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쓰레기를 분해해 수소에너지와 전력을 생산

  산업이 발전할수록 그에 따른 폐기물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감염성 의료 폐기물 등 특수처리가 필요한 폐기물의 종류도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골칫덩이 같은 폐기물을 돈으로 바꾸는 신기술이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플라즈마를 이용해 각종 쓰레기를 분해해 수소에너지와 전력을 생산하는 플라즈마 컨버터다.

  21세기 녹색 저탄소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전통적인 폐기물 소각 처리 방법이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소각 대신 폐기물을 일산화탄소나 수소 같은 중간 화학원료로 바꿔 재활용 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때 폐기물을 중간 화학원료로 바꾸기 위해서 플라즈마 컨버터를 사용한다. 플라즈마 컨버터는 먼저 폐기물을 고체, 액체, 기체 상태 외의 제 4 물질인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다. 플라즈마는 매우 뜨거운 형태의 이온화된 열유체로 폐기물의 형태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열분해 시킬 수 있다. 또 처리 대상에만 집중적으로 열을 전달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플라즈마 컨버터는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가의 부대시설에 대한 고민이 최소화된다. 점화, 운전 및 소화과정도 전기 스위치만 켜고 끄면 되므로 공정 자동화와 제어가 자유롭다.
  전북대학교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 홍봉근 교수는 “플라즈마 컨버터를 이용해 폐기물을 재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폐기물의 주성분인 탄화수소를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주성분인 합성가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약 1:1로 섞여 있는 합성가스는 화학공학에서 잘 알려진 석유화학합성제품의 중간원료이다. 이 합성가스는 적절한 온도와 압력에서 공정을 거쳐 각종 액상 탄화수소 원료로 변환 된다. 이 액상 탄화수소들은 다시 적절한 공정을 거쳐 각종 석유화학제품으로 탈바꿈하여 우리들 생활 속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또한 방사성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방사선 폐기물 처리는 드럼통에 폐기물을 눌러 담은 상태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임시 저장하고 있다가 방폐장으로 옮겨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한정된 방폐장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된다.
  이때 플라즈마 컨버터를 이용하면 큰 부피를 만드는 주범을 잡을 수 있다.  홍봉근 교수는 “플라즈마 컨버터는 특수하게 밀폐된 용융로에서 폐기물 드럼통을 녹이고 가연성 성분들은 모두 가스화한다. 이때 가스 속에 포함돼 날아가는 가벼운 방사성 물질들은 필터를 통해 걸러진다.”며 “이 과정을 거치면 폐기물 약 8드럼이 1드럼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경제성과 친환경성의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즈마 컨버터 건설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인구 1백만 명의 대도시에는 하루 동안 방출되는 쓰레기양을 처리 할 수 있는 대규모의 소각장이라면 플라즈마 소각시설이 경제성과 친환경성 모두에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건설에는 몇 가지 제약이 따른다. 홍봉근 교수는 “이런 대규모 소각장치의 건설비용은 1조원 이상이고 수요처 역시 몇 개 대도시로 제한적이다. 또 폐기물 이동 시 각종 민원 발생 소지가 크며 대규모 플라즈마 소각장치 건설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이 플라즈마 컨버터 건설의 사회적, 경제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실제 인천 청라 소각장은 초기에 세워진 중·소규모 플라즈마 소각시설로 외국 기술에 의존하여 구축하다가 상업운전에 실패한 사례다.
  하지만 플라즈마 방사성 폐기물 용융 시설의 경우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에서 1백kg/hr의 파일럿 장치의 운전 경험이 있으며 상업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플라즈마 컨버터는 최근 몇 년간 몇몇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연구개발 단계에 돌입했다. 현재 주요 에너지 자원인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에 따라 상용화 여부가 결정된다.
  홍봉근 교수는 “연구개발의 적용대상을 우리나라에서만 국한해서 찾으면 한계가 발생하고, 그 가치가 반감될 수 있다.”며 “개발 목표를 세계시장에 두고 전 세계에 걸쳐 기술응용분야를 찾아 나서는 개척자정신과 이를 지원해야겠다는 정부와 관련 업체의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선경 기자
   sese30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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