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나누고 싶은 이상호(정보통신공학부·3) 군

  무서웠습니다. 지금 당장 제 머리위로 토마호크미사일이 떨어진다는 상상보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웃으며 지낼 수 있고 CNN의 생중계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한 장면을 즐기듯 바라볼 수 있는 일상이 무서웠습니다.

  도서관 계단에 앉아 각자 살아가는 모습들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문득 희망을 찾고 싶었습니다. 정작 지켜야할 평화는 내 안에서부터 찾아야겠다는 다짐과 우리에겐 그 희망들을 서로 확인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이상호 군이 백마게시판에 띄운 글


  매일 12시면 도서관 앞 계단에서 점심을 먹으며 푸른 리본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게시판을 통해 평화를 사랑하는 충대인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라크 전쟁의 아픔을 나누자고 했던 이상호 군이다. 그는 벌써 9일째 도서관 계단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런 감정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의 무기력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도서관 12시 모임의 제안 배경을 말했다. 그는 전쟁이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전쟁에 대해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는 것, 마치  컴퓨터 게임, 영화, 뉴스에 길들여져 전쟁을 하나의 흥미거리로 밖에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무관심이  무섭다고 한다. “이런 잔인한 세상에 길들여지는 우리가 싫고 이것을 당연시 여기는 세상이 싫다. 그런데 이런 세상을 싫다고 느낄 수 있다면 아직 사람에게 희망이 있고 세상은 평화로울 수 있다.”

  그는 발달한 문명 속에 이성을 가진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것이 바로 전쟁이라 생각한다. 전쟁은 진보된 사회의 모습이 아니라고 외친다. “나는 이런  전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전쟁의 아픔을 나누는 마음을 지켜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베트남전 당시 군인들의 총구에 파란색 데이지 꽃을 꽂았듯이 이를 본따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색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리본을 주면서 전쟁에 반대하십니까. 파병에 반대하십니까라고 묻는다. 파병문제에 대해  서로 국익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잘못되지 않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비난받지 않기 위해서 파병을  반대한다.” 그가 학내 곳곳에 붙인 영화 포스터(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 적힌 글귀를 보면 그의 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 5조에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30개국을  제외하고는 침략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차도르를 입고 붕대감은 아기를 안은 여인이 걷는 것을  상상해보자. 신문에서 본 사진과 겹쳐지면서 가슴이 찡했다. 이것은 그가 구상하고 있는 퍼포먼스 내용이다. 그의 퍼포먼스를 통해 아픔을 나누고 무엇이 옳은지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반전을 외치는 촛불시위가 있음에도 그가 도서관 모임을 제안한 것은 새내기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대학 내의 다양함을 보여주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할 수 있기를 원해기 때문이다. “전쟁 반대 이유를  아무리 많이 알더라도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행동 역시 다양한 방법들로 열어두어야 한다. 새내기들이 앞으로  대학생활을 하는데 어떤 일이든 자신의 방식으로 스스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한다.  “거창한 이슈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련된 일들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무관심에 길들여지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가 가진 것을  그것이 무엇이든 평생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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