실태이다. 어디 그뿐인가?
  수에즈 유에눈에 이어 두번재로 파견된 유엔군은 1960년 7월 이후 코고에 파견된 유엔긴급군이다.
  유엔 안보리가 콩고에 유엔군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은 콩고의 옛 종주국인 벨기에가 일방적으로 콩고에 군대를 파병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콩고의 식민지 지배국이었던 벨기에를 비롯한 서방제국은 콩고에 남아 있는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콩고 국내의 지역대립과 부족간의 대립을 이용하고 부채질하여 끝내 콩고가 분단되는 사태로까지 들고 갔다. 특히 벨기에를 위시한 서방제국이 눈엣가시로 여긴 것은 '콩고의 민족운동'이었는데, 유엔군의 파견은 그 지도자인 투붐바 수상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투붐바 수상의 요청을 받고 파견된 유엔군은 그가 암살되는 사태를 오히려 방판해 버렸고 유엔군이 철수한후 콩고는 암암리에 서방축의 지원을 받아 '모보츠독재체제'가 들어서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이 두번째의 유엔군 역시, 유엔활동의 한계와 지향(?)을 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은 이처럼 항상 강대국의 횡포에 놀아나면서 이루어져왔고 이점은 유엔평화유지군의 파견사를 살펴보면 좀더 명확히 드러난다.
  UN의 평화유지활동, 즉 PKO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강대국들의 이같은 압력하에서 그나마 생명을 부지해온 것으로 "유엔은 인류를 천국으로 데려가는 기관이 아니라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냉전하에서 수행해온 것이다. 물론 그것을 떠받쳐온 것이 서방의 약소국과 제3세계 국가들이란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라야 1988년 노벨평화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본, 무엇을 꿈꾸는가?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던 '냉전시대'가 무너져 내렸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은 해체되었고 미국을 중심으로한 자본주의의 단일한 세계체제가 성립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해분위기도 잠시, 군측은 좀처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유엔의 PKO활동 자체가 점차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세계 제2위의 군사대국인 일본이 바로 이 속에 편승한 것이다.
  일본정부는 PKO를 고정화된 개념으로 간주하고 이에 따라 PKO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PKO는 유엔현장에 명시되지 않은 다분히 자의적인 개념이다. 필요에 따라 조직을 파견하고 그러다보니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 PKO규정이다. 따라서 유엔을 움직이는 몇몇 강대국의 의도에 따라 PKO군의 성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전쟁이 끝난후','당사국의 동의를 얻어' 파병한다고 해도 원칙은 '전쟁억제를 위해','유엔의 판단에 따라'라는 적극적 원칙으로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미국등 유엔이 점령하고 있는 서방제국들이 뜻(?)을 모을 경우, 자위대가 '전쟁억지'를 명분으로 타국땅을 밟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
  이런 맥락속에서 일본정부는 신세계질서하에서 공격적인 개념으로 재무장하는 유엔평화유지군에 몸을 실어, 군사대국화의 꿈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과 일본은 냉전이 끝난 지금 '세계안보와 지역분쟁의 해결'을 외치며 총칼을 드는가?

  '북'의 실력저지

  일본의 작가, 오다 마꼬또시는 냉전이후의 세계질서를 "공업적으로 발전한 잘사는 '북'의 세계가 공업적으로 뒤진 가난한 '남'의 세계를 지배하고 그 우위에 선 압도적 불균형과 불평등한 남북구조"라고 못박는다.
  제3세계는 사라지고 '개발도상국'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도국은 개발의 모델을 서구제국의로 삼는다.그러나 그들을 따라 잡을 수는 없다. 언제나 개도국일 뿐이다. 서방제국드리 기득권을 내준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니까.
  그속에서 개도국은 불만과 서방제국에 대한 반항이 쌓일 것이고 결국 PKO강화의 명분인 '세계안보'는 '남(南)의 반항'에 대한 '북(北)의 실력저지'가 되는 셈인가?

  영원한 부자는 없다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배타적인 부자들의 클럽에 갑자기 멀리 떨어진 변경의 시골에서 최근에 맹렬히 돈을 번 벼락부자가 새로운 멤버로 가입해온다. 그의 거동은 거칠고 이질적이어서, 전부터 있는 부자멤버들은 그의 거동을 보고, 저 맹렬한 돈벌이의 방법은 '룰'에 어긋난다고 미간을 찡그린다. 그러나 이때 그들이 편리하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그들자신이 정작 '룰'에 어긋나는 것을 했기 때문에 돈벌이도, 그 배타적인 클럽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변경의 시골에서 온 졸부는 그들의 태도에 화를 내고 그들과 다루지만, 동시에 클럽건물바깥의 창문으로 가난뱅이들이 갈 곳도 없이 앉아 있는 광경을 보고, 안도의 숨을 쉬면서 기존멤버와 화해한다. 기존 멤버들도 클럽의 유지와 특권확보를 위해 새로운 벼락부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와의 화해ㆍ협조는 불가결하다! 지금 만약 가난뱅이들이 지나친 빈부의 차에 화가 나서 쳐들어온다며"(오다 마꼬또)
  그러나 그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세상에 영원한 부자는 없다는 것을.

  김선주(건축공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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