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연 심포지엄ㆍㆍㆍ14대 대선보도와 시민언론운동

  제14대 총선에 이어 지난 대통령선거 시기에 왜곡ㆍ편파ㆍ불공정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언론운동이 있었다.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이하 선감연)의 신문과 방송의 선거관련보도에 대한 모니터 작업, 소식지 발행, 항의전화 및 항의방문 운동등 언론민주화와 사회발전을 위한 실천적인 활동이 그것이다.
  국민의 알권리 회복을 위한 시민언론운동의 힘찬 전진을 기대하면서 지난 9일 한국언론회관에서 선감연 주최로 열렸던 심포지엄을 정리하여 싣는다.  <엮은이 밝힘>

  제14대 대선보도 종합분석

  신문분과-김언경<선감연 모니터위원회 신문분과원>

  선거공일인 지난해 11월20일부터 12월18일까지 29일간 9개 종합일간지를 분석대상으로 모니터하였다.
  총4,939쪽지의 선거관련 기사는 주제별로 불법ㆍ타락선거 관련기사가 전체의 38.1% 유세 및 선거운동 관련기사는 29.6%에이르러 이들 두 주제가 전체의 67.7%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치는 신문이 벌어진 일을 쫓아다니는 데만 급급한 채 국민의 정치적 안목을 키워줄 수 있는 정책, 해설, 분석보도를 소홀히 했음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세및 선거운동 보도
  TV토론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세는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견ㆍ정책ㆍ공약등을 접해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신문은 무수히 쏟아지는 후보들의 말을 정리하여 같은 부문에 대한 비젼이나 견해를 대비시켜 주는 보도태도를 보여야 했다. 그러나 신문은 이같은 책무를 게을리했다. 유세초기,<한겨레신문>을 비롯한 몇개 신문이 고정란을 신설해 후보의 말을 대비ㆍ평가하는 의욕을 보였으나, 중반으로 접어들자 그것마저 유세장 스케치로 변질돼 정책, 공약대비는 퇴색하고 말았다.
  ◇공약보도
  이번 선거에서 언론이 공정한 잣대로 각 정당의 공약을 분석, 타당성ㆍ실현가능성ㆍ효율성등의 면에서 차별화하여 유권자에게 제시해주는 일은 정책선거를 치루기 위한 관건적 요소로 부각되었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각 신문은 3당의 공약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데 그쳤고, 전문적인 분석 역시 유권자들의 정서와 지적 수용능력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특히 3당을 싸잡아 공약(空約)으로 몰아부치는가하면 '아파트 반값 인하','농어가 부채탕감'등 특정후보를 겨냥한 비판성 기사만 눈에 띄었다.
  ◇쟁점 및 공방
  신문이 특정세력의 언론플레이에 부응하여 상대 후보를 음해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색깔론 보도였다.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시작으로 증폭된 안보이데올로기가 민주당과 전국연합의 정책연합을 계기로 색깔론 공방으로 집중되자, 신문은 이를 충실히 보도했다. 반면 민주당측에서 반박논리로 제기한 자질ㆍ지조론에 관해서는 철저히 묵살했다. 대부분의 신문은 또 자질ㆍ지조론을 색깔론, 금권론과 한데 묶어 처리함으로써 민자당의 김영삼후보를 위한 '방패막이'보도로 일관했다.
  TV토론 역시 '3자 우선 토론이냐','8자 토론이냐'의 문제를 두고 대다수 매체들이 줄곧 양비론적 시각만을 견지, TV토론 무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던 김영사 후보측에 대한 구체적 비판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금권,판권보도
  투표일에 임박하여 터진 '부산 기관장대책회의'는 대표적인 판권개입 사례이다. 대부분의 신문은 눈치보기식 축소보도를 하거나 대책회의의 불법성과 도청의 비도덕성을 함께 부각시키는 양비론으로 일관, 본질을 호도하는데 주력했다. 김복동의원 납치사건도 청와대의 정치개입보다는 김의원의 '오락가락식'행보를 비난했다.
  금권선거에 대해서 국민당의 금권사례는 비중을 높이는 반면 민자당은 축소했다.
  ◇선거전망과 국민운동
  각 신문들의 판세분석 관련보도의 문제점은 ▲비판 혹은 검증없이 3당의 분석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하는 등 객관성을 상실한 점 ▲지역별로 우월을 구분함으로써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데 기여한 점 ▲선거직전 '양김압축'으로 보도하여 특정후보를 유리하게 한 점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표몰이' '표엮기' '몰표낚기'등 유권자를 포획대상쯤으로 표현한 신문은 유권자의 선거참여에 대해 철저히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즉 한편으로는 선거의 주인은 유권자라라는 점, 유권자가 선거감시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을 전개했다. 그러나 막상 선거참여운동을 벌이면 '홀대'또는 비판하기 일쑤였다.
  신문의 선거보도에 대한 총평은 부정적이다. 양적편파에 대한 개선노력이 부분적으로나마 기울여진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질적편파는 더 교묘해졌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방송분과-박임환<선감연 모니터우원회 방송분과장>

  모니터들은 선거방송이 △후보자별 유세활동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유권자의 반응을 충실히 담아내는지 △후보자에 관한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는지 등에 관해 주목하였다.
  ◇유세보도
  분석결과 방송3사 모두 보도 순위와 보도량에서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후보의 순으로 편차를 드러냈다. 유세발언의 인용에 있어 KBS는 12월1일 정주영후보는 뉴스가치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잡담에 불과한 내용을 인용했다. 반면 김영삼 후보의 육성인용은 공약사항이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발췌,보도했다.
  ◇금권ㆍ판권선거 관련보도
  이번 선거기간을 통해 유난히 부각된 금권선거에 대한 방송의 접근자세는, 판권개입 축소보도와는 대조적으로 국민당의 불법금권사례에 대해 줄곧 확대보도했다. 12월5일의 경우, 현대와 국민당에 대한 수사보도 시간은 총뉴스시간 대비 KBS 20.6%, MBC 25.9%, SBS 32.8%를 차지한 반면, 민자당의 불법사례에 할당된 시간은 2%에도 못미쳤다.
  '부산 기관장대책회의'사건과 관련, 방송은 판권개입이라는 본질을 비껴갔다. 도청의 부도덕성을 거론 민자당의 주장을 중심으로 신속히 보도, 그나마 사건의 제목을 '부산회식사건''부산회식모임'등으로 애써 과장을 줄이고자 하는 정부의 민자당의 의도에 발맞춰 나간 예로 지적됐다.
  ◇공약분석 및 정책비교
  방송3사는 정당 및 후보자의 공약분석과 정책비교에 매우 인색했는데, 선거공고일을 전후해서 마련한 후보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두가지 질문으로 공약사항을 나열하게 하는데 그쳤다. 이로써 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의 신뢰도와 실현가능성, 차별성을 유권자들이 파악하는데 별도움이 되지 못했다.
  TV선거보도는 중계방송식 보도로 일관, 유권자를 선거라는 축제의 장에서 소외시키고 부정사례의 확대보도를 통해 정치냉소주의를 조장한 것으로 판단된다.

  시민언론운동의 평가와 진로

  김동민<한양대 언론학 강사>

  언론에 대한 국민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의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누릴 권리와 공적 정보를 자유롭게 획득할 권리, 그리고 언론상품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로 요약된다. 이러한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못한 우리의 언론현실이 시민언론운동을 태동시켰다고 할 수 있다.
  선거보도 감시와 시민언론운동
  선거보호 감시가 조직적으로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은 14대총선을 앞두고 2월20일 결성된 선감연이 출범하고서부터다.
  시민언론운동은 모니터운동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모니터 보고서의 대상은 방송매체의 비정치적인 프로그램에 국한되어 왔으나, 시민언론운동은 신문과 통신에까지 범위를 확대하였다. 또한 시민언론운동은 주부와 회사원, 해직언론인, 학생등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와 언론사에 대한 조직적인 항의, 자체 제작한 신문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활동 등을 들 수 있다.
  시민언론운동의 성과와 한계
  선감연이 총선과 대선 기간중에 남긴 성과는 첫째, 시민들사이에 언론을 비판적으로 보는 안목을 갖게 하면서 불공정 보도에 항의하는 적극적인 수용자계층을 창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신문을 감시의 대상으로 상정했다는 점과 셋째, 언론노조중심의 언론민주화운동에 시민언론운동이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운동 분야에서 언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한계와 문제점도 노출되었다. 먼저 상황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즉 조선일보와 국민당이 불공정보도 시비로 격돌했을때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시작했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랬다면 조선일보가 불공정보도의 선봉에 설 수 없도록 견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신문과 방송보도의 모니터에 많은 역량을 투여하다 보니 중요한 운동성의 발휘에 적지 않은 허점을 노출했다. 모니터는 언론감시의 기본적인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이다.
  시민언론운동의 과제와 진로
  시민언론운동은 이제 정치보도뿐 아니라 방송의 모든 프로그램과 신문기사를 감시하고 바로 잡으며, 나아가서 언론의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선감연에 참여했던 단체들은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협력하는 관계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때 공동으로 대처하는 일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언론이 민주화되지 않고서는 사회의 민주화는 요원하다. 시민언론운동은 언론의 민주화와 나아가서 사회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안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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