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토마토> 제작팀장 점필정(언정ㆍ96) 씨를 만나다


 

  소박한 편집실 탁자,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아메리카노 2잔, 쌓여 있는 종이 뭉치와 <토마토>, 창문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퍽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월간 토마토 제작팀장 점필정 씨를 만났다. 한껏 주름진 웃음과 달리, 그는 안정됨을 싫어하는 모험가였다. 30살을 인생의 전환기로 택했던 점필정 씨는 1년 늦은 31살에 옥천 신문사를 뛰쳐나와 대전문화잡지 <토마토> 창립에 합류했다. 최고의 지역 신문사를 과감히 나온 이유는 ‘지루해서’다. “현 편집장인 이용원 선배가 <토마토> 창간하자고 할 때 바로 승낙했죠. 지금 3년간 <토마토>를 제작하면서 늘 새로워 만족스러워요.”
  이렇게 시작한 그의 모험은 순탄치 않았다. 대부분의 잡지가 그렇듯 <토마토>도 재정적인 어려움에 시달렸다. 광고 영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광고 영업은 <토마토>가 더 컸을 때 할 거에요.”라고 말한다. 돈 때문에 자존심을 꺾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토마토>는 험난한 잡지 시장에서 3년간 살아남는 기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는 “잡지 부수가 늘고 카페도 같이 하며 상황이 괜찮아졌지만,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 때문에 만족해요.”라고 말한다. 사실 그에게 토마토는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역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토마토>이기 때문이다. 그는 <토마토>로 대전의 문화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문화라는 건 그 곳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해요. 사람이 어떤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가 그 지역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죠. 그런데 지방의 젊은 일꾼들이 자꾸 서울로 떠나기 때문에 지방의 문화가 서울에 비해 열악한 거라고 봐요. <토마토>는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커요.”
  그는 3년 간 대전 문화를 소개하는 <토마토>의 몸집을 부풀리면서, 대전 문화도 함께 부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점차 대학생들도 지역 문화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충남대학교의 경우에도 아이엠 궁 같은 사업이 활발히 추진 중이잖아요. 또 대전에 10년 만에 소극장이 생겼어요. 대전 작가가 작품을 쓰고 대전 배우가 연기한 연극도 흥행을 하고 있죠. 대전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가 커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이렇게 희망을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단다. “대전 시민들은 공연 문화가 아직 낯설어 참여도 저조하고 공연자와 호흡을 잘 하지 못해요. 그리고 아직은 공연 수준 자체도 낮아요.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라 봐요. 아직 대전의 공연은 시작단계지만, 하루빨리 공연이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토마토>를 통해 이런 공연 문화를 뒤엎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토마토>가 위치한 건물 1층 카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전시회, 공연을 열어 쉽게 시민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토마토>는 ‘대전문화연대’와 함께 독자를 초대해 문화 활동을 하고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참여는 저조해요.”라며 “문화를 일종의 공부로 생각하지 말고, 놀이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점 씨는 “향후 잡지를 통해 연을 맺은 분들과 의미 있는 일들을 벌이고 싶고, 예술의 전당에서 인디 밴드들과 게릴라 콘서트도 하고 싶고,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서 같이 작업하고 싶고, 대학생들과 연계해 활동하고도 싶다.”며 눈에 힘을 주었다. 대전 문화를 바꾸기 위해 그는 오늘도 쉬지 않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김태영 수습기자 rkdldk22@cnu.ac.kr
사진/ 이햇님 수습기자  sunsoul42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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