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성훈 편집 부국장과의 신문평가

  충대신문에서는 창간특집을 맞아 2학기 동안 발행했던 신문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에서 기사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되짚으며 양질의 신문을 제작하고자 한국일보 편집 부국장 겸 편집부 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진성훈 씨를 찾아갔다. 신문평가 내내 평소 신문제작 과정에서 느낀 애로사항에 대한 밀도 있는 조언도 받았다. 
 
  기자 : 편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곳이 바로 1면이다. 1면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진성훈 편집 부국장(이하 진) : 편집 부국장을 하고 있다보니 레이아웃과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선 1면 전체적으로 레이아웃이 약간 어설프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범한 레이아웃임에도 불구하고 산만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단수 때문이다. 기본 7단에 맞춰서 편집을 해야 하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았다. 일간지에서 편집할 때 보통 기본 단수를 꼭 지키고 예외가 있다면 변형단수 1개 정도만 추가한다. 그런데 충대신문은 기사마다 단수가 다 다르다. 거기다 기사의 세로 줄도 맞지 않다보니 더 혼잡해 보이는 것이다.
또한 제목체도 너무 다양하다. 각기 다른 고딕체와 명조체가 뒤섞여있다. 고딕체 1개, 명조체 1개로 가는 편집이 깔끔하다.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줬으면 한다.

  기자 : 제목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기사제목의 길이나 표현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진 : 제목도 아쉽다. 문어체 일색이라 너무 딱딱한 느낌을 준다. 옛날 일간지야 납활자 자수 제한 때문에 제목을 압축시키다보니 조사를 다 빼버리고 제목을 짧게 쓰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수 제한이 없다. 더욱이 대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인데 구어체로 재밌게 제목을 뽑아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제목을 압축시키려고 하다 보니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1038호의 푸드코트 기사가 그렇다. 제목이 ‘푸드코트로 바뀐 1후생관 식당’인데 푸드코트로 바뀌어서 어떻다는 건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1038호 ‘노력의 결실, 빛나는 졸업장으로’ 역시 제목만 봐서는 내용 파악이 힘들다. 이럴 때 제목으로 정확한 정보를 주기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부제목을 쓸 법도 한데 충대신문은 부제목을 거의 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 : 사실 1학기 때 기사마다 부제목을 썼었는데 제목들이 너무 길고 장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의 간결성도 중요하지 않은가
 
  진 : 제목의 간결성도 중요하지만 간결성에 치우쳐 정보를 충분히 주지 못한다면 그건 제목으로서 역할을 다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제목과 부제목만 보고 기사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바쁠 때 딱 그것만 보고서 기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제목에 충분한 정보를 담아내는 것이 좋다.

  기자  : 레이아웃, 제목 외에 기사가치나 기사내용 면에서 짚어줄 부분은 없나?

  진 : 일간지와 대학신문은 어떤 기사를 내야 바람직한가에 대한 가치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판단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사가치 면에서 특별히 문제될 부분은 없어 보인다. 다른 면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1면 기사들이 정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1038호, 1039호, 1040호 모두 기사들이 짧다. 그래서 면을 채우려다보니 기사가 7개나 들어가고 있다. 기사를 5개 정도로 압축하고 기사마다 정보를 더 풍부하게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야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니 압축시켜도 이해가 가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바랄 것이니 말이다.

  기자 : 보는 바와 같이 기사가 7개나 들어가다 보니 레이아웃이 숨 쉴 틈이 없어 보일까봐 걱정이다. 때문에 여백을 조금씩 주고 있는데 이게 또 허해 보일 때가 있다. 

  진 : 레이아웃의 여유 문제는 단수를 잘 맞추면 된다. 쓸데없는 여백은 주지 않는 게 좋다. 충대신문은 1039호 탑기사처럼 제목이 짧아서 레이아웃에 여유분이 남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제목도 단수를 고려해서 지어야 한다. 그 점을 꼭 유념해야 한다. 또한 칸이 부족하다고 해서 1038호 ‘내년부터 기관별 에너지 총량제 실시’ 기사처럼 부제목을 본문에 애매하게 끼워 넣어서는 안 된다. 부제목은 확실하게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단수를 어기면서까지 본문에 끼워 넣을 필요는 없다.

  기자 : 보도사진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진 : 사진이 약하다. 1038호 보도사진에서 추모하는 인물이 뒤돌아 있고 1039호 보도사진에서도 역시 귀향버스에 탑승 중인 학생들이 다 뒤돌아 있다. 표정이 안 보여서 심심하다. 1040호에서는 표정이 살짝 보이긴 하나 사진이 흐릿하게 깨졌다. 인쇄의 잘못인지 사진 자체의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개선해야 할 점이다.
  사진 캡션도 통일성을 줬으면 좋겠다. 각 호마다 사진캡션의 글씨체와 크기가 다 다르다. 사진크기는 지금보다 더 키워서 써도 괜찮을 것 같다. 1040호의 보도사진 크기가 적절해 보인다.

  기자 : 1면을 벗어나서 다른 면들에 대한 조언도 해달라
 
  진 : 우선 눈에 띄는 건 패스를 딴 인물사진(사진에서 배경을 잘라내고 인물만 따오는 사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1038호 학술면에 쓰인 것을 봐도 그렇고 1039호 사람면에 쓰인 것을 봐도 그렇고 패스가 깔끔하게 따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본래 패스를 딸 때는 연예인들처럼 인물이 썩 훌륭한 이들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크게 따서 쓰는 것이지, 단체 사진이나 학술대회 사진에 그것을 적용시키는 건 바르지 않다. 
  또한 사람면이 동등한 2개의 기사가 나감에도 불구하고 각기 글씨 포인트가 다르다. 기사의 가치가 다르다면 몰라도 동등한 입장이라면 글씨 포인트를 맞춰주는 정도의 노력은 필수다. 그리고 역시 면마다 기본단수를 지키지 않고 있다. 면별로 단수가 다 다르니 혼잡해 보일 수밖에 없다. 면별로 기본단수를 지키고 그 속에서 변단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

  기자 : 이미지 사용 때문에 단수를 맞추기 힘들다. 문화면도 단수를 꼭 맞춰야하는가?

  진 : 예외다. 문화면은 일간지에서도 편집이 가장 자유로운 면으로 기본단수를 꼭 맞출 필요가 없다. 자유롭게 이미지 쓰면서 거기에 단수를 맞춰도 문제없다.
 
  기자 :
마지막으로 충대신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진 : 통일성을 키워드로 삼길 바란다. 단수, 글씨체, 글씨 포인트 모두 통일성을 준다면 신문이 훨씬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기사의 가치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편집이 신문을 읽히느냐, 안 읽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이므로 이를 명심하고 발전하는 충대신문이 됐으면 한다.

  김태영 기자
  rkdldk2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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