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에 부합돼 사회정치력으로 결집돼야

  시민사회의 역사적 개념과 새로운 해석

  시민사회라는 의미는 17-18세기에 걸쳐 봉건사회나 절대군주 국가시대의 사회와 구별되는 정치ㆍ경제면에 있어서의 자주권을 획득한 도시중산층사회를 뜻한다. 즉 절대군주에게 모든 정치 경제 사회의 권력이 독점되어 있던 시대에 상인들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기들의 자주권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시민이라는 사회계층과 더불어 쓰여지기 시작한 말이다.
  서구사회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태동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자본가들이 정치적 자유를 획득해 나갔으며 이는 서구 자본주의의 경제적 기반을 형성시켰다.
  따라서 시민이란 사회계층은 초창기에는 귀족과 구별되는 계층이었고 또한 노동자 농민들과도 자기들의 지위를 확보해 나가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산업혁명과 더불어 자본가계층이 되었고 이어지는 정치변동기를 거치면서 시민계층의 지위가 급격히 상승되었다. 그리하여 시민계층은 결국 자본가와 거의 같은 의미로 지칭되어 노동자 농민과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개념으로 떠올랐으며 이들은 근대사회 이후 정치 경제면에서의 중심 권력체일 분만 아니라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속성으로 하는 두터운 사회계층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전통적의미의 시민계층에게 모든 정치권력과 자본의 집중을 더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은 끊임없이 노동시간을 감소시켰으며 노동자들에게 자기성찰의 기회와 여가시간을 증가시켰으며 동시에 교육수준을 향상시킴으로서 자기권리의식을 갖게하였고 이는 다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하게 하였다. 또한 물질문명의 발달은 대중소비사회를 형성시켜 생활의 평준화를 이루었고 정보통신의 발달은 특권층의 정보의 독점을 막아 하위층의 계층상승을 이루어 신중산층을 형성하였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시민은 자본가를 의미하기보다 소수 정치권력집단과 대비되는 다수 신중산층유권자를 의미하며 다원주의 시대의 주역으로서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의 중심세력으로서의 일반대중으로도 해석할 수있다.

  새로운 사회의 도래와 시민사회의 형성

  최근의 세계질서는 불과 3년전까지만해도 아무도 예측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의 절반을 이끌어 오던 소련 공산주의 국가가 붕괴되고 따라서 사회주의라는 이념은 그 빛을 잃었다. 그렇다고 서구 자본주의가 인류의 복지를 가져다주지도 못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20세기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미국과 소련이 이끌어온 양극체제라고 규정한다면 새롭게 다가오면 21세기는 아마도 이념면에서는 다원주의 시대가 될 것이며 세계질서면에서는 다극화 체제가 될 것이다. 즉 어느 한두 이데올로기가 세계를 이끌어가지도 않을 것이며 어느 한 두 국가가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수도 없는 체제면에서 혼합체제가 될 것이며 정치 경제면에서는 다극화 시대가 될 것 같다.
  이러한 세계질서의 개편은 한 국가나 사회계층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에게도 전혀 새로운 사고와 행동양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데올로기 국가, 민족, 계급, 소유 등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부터 생활, 환경, 다양성, 개성, 행복, 공동체의식, 나눔, 보전등을 삶의 주요가치로 여기는 시대가 될 것이며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결국 국가권력이 통치하는 시대로부터 시민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대가 될 것이며 시민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가 정치의 중심과제가 되어 그야말로 시민이 정치를 이끌어가는 시민청지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민사회의 도래와 한국사회의 대응

  상기와 같은 세계적흐름과 사회의 변화에 비추어 이제 우리의 현상황을 개략적으로 살펴본다면 첫째,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국민의 대다수가 그저 막연하게만 여기던 통일에 대한 기대가 점차 현실화되어 가고 있으며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 그리고 약간의 경제적 협력을 시작으로 향후 10년 이내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것이 대다수 국민의 확신이 되어가고 있다. 둘째, 14대 선거를 통해 출범한 문민정부는 1945년 8.15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오던 정치권력의 정통성시비를 종식시키고 아직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사회 상층부로부터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세째, 1991년도부터 부분적으로 실시되어 오던 지방자치제도가 제도상의 미비나 경험의 미숙의원들의 자질의 부족등으로 올바로 정착되기는 아직은 역부족이지만 그런대로 커다란 혼런이나 행정의 공백 없이 정착되어가고 있고 이를 통해 시민의 민주의식이나 토론문화가 싹트고 있다. 넷째, 우리의 경우도 1인당 국민소득이 7천불시대로 접어들면서 극히 일부빈민층을 제외하고는 국민의 기본적 생존권이 해결되어 감에 따라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문화에 대한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변화는 기존 사회운동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사회운동을 태동시키고 있다. 그동안 독재권력과 맞써 싸우던 재야운동은 그 일부가 기성 제도권으로 흡수되고 있으며 일부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민의식에 부합되는 신 사회운동-주민, 환경, 소비자, 교육, 여성, 문화운동 등으로 전환되어 시민생활의 관심과 변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의 정치력으로 결집될 것이다.

  건강한 시민사회 건설을 위한 시민운동의 방향

  앞서 언급한대로 다가오는 시민 사회는 어느 한 계급이나 한 체제가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가아니라 다양한 시민의 다양한 요구가 합리적으로 통합조정되어 한 사회나 국가의 정책으로 수립되고 그 정책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계층운동이나 한 부문운동이 현재 사회나 국가 안고 있는 제모순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각 분야의 부문운동은 우리사회 속에 내재하는 제 모순중에서 자기 분야에 적합한 운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그 과제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그 목표와 전략과 조직을 꾸려가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외교 환경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정치권력의 힘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그러기에 시민사회속에 수많은 시민운동조직의 필요성은 영원할 것이며 그러한 풀뿌리, 운동만이 사회구석 구석까지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시민사회는 건설 될 것이다.

  김준식<대전YMCA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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