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관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의 결과가 바로 의료생협"

  ‘마을과 복지연구소’라고 쓰여 있는 출입문을 들어서자 한 쪽 벽면 유리에는 회의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책장에는 틈도 없이 책들이 꽂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민들레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 김성훈 대전교육위원장의 눈은 부드러운 느낌이면서도 날카로웠다.
  그런 그와 함께한 민들레 의료 생협은 2002년 8월에 창립 총회를 거쳐 시작돼 어느새 9주년을 맞았다. 현재 민들레 의료 생협은 현재 약 2천 세대, 출자금 4억원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한의원, 치과, 가정간호사업소, 심리상담센터,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건강도 이웃과 협동하여 지키자고 말하는 그를 만나봤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 것 같나?” 인터뷰는 기자가 아닌 그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건강이라는 기자의 답변에 그는 “맞다. 누구나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몇 가지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건강함의 조건은 바로 경제력이다. 친환경·유기농 식품을 통한 균형 잡힌 영양 섭취나 좋은 주거 환경 등은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키기가 어렵다. 부족한 경제력을 메우기 위한 경제 활동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소홀하게 여기게 하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두 번째로는 바로 예방하는 것을 꼽았다. 예방하는 것이 건강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에 식습관, 운동, 수면 등 개인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조건은 바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다.
  김성훈 씨는 “개인이 혼자 이 3가지를 다 지켜가면서 건강함을 유지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현재 국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건강 교육 같은 것들은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을 뿐더러 그에 대한 홍보 활동 역시 턱 없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느끼던 그는 지역통화운동단체인 ‘한밭레츠’에서 활동을 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한밭레츠의 일반회원들은 의사인 회원과 일상적으로 건강상담을 하고 질환이 생겼을 경우에 그를 찾아가 상담을 하곤 했다. 의사 회원은 생활인으로서 다른 일반 회원들과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았다. 믿을만한 의사가 함께 한다는 것은 회원들에게 자부심이었다.
  이를 토대로 “공동체의 힘으로 부족한 의료제도를 보완하자.”라는 뜻을 모아 김성훈 씨를 비롯한 회원들이 민들레 의료생협을 만들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변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자연히 대학교에서도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 후에는 내면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잠시 승려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한밭레츠 활동도 했다. “한밭레츠 활동은 사람들이 돈을 부리지 못하고 돈에 의해 부림을 당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지역통화운동에 대해 소개를 받았다. 돈의 발행을 지역주민이 스스로 하고, 이자가 붙지않아 가진 자가 더 유리한 게임방식을 바꿔 기회의 불평등을 막을 수 있다는 점, 지역 내에서 생산·소비·유통 분배가 순환되도록 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내가 생각하는 변혁은 결국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며 “특히 지역통화운동이나 생협활동을 하면서 정치 민주화 못지않게 삶의 민주화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통화운동이나 생협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 돕고 나누는 것이 혼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기적으로 사는 것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할 때 의료 생협 활동에 보람을 느낀다.”며 “보다 이타적인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의료 생협은 물론 많은 부분에서 젊은 청년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 젊은 청년들이 과거의 20대들과 같이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고 참여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접 만들기도 하며 함께 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병연 수습기자    tition1st@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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