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도종환(국문ㆍ박사)동문 19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당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접시꽃 당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종환 시인이 이번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가는’담쟁이처럼 살아가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당선 후 최근 어떻게 지내시나요?
  5월 30일부터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등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보좌진 구성을 끝냈고요. 상임위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로 선택할 예정이라서 그 분야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 조사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비례대표 후보 중에 여당과 야당 모두 문화예술계 인사가 없다고 하며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지켜가는 문화예술인들의 복지를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 중의 하나였습니다.

  국회의원 등판에 대한 동료 문인들과 지인들의 반대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인이 정치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대체 뭐가 부족해서 당신마저 그 더러운 판으로 들어가느냐고 독자는 물론 동료들마저 질타했습니다. 문학도 중단하고 사람도 망가질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모두 다 진심으로 저를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에 물들지 않고 제 문학정신을 지켜나가겠습니다.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주어진 봉사 기간이 끝나면 다시 문학으로 돌아오고자 합니다.

  예전 전교조로 활동한 것이 민주통합당에 들어가는 데 영향을 줬나요?
  교육운동을 하다 해직되고 투옥되었던 삶의 행적이 비례대표의원으로 선정되는데 일정 정도의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신작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인데 지금 심경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시는 무엇인가요?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입니다. 내 인생 시계가 지금 몇 시쯤 가리키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직도 몇 시간이나 남았다는 걸 고맙게 생각하며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게 살자는 생각을 담은 시입니다.

  10년 전부터 숲 속 황토집 ‘구구산방’에서 산방생활을 하셨는데 그 곳에서의 생활과 자신에게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이 있나요?
  10년 전 몸이 아파 직장을 그만 두고 요양을 하기 위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혼자 외롭게 병과 싸우며 살았습니다. 가진 것을 다 잃었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고독하고 적막했지만 그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다시 시작했고 새로운 문학세계를 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생 당시 충남대와 얽힌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저는 1984년 대학원에 입학하여 1989년 박사과정을 수료하던 해에 교육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가게 되면서 공부를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개교 50주년이 되는 해에 학교에서 다시 졸업시험을 보고 학위논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200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학위를 받는데 22년이나 걸린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흔들리며 피는 꽃> 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데, 도종환님의 작품과 관련해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흔들리고 방황하고 좌절하고 실패하며 삽니다. 그러면서 다시 일어서고 또 시작하고 그러는 동안 인생의 꽃을 피우곤 합니다. 여러분도 실패와 좌절에서 배우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되세요.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연구했던 오장환 시인의 시 한 편 한 편을 해설하는 시 해설서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오장환』이란 책을 곧 출간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어떤 꽃은 봄에 피고 어떤 꽃은 가을에 핍니다. 살면서 남보다 앞서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일찍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빨리 피는 것보다 아름답게 꽃피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서울에 피어 있느냐 충청도에 피어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름답게 피어 있느냐 향기롭게 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현지 기자 hyunjida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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