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자동차를 만드는 동아리 ‘바퀴네개’를 만나다.

  책장 속에 자동차 모형이 나란히 줄을 맞춰 서있고, 방 한 가운데는 한창 작업 중인 자동차가 그리고 그 주위에는 스패너와 각종 손때와 기름때가 묻은 공구들이 널브러져있는 동아리실을 상상했던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동아리실 한 가운데 있는 책상 위에는 각종 연장대신 음료수 캔이 흩어져있고 반짝이는 자동차 모형 대신에 짝 잃은 슬리퍼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차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니 이 동아리실의 주인들은 말 한마디마다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았다.
  이토록 자동차에 푹 빠진 애정남들은 우리학교 자작자동차 동아리 ‘바퀴네개’로 지난 8월 17~19일 ‘2011 KSAE 대학생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해 동상을 수상했다. 두 명의 팀장 곽수헌(기계쪾3), 한영재(기계쪾4) 군과 김정현(기계쪾3), 조현묵(기계쪾2) 군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했다.
 
  우리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학술동아리인 ‘바퀴네개’는 말 그대로 바퀴가 네 개 달린 자작 자동차를 만든다. 자작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오토바이 엔진을 사용해 손수 만든 자동차로 차체 프레임을 비롯  해 최대한 많은 부품을 직접 제작해 사용한다. 이들은 매년 국내에서 개최하는 두 개 대회, 영남대학교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학생자작자동차대회와 한국자동차공학회에서 주최하는 대학생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한다. 올해는 한국자동차안전학회에서 주최하는 대학생창작전기자동차 대회에도 참여해 오토바이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이용한 자작자동차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이 열명 남짓한 건장한 사내들은 KSAE 대학생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매일같이 모였다. 우선 그들은 대회 규정에 맞춰서 차체 크기, 운전자와 차체 프레임 사이의 간격 등을 고려하여 기본 설계를 시작했다. 설계가 끝나면 차체 뼈대가 되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것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프레임과 바퀴를 연결하는 부분인 암(arm)을 제작했다. 다음으로는 차가 다른 도움 없이도 네 바퀴로만 서 있을 수 있도록 차체를 세우고 엔진을 올려 완성시켰다. 완성 후에는 차가 잘 굴러가는지, 좌우방향전환이 잘 되는지 등을 테스트해 추가적인 보완을 해나갔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차를 가지고나가 시범운행을 해 최종적으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점검했다. 그들은 대회당일 차체 디자인, 내구성, 스피드 등의 부문에서 내구성을 높이 평가받아 동상이라는 성과를 냈다.
  좋은 성과 뒤에는 수많은 고생들이 함께 했다. 그들은 작업실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원래 이들은 공대 1호관 단층짜리 건물 공장동 에서 작업을 했는데, 방학 중에 공장동이 철거되면서 작업실을 이전해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전해야할 건물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바퀴네개 팀원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녀야만 했다. 곽수헌 군은 “한여름 공대 4호관 땡볕 아래에서 일하기도 했다.”며 “다행히도 공대 4호관 지하에 있는 창의 공학관이라는 작은 강의실 크기의 방을 작업실로 구해 그곳에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차체 제작에 있어 금전적인 문제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들은 한 학기동안 매일같이 밤을 새워 차를 만들었지만 자동차를 만들 돈은 턱없이 부족해서 결국 각자의 사비를 털며 차를 완성했다. 한영재 군은 “매일 같이 동생들에게 회비 걷자고 말하는 것과 그걸로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이 제일 미안했다.”며 “지원해주는 만큼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지원금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떠한 점이 그들로 하여금 자동차를 직접 제작하게끔 만드는 것일까. 곽수헌 군은 “남자라면 스피드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스피드의 상징인 자동차에 매력을 느끼고 직접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욕심까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보통 자동차는 앞유리가 있어서 속도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지만 자작자동차의 경우 앞유리가 없고 엔진이 운전석 뒷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에 보통 70Km/h로 달려도 체감속도는 100Km/h이상이다.
  이제 그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조현묵 군은 “올해는 동상을 받았으니까… 내년에는 금상?”이라며 웃었다. 이어서 한영재 군이 “내년엔 올해 이상으로 해야죠.”라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년에도 그들의 흐트러짐 없는 단단한 질주가 계속되기를 기원해본다. 

 

 

  글/최민지 수습기자 minji905@cnu.ac.kr
  사진/정병연 수습기자 tition1st@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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