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없는 무명작가, 세상을 향해 화살을 쏘다

  작가 서형. 사뭇 생소한 이름이지만 ‘부러진 화살’의 원작자라고 한다면 모두들 “아~ 그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1월 대한민국은 부러진 화살로 한바탕 들썩였다. 영화가 3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 열기는 더욱 커져갔다. 우리학교 동문 작가 서형(화학·92) 씨는 바로 이 부러진 화살 열풍의 불씨를 제공한 주인공이다. 이제 또 다른 불씨를 준비하고 있는 작가 서형씨를 만나보았다.

  20대, 책 한권 읽지 않았어요
  서형 작가는 푸른 섬 제주도 출신이다. 그런 그녀에게 대전생활은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학과공부도 흥미롭지 않았고 친구들과도 그리 잘 어울리지 못했다. 20대엔 책 한권 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작가로 활동하기까지엔 주위 사람들의 좋은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20대 이후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내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 작가가 된 계기다.”
  그녀는 30대에 들어서자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보편적인 세태를 반영하는 글을 쓰기 싫었다. 마음이 안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그녀는 돈이 되는 글쓰기는 다 거절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좋아했고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사회과학책을 써 보고 싶었다. 모든 일에 혼자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대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 분위기를 패러디 해 과학책에 접목시켜보고 싶었다”고 했다.

  조직 없는 무명작가 ‘이상한 사건’을 만나다
  서형 작가의 도전과 모험은 계속 이어진다. 과학책을 쓰고 난 후 작가는 인터뷰 형식의 책에 도전하게 됐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으로 연고지 없는 서울에서 그녀는 조직 없는 무명 작가에 불과했다. 무시당했고 거부당했다. 그래서 가능한 것부터 시작했다. 작은 동네 안의 택시, 슈퍼, 세탁소, 분식점 등 다양한 직종에서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당신을 열 받게 한 사람이 누구냐’ 그녀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이었다. 서형 씨는 “그때 인터뷰의 매력을 알았다. 내 바로 옆 이웃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때야 알았다”며 “동네에서 시작해 시장, 빈민가, 노인들이 모여있는 탑골공원에서까지 인터뷰를 했다. 나도 굉장히 도움이 됐고 정말 행복했다. 점차 진중해져가고 새로운 시각을 배웠다”고 했다. 그녀는 작은 동네에서 시작해 점점 더 큰 범위로 인터뷰 대상자를 넓혀갔다. 결국 청와대까지 이르렀지만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정문 앞까지였다.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이 정문 앞 1인 시위였다. 청와대, 국회, 대법원으로 가면서 인터뷰 하던 중 우리나라 최초로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선다는 ‘이상한 사건’을 들었고, 서형 작가의 부러진 화살은 여기서 시작됐다.

  유명 영화 감독과 무명 르포 작가
  300만명이 넘는 흥행을 한 영화에 비해 원작자인 서형 작가는 세간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받지 못함은 물론 제대로 된 저작권료도 받지 못했다. 영화사측에선 책은 기록일 뿐이고 저작권은 김명호 교수와 박훈 변호사에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대해 서형 작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작권 문제를 갖고 소송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이 책을 통해 김 교수를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김 교수를 권력화된 사법부에 맞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불굴의 싸움을 벌인 ‘위인’으로 서술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고 신화로 만드는 것은 보통 사람들로부터 김 교수를 멀어지게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영화는 극적인 효과를 최대한 노려 김명호를 영웅으로 묘사했다. 또한 국민배우 안성기를 캐스팅 한 것은 이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김명호는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나눔문화를 위해, 연대를 실천하고 싶어요
  사법부에 대한 도전. 서형 작가는 책을 통해서 이것을 알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법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법 뒤에 공권력이라는 폭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폭력은 무조건 정당하고 개인의 폭력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웃기는 이야기”라고 했다. 서형 작가는 부러진 화살 이후 개인이라는 약자를 구제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지역의 작은 언론을 생각하게 됐다. “기존의 권력언론으로는 부족하다. 건강하고 작은 지역언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이 자연스레 지역언론으로 옮겨져, 작가는 지금 지역언론을 취재하고 있다. 동시에 나눔문화를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공을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자신의 공이 조금 줄어든다는 생각을 을는 사람이 많다”며 “나눔을 실천하는 연대를 만들어 꾸려 나가는 것이 또 다른 목표”라고 밝혔다.

영화 <부러진화살> 중 한 장면. 김명호가 석궁을 들고 겨냥하고 있다.

글 / 사진 이현지 기자
 hyunjida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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