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 충대人 Season3

 

  
  어학연수를 와 어쩌다보니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그냥 경험 삼아 했던 모든 것들이 지나고 보니 삶의 터전을 잡기   위한 밑거름이 돼 있었다. 현재 일본에서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이규택(경영·91) 동문의 이야기다. 그는 참 선하고 여린 인상을 지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일본에서 신문배달을 하며 유학 생활을 마친 소위 독종이다. 누구보다 독했던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지난 10년의 유학 생활기를 들어봤다.

 

  그는 원래 미술학도였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은 그 꿈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채 당시 친구들이 많이 쓰는 경영학과로 떠밀리 듯 지원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대학생활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었다는 현실에 대한 피해의식과 그로 인한 방황의 연속이었다. “입학 후에도 미술을 하고 싶어 회화 동인회에도 가입해 활동했지만 당시에는 미술보다 술자리를 도피처로 삼으며 일탈을 했던 것 같다”며 “그때도 역시 친구와 선배들에게 떠밀리 듯 매일 술자리를 가지며 방황했다”고 한다. 마음을 잡지 못한 채 마치 파도에 떠밀리 듯 그렇게 ‘살아져’ 온 2년이었다.
  우연처럼 다가온 일본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도서관에 걸린 포스터를 보았다. “일본 어학연수와 관련한 내용이었는데 신문배달 일을 하며 일본어 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신문사에서 일을 하면 월급과 학비는 물론 집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그에게는 딱 맞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해 가을 그는 일본으로 떠난다.
  신문배달원 학생
  그가 처음 자리잡은 곳은 찌바현의 찌바라는 곳으로 동경의 남쪽에 위치한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신문배달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새벽 2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일을 하고 아침 9시부터 학교를 간다. 학교가 끝나면 오후에 3~4시간 동안 석간신문을 돌리고 집으로와 2시간 정도 공부를 한 뒤 잠을 잔다. 잠은 보통 3~4시간 정도를 잤다” 하루도 쉴 틈없이 진행 된 이러한 고된 생활을 1년 반 동안 묵묵히 이겨낸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본 대학 진학
  “그렇게 어렵게 어학연수를 마칠 때쯤 그 곳 어학 학교의 담임선생님이 일본 대학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했다” 학교에서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그에게 선생님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는 그 제안이 “일본 생활을 조금 더 해보고 싶었던 당시로서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기회를 잡기위해 그는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통과하고 수학, 영어 등을 보는 통일 고사에 응시한다. 그리고 괜찮은 성적으로 합격하며 이바라끼 현에 있는 이바라끼 대학에 진학한다. 그는 “처음에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할 맘은 없었다”며 “그저 1년 정도 경험삼아 일본 대학에 다녀보기로 한 것”이라며 당시를 이야기 했다.
   대학원 진학
  학교를 다니며 여러 지인들과 주변 이야기를 듣다보니 더 좋은 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생각보다 한국에서 국립대를 졸업했다는 것이 높이 평가됐고 국립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왔으면 와세다 혹은 도쿄 등 도쿄 지역 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후 그는 요코하마 국립 대학원에 지원해 국제사회과학연구과에 합격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훈련 중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회사이다. “대학원 과정을 하며 국제 공인 네트워크 자격증인 CCNA(초급 단계의 지식 인증 과정)와 CCNP(네트워크 구성 및 문제해결 과정)를 획득했고 컴퓨터를 좋아하던 나에게 적합한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 이 분야에 기술력을 높여 일본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땀 흘리고 있다.
  현재 일본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상당히 크다. 동시에 노동력의 자급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외국에서 우수인재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협력해 젊은 인재들의 교류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장학금 혜택 또한 상당히 큰 일본은 분명 실력있는 자에게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규택 동문은 이에 대해 “무엇 때문에 유학을 가는지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유학을 와서는 상상치도 못하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해 10번의 실패를 하다보면 분명 1번의 성공이 찾아 올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기복 기자
lkb2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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