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그 민족을 대표하는 문화의 얼굴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여러말 하지 않고 우리의 풍물이라고 들이대 본다”
-백기완 선생-

신명나는 가락에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풍물. 그 정겨운 소리를 따라가 보면 악(樂)의 색깔이 다양하고, 사람 좋은 동아리 중앙풍물패가 있다. 그들 중 지난 2003년 호주에 가서 한국을 알리고 온 이상호(정보통신·4)군을 만나 호주에서의 재미났던 경험담과 중앙풍물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호주에 가서 활동한 내용은요?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를 다녀왔는데 작년에는 캐언즈부터 시작해 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 멜번까지 주요 도시를 경유하며 한국의 전통풍물공연을 통해 현지인과 한인들에게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감동과 기쁨을 전해주었죠. 캔버라에서는 한인회와 연계하여 현지학교 초청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고요.
 이러한 성과는 작년 동일한 시기에 먼저 길을 열어놓은 동아리 선배들의 노하우가 전수되었기 때문이죠. 쉽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하지 못하는 해외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이들은 주로 거리공연을 선택했고 별도의 스폰서가 없었기 때문에 비행기 값은 자비로 부담하고 공연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도시간 여행경비와 생활비를 충당했어요.

 현지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곳 현지인들은 한국을 잘 몰라요. 다들 동양인을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 거리공연이 적격이었고요. 여행기간 동안 1백회에 가까운 공연을 했고 캔버라 한인회와 미리 연락이 되어 설날 행사를 하기도 했죠. 실은 스폰서가 없었기 때문에 생활비 차원에서도 그렇고 공연을 많이 했던거죠. (웃음)

 호주에서
느꼈던 점은요?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문화와 외국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문화는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을 중요시하고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것이 없죠. 하지만 그곳에서는 거리 공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다양한 문화들이 포용되고 서로 즐길 수 있는 자리들이 좀더 많았으면 해요. 그리고 거리공연 문화가 정착이 되어 있어서 쉽게 허가받아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호주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캔버라에서 한인회 행사를 할 때 한국인 입양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왔는데 자식들에게 모국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자식을 데려온 것을 보고 많은 감정의 교차를 느꼈죠.


 호주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음악을 알려낸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 마음 한편에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한 청춘을 보람 있게 보내는 모습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외국으로 나가서 한국을 알리는 일.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꿈꾸는 일이 아닐까한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풍물을 소음으로 취급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학우들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도 물어보았다.


 학내에서 풍물패가 소음 때문에 문제가 많은데요?
 풍물패가 같이 모이는 회의가 작년에 학내 문제 때문에 결성이 되어 소통하고 있어요. 그 문제에는 풍물패의 자구책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풍물패가 왜 필요한지, 대학문화에 있어서 어떠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입학식 때 새내기맞이 길놀이도 했던 것이고 충남대 풍물패를 좀더 대외적으로 알리고 계획해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풍물을 듣고 귀를 막는 사람들에게는 풍물이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애정 어린 예술이다. 풍물이 죽는다면 우리나라의 음악이 죽는다. 외국에 나가면 못 들어 서러운 우리 것을 정작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텐데 얼굴을 찡그리기 전에 먼저 마음으로 느껴보면 어떨까.
 “우리 풍물이야말로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감히 자부하는데 이를 보고 시끄럽다고 하는 자, 그 누구인가. 아니 그 위대한 소리를 다만 문화유산으로 유폐시켜 공기 층을 가르는 소리로만 앉아 있게 하여 실지로는 잠을 자는 풍물, 죽은 풍물로 변질시키고 있는 자 그 누구인가”라는 백기완 선생의 말이 문득 머리를 스쳐갔다.


 마지막으로 중앙풍물패 앞으로의 계획은요?
 4월에는 창립제라고 해서 동아리 내에서 하는 것이 있고 5월에 교내나 궁동에서 풍물을 알리는 등의 활동계획이 있어요. 여름과 겨울방학에 전수도 계획하고 있고요. 우리 동아리는 앞으로도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젊은 대학생의 도전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더 넓은 세계로의 여행을 오늘도 준비하고 있어요. 호주 풍물기행 같은 경우는 중앙풍물패 활동에 큰 지장이 없는 이상 그 동안의 노하우를 모아서 세 번째 갈 때는 더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해나갈 수 있도록 선후배들이 도와서 해나갈 거예요.


 이상호군을 비롯한 중앙풍물패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30분이란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진정으로 풍물을 사랑하는 패원들의 마음은 더 없이 크게 다가왔다. 앞으로 더 발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풍물패를 기대해 본다. “한국에서는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 전통 악기를 친다고 했을 때 과연 몇 명이나 제대로 가르쳐줄 수 있을까”라고 동아리의 한 패원이 한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김혜란기자 zxpoy@cnu.ac.kr 
사진 오은교기자 hoanh@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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