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향기가 가득한 곳. 끊임없는 도전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들. 그들만의 개성과 독특함의 문화로 가득한 거리. 이것은 대학로의 이상적 추상(抽象)이다. 젊은이들의 교육의 장인 대학 근처에는 미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그린 그림들의 전시회, 연극부 학생들이 하는 공연, 음대학생들이 벌이는 작은 음악회 등 대학로에서나 볼 수 있는 신선함이 펼쳐진다. 이런 것들이 대학로를 문화 예술의 메카로 만든다. 어디 문화 예술뿐인가. 대학로 구석구석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개성 넘치는 옷가게들, 예쁜 카페들이 넘쳐난다.
  대학로는 약 600여 년 전인 조선개국시절 숭교방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조선은 개국하면서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을 설치하고 그 주변인 현재의 서울 명륜동과 혜화동 일대를 ‘가르침을 높이 여긴다.’라는 뜻인 ‘숭교방’이라 이름 지었다. 이후 동숭동으로 개명됐으며 경성제국대학이 설립됐다. 해방이후 경성제국대학은 국립 서울대학교로 정식 발족하게 됐다. 그때부터 대학가는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젊음과 낭만의 거리로 불리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대학로를 ‘문리대길’이라 불렀다. 4.19와 유신반대 등 학생운동도 이곳 문리대길인 대학로가 중심이 돼 자유와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운동의 터전이 됐다. 그 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자리 잡기 시작하며 마로니에공원을 중심으로 소극장,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속속 대학로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후 이화사거리부터 혜화로터리에 이르는 구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면서 ‘대학로’라는 거리명칭이 지정됐다. 이때부터 대학로는 축제의 거리, 문화의 거리, 자유공간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져 다른 대학가들의 표본이 됐다.
  그러나 대학가에 들어서면 대학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상점들만 눈에 띈다. 예술의 거리로 유명했던 홍대도 이젠 클럽과 술이 넘치는 밤 문화의 장이 됐고, 이대 앞은 즐비한 옷집과 미용실, 카페만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왕년에 대학로에서 꽃피울 수 있었던 순수예술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로의 빈자리는 자연히 음식점, 술집, 유흥업소로 메워진다. 소비 향락적인 문화가 대학로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황금연 대학로 발전 연구소장은 “우리나라 대학생의 소비지출 항목은 거의 식비로 볼 수 있지만 유흥비도 한 몫 할 것”이라며 “유흥비에 치중된 대학로의 소비 향락적 문화는 이상적 대학로의 추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황금연 소장은 대학가는 소비문화와 예술의 조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대학로가 상업화·관광화 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갯벌에 각종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듯이 대학로도 음식점, 호프집, 소극장 등 여러 분야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로에 거리공연과 같은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면 자연적으로 지역경제, 상가의 건전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흥업소에 치우친 소비 향락적 대학로는 지자체와, 지역주민, 학생들의 노력으로 바꿔 나가야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대학로들은 보통 산업지구에 속하기 때문에 규제가 더욱 힘든 상황이다. 황금연 소장은 “대학가 인근의 초·중고등학교를 조사해 청소년보호법이나 보건위생법으로 유흥업소를 규제하는 방법이 있다.”며 “대학생들이 예술문화행위와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건전한 유흥문화 조성에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관광특구, 문화지구, 상업지구 등을 설정해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합리적인 의사소통으로 대학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황금연 소장은 “대학로는 단기간에 변화시키기 어려운 공간”이라며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 서서히 바꿔나가야 한다. 앞으로는 대학로가 대학이라는 순수성을 잃지 않고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장이 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미로 기자 201100707@cnu.ac.kr
  최선경 기자 sese30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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