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구조적 모순, 경제적 문제 핵으로 등장

  공장의 자동화
  요즈음 우리경제를 걱정하면서 제기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제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무역적자로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거의 90억불에 달하였다. 이를 품목별로 볼때 기계류 관련 품목이 가장 커서 거의 60억불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지역별로는 일본지역과의 무역적자가 80억불에 이르렀다. 더 자세하게 보면, 기계류 관련 수입이 총 460억불중 대일 수입만 37.4%인 172억불이었는데, 이중의 대부분이 공장자동화를 위한 시설과 생산장비였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제조업의 구조적 문제는 앞으로 수출이 늘면 늘수록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훨씬 증가하여 수출의 신장이 무역수지의 적자폭을 더욱 크게 할 것이라는데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공장자동화 등이 중요한 근간이 되는 것임에 틀림없으나 이를 이룩하는 일은 그렇게 용이한 것은 아니다.
  우리 제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구조적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3저의 호황에서 우리 기업은 오늘을 대비한 기술개발과 구조개편의 노력보다 소위 재테크에 더 관심을 쏟았고, 우리의 연구기관에 대한 R&D의 지원이 너무나 부족하였으며, 우리기술개발의 원천인 대학의 연구활동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외에 우리 사회의 제도적 모순은 산업인력을 공장으로부터 유흥 및 서비스업종으로의 유입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뿐이 아니라 대학 졸업생은 남아돌아도 쓸만한 기술자가 없다는 불평도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의 복합된 결과로 노임은 올라가고그러한 비싼 노임으로도 일손을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찾는 돌파구는 이웃 일본을 보고,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사들여 온 것이 공장자동화를 위한 기계류였으며 이는 바로 무역수지 적자에 큰 몫을 하는 것으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의 중요성과 로보트의 필요성을 늦게나마 인식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기기는 하지만, 우리기술이 아닌 우리가 소화도 잘못한 이 어려운 기술을 일본에서 사들여 와서 노동력을 대체하고 제품을 생산해서 수출하였다는 우리 제조업의 구조적 무손이 오늘날의 경제적 문제의 핵으로 등장하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평소에 생각한 몇가지의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ㆍ개발의식 재정립

  첫째 우리 기술을 가지고 대처하려면 기술혁신의 노력밖에 없다. 여기에 지금까지의 과학과 기술 그리고 연구와 개발에 대한 의식을 재정립하여야 하겠다. 사실 우리는 지난 30년간의 산업화 과정에서 과학과 기술을 합성한 과학기술과 연구와 개발을 합친 연구개발을 혼용하여 왔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과학기술은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은 선진과학기술을 도입해서 소화 개량한다는 철학에 따라 과학도 기술도 한꺼번에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연구와 개발도 한꺼번에 하면 될 것이라는 무리한 생각이 나왔고 이것이 60년 당시만해도 큰 차이가 없었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이러한 개체들을 답습해오는 동안 지금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어쩌면 이런 혼돈속에서 정책이 입안되거나 이러한 의식속에서 안주하여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기술의 흐름 그리고 기술정책과 관련된 입장 즉 기술 공급적 이장과 수요견인적 입장에 대한 기술경제학적 분석을 잠깐 언급을 해보면 몇가지 흥미로운 현상들이 발견된다. 오늘날 여러 실증적 사례에서 기술흐름의 비선형성(chained precess)이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로 기술개발이 시장수요인식에 기초하여 그 전단계로 피드백 되어가는 과정에서 점진적 혁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기초장기적 연구도 이러한 과정에서 동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끊임없는 점진적 혁신을 통한 높은 품질, 낮은 비용이 현실적인 기술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소위 기술공급적 정책이 암목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돌파형 혁신도 기초연구에서 시작되어 발생하는 경우보다 오늘날에는 서로 다른 이질적 기술간의 융합에 의해 촉발될 가능성이 많으며 이러한 것도 현실적인 기술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응한 후속적인 점진적 혁신이 끊임없이 추궇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위에서 논의된 것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는 무엇이겠는가?
  과학과 기술, 그리고 연구와 개발을 정확히 선을 그어 그 실체를 구분 지우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그차이를 인정하고보면, 이를 주로 담당할 주체가 분명해지고, 이에 따른 지원이나 육성정책도 뚜렷해 질 것이다. 기초가 되는 과학은 대학을 중심으로 보다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며, 이들을 지원하고 이틀간의 상호연결을 위한 발전적인 정책방안도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과학자와 기술자 자신부터 과학과 기술, 연구자 개발을 구분 짓는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의식속에서, 기업부설 연구소는 시장수요에 대응하는 끊임없는 점진적 혁신을 추구해 나가야 하며, 산어기술관련출연 연구기관은 여기서 부딪히는 한계와 애로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한차원 높은 수요견인적 정책을 강화해 가고, 이러한 과정에서 대두되는 기초, 응용과제를 대학과 관련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밀접히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협동기술개발

  둘째, 이제는 해결을 공론하기 보다는 몸으로 부딪혀야 할 시점이다. 교수도 연구원도 현장기술자도 다함께 뛰어가야 한다. 오늘의 기술개발 활동의 특징은 협동기술개발이다. 이러한 양상은 주요 기술 선진국일수록 더욱 강화되고 있다. 기술 그만큼 다양화되고 융합화되는 추세에 대한 대응하기도 하지만 경쟁력제고 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여러가지로 한정된 자원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여건을 감안할 때 협동적인 기술개발이 가지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우리의 대학에서는 전체 박사급의 80%가 있다. 이들이 갖고있는 잠재력과 기업의 개발의지 그리고 정부출연기관들의 일사분란한 연구개발의지만 합친다면 우리는 오늘의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결론적으로 전문가 그룹의 정밀한 현장진단에 기초한 핵심문제의 표현, 기업인들의 우리 기술자에 대한 신뢰확보, 산업현장의 복합화된 문제에 대응한 다분야 전문가들의 공동참여, 자동화에 관련된 숙련 인력의 육성, 대학및 연구기관 전문가들의 열의가 합쳐지기만 한다면 이젠 더이상 도입된 자동화에 우리의 여건과 우리의 문화를 맞추려 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실패가 아니고우리의 여건과 문화에 맞는 자동화가 가능할 것이며 나아가 대일 추격이 아니라 그 극복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남헌성(전자공ㆍ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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