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족대회 보도 평가

  "범민족대회가 뭐길래 정부는 필사적으로 막아내려고 하고 통일운동 단체들은 필사적으로 지켜내려는 것일까?"
  TV저녁 뉴스나 신문 한 구석의 단신을 접한 사람이라면 혹 이런 질문을 해 보았을런지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단서는 '범민족대회는 재야 운동권이 벌이는 자족적인 통일행사 혹은 정부규탄 집회, 심하면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놀아나는 한심한 '소동'정도일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범민족대회가 통일운동과정에서 지니는 역사성을 고민하게 하거나 정부가 창구일원화 논리와 국가보안법으로 대회를 탄압하는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 회의해 보도록 배려하지 않고 있다. 아니 선명한 축소지향적 보도로 고민의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범민족대회는 중요도와 흥미도 모두 높은 기사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민족대회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소극적이기 그지없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범민족대회 격렬 시위'(동아 8월 15일자), '격렬대치'(조선 15일 사진)등 사안에 접근하는 시각이 경찰과의 충돌에 고정되어 있으며, 충돌의 1차적 책임인 정부와 경찰의 설득력 없는 원천봉쇄를 지적하지 못하고 은연중에 학생들의 화염병, 폭염시위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시위진압과정에서 일어난 경찰의 난폭행위와 추태에 대해서는 한겨레 신문이 '시위진압 난폭시민 불안'(13일)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고, '시민운동으로 경찰폭력 뿌리뽑자'(14일)라는 사설을 통해 시민적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어 공권폭력에 불감증이 걸린 다른 언론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편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이번 대회의 내용과 전망을 언급하는 기사도 있었다. '3차 범민족대회 전대협 지도부 검거로 타격'(조선 12일), '내달예정 범민족대회 어떻게 될까'(한겨레 7월29일)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남북한 해외동포 학생들의 첫 민간 상설 공동 통일기구인 '범민족청년학생연합'을 구성할 예정임을 밝히고 대회기간중 진행되는 대중성있는 행사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 신문이 '민간통일운동 활성화를 기대'하며 '국민과 더불어 통일로 가는 길'인 '범민족대회 막아서는 안된다'(30일)라며 정부도 대회에 참여하도록 (8월11일) 촉구하는 적극성을 보인 반면, 조선일보의 경우 '내용없는 격렬한 규탄시위로 그칠수도'있다는 예단을 미리 함으로써 범민족대회에 대한 인상을 부정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밖에도 '재야와 경찰의 총들'이라는 다분히 피상적인 시각에서 구경꾼답게 대회를 운동권의 축제로 의미축소하려는 모습이 전바적이었다. 한걸음 더 나가 '무모한 통일소동<범민족대회>'(서울 8월 14일)라는 시대착오적인 사설도 눈에 띄었다. 이 사설은 범민족대회에 대해 '북한이 남쪽 재야, 학생을 부추겨 남조선 해방을 위한 역량을 축적하고 민간주도의 통일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대남전략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 이로 인해 폭력시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찰의 최루탄 난사, 철근죽도 사용, 기물파손등 난폭진압과 중앙대 원천봉쇄 과정에서 보인 추태에 대한 언급없이, 이미 설득력을 잃은 국가보안법으로 탄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정권에 대한 비판없이, 통일논의를 독점하려는 창구일원화정책에 대한 지적없이 정권의 부조리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관제 언론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범민련, 전대협을 반민족적 집단으로 싸잡아 매도하며 '허황된 꿈에서 깨어나라'는 악의에 찬 '충고'를 서슴치 않은 서울신문의 사설에서 우리는 다름아닌 통일을 바라보는 정권의 반민족적 시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범민족대회에 대해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에 서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언론이 관변중심의 통일문제 관련기사를 다루는 타성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통일언론을 지향하기를 바란다.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언론이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과 함께 가는 통일정책을 내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남북한의 민족적 동질성을 일깨우고 민족공동의 이익과 자주를 실현하기 위해 여론을 형성시키는 선진 언론의 역할은 못할 망정 통일운동에 슬기를 모으는 겨레의 자주적 노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토론: 신방과 언론비평연구반
  정리: 이용원(신방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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