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를 전망한다 : 박이문 교수

박이문 
보스턴, 시몬스대 및 포항공대 명예교수 
연세대 특별 초빙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벼락같은 뉴욕 금융계의 붕괴로 시작된 경제적 위기는 전 세계를 대 혼란 속에 어리둥절한 상황에 빠뜨렸다. 대부분의 국가와 개인들은 경제적 질서가 무너져 정치적 질서가 흔들리고 앞날의 큰 희망은  커녕 당장 내일의 생활조차 불안하게 되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실직자로 전락하거나 전락할 불안감에 노출되고, 각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은 취업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게 되었다. 모두 삶에 대한 큰 희망을 갖거나 앞날의 발전에 대한 의욕을 갖기도 어렵게 되었다. 어떤 국가나 개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가 다 같은 처지에 놓여있게 되었으며, 한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의 사정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삶은 의욕이 있는 곳에서만 꿈이 있을 수 있고, 꿈이 있는 곳에서만  희망이 솟아난다. 꿈은 도전적 인내심의 꽃이며, 인내심은 어떠한 난관도 극복 하겠다는 불굴의 용기를 전제하고, 그러한 용기는 삶에 대한 강렬한 열정을 전제한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의 역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한국의 미래를 앞으로 이끌고 나갈 젊은 학생들이여, 오늘의 경제적 난관 앞에서 방황하고 용기를 잃어가는 미래의 지도자들이여, 그대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지난날 얼마나 큰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놀라운 일들을 이룩해냈던가를 한번 생각해 보고, 지난 반세기 동안 그들이 일구어낸 놀라운 발전을 거울삼아 다시 한 번 한국의 미래를 창조하는 일꾼이 되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은 지구상에서 열두 번째의 경제 강국으로 선진국들과 경쟁을 하고, 여러 분야에서 오히려 그들을 뒤로 따돌리고 많은 나라들의 칭찬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던 우리가 성취한 성공이 스스로 믿어지지 않고 대견하지만 그만큼 더 자랑스럽다. 단군 이래 반만년 한국사를 통해서 세계제일의 IT국가로서 한국이 이렇게 잘 살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한국의 이러한 성취가 1948년 건국 직후의 여수·순천에서의 국군반란 사건, 피비린내는 동족상쟁의 6.25 전쟁, 전쟁이 남긴 잿더미 위에서의 가혹한 군사독재, 끊임  없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속에서도 민주화를 이루고, 정치적 및 사회적 격동 한 복판에서도 산업화에 성공하여 세계에서 12번째의 큰 수출국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상기할 때, 한국인으로서의 우리는 우리의 저력에 새삼 감탄한다.
  한국의 전 국토에 나날이 솟아나는 고층 아파트단지로 국민의 주거문제가 거의 해결되어가고 있으며, 사방으로 뻗은 고속도로와 철도로 교통과 유통이 좋아지고, 공중화장실은  어느 나라보다도 깨끗하고, 도시와 마을의 조경은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세련되어가고 있다. 지난 20 여 년에 걸쳐 한국은 의료 보험, 국민 건강, 노약자, 장애인 및 기타의 사회적 약자 층의 복지를 위한 정책 차원에서도 놀라운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도 더욱 그러한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만 성공한 나라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파업과 데모가 끊일 날이 없고, 연일 살인 범죄, 자살, 정치적 부패가 꼬리를 물고 터지지만 오늘날의 한국은 사회적으로 비교적 안정되고, 문화적으로 활발하며, 교육열이 세계에서 제일 높고, 과학과 기술이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1988년 올림픽 경기와 2002년 월드컵 경기의 성공적 유치, 백남준의 설치미술,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정명훈의 지휘, 사라 장의 바이올린 연주, 진은숙의 작곡, 박찬욱의 영화, 가수 비와 보아 등의 활동, 골프선수들의 활약이 입증하듯이 문화 체육 영역에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가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뜻하지 않게 세계에 몰아닥친 벼락같은 금융 위기로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대학을 나와 직장을 찾아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앞날이 갑자기 어두워 졌고, 정신적 및 물질적 고통이 그들을 덮치고 있다. 그들의 앞날이 어둡고 난감하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기가 죽어서는 안 된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좌절하지 말고 더욱 분발해서 열정을 갖고 살아야 한다. 오늘의 한국을 구축한 앞선 세대들이 젊었을 때 처했던 상황의 고통스러움이 오늘의 세대들이 처한 상황에 비해 훨씬 더 절망적이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한국인으로서 자신 속에 갖고 있는 잠재력을 일깨워 꿈을 잃지 말고 매사에 침착하게 대처하며 용감하게 난관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지난 반세기 한국인이, 젊은 여러분들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 세대가 보여주었던 역동적 에너지와 투지를 계승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희망을 포기한 패배자로 전락하지 말고 한결 더 크게 분발하여 창조적 가치창출을 위해서 어려운 오늘의 상황을 극복하는데 더욱 힘을 내야 할 것이다.
  이번 세계적 차원에서 닥쳐 온 경제적 위기는 그 규모나 심각성이 유례 없이 크고 심각하다. 이런 현실에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느냐 아니면 그것에 휩쓸려 넘어져 죽느냐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마음에 달려있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우리의 옛 가르침이 있듯이 우리가 냉정하고도 슬기롭게, 결연하고도 침착하게, 인내심과 용기로 대처해 나간다면 살 길은 열리고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일구어 즐길 수 있다. 
  과연 우리의 바람직한 한국의 미래는 어떤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까? 우선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시 과거의 가난과 사회적 갈등의 수렁에 빠져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질적 충족이 전부는 아니지만 경제적 충족과 사회적 안정은 정신적 평화와 문화적 향유의 토대이며, 경제적 기초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서의 말대로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건강하고 단단한 정신적 뒷받침이 없는 물질적 탐욕은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삶과 집단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약과 건강이 아닌 독과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의 근원적 원인은 현대 세계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바로 위와 같은 성서의 가르침과는 달리, 물질적 부의 축적을 최고 가치로 삼고 살아 왔던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로서는 경제적 가치에 앞서 정신적 가치가 선행되어야 하며, 가시적인 물질적 풍요에 앞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인간의 내면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바람직한 미래의 한국사회가 정서적 따뜻함의 기류가 흐르고, 명석한 합리적 사유가 통하며, 미학적 경험이 소중하게 여겨지며, 인간적 품위가 풍기고 수준 높은 교양미로 가득 찬 성숙한 사회이어야 된다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이 유한하고 경제적인 외형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면, 정신적 공간은 무한하고, 정신적인 내면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 영혼이 죽은 육체는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 죽은 송장에 불과하다. 겉만 번드레한 사회가 아니라 내면이 깊고 아름다운 인간 사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의 한국사회는 우리의 내면의 지적 및 감성적인 정신적 교육의 계발, 문화적 함양의 가치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갖추어야 할 사물현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과 정확한 논리적 사유력이 중요하며, 세계와 인생의 문제를 거시적이고 원시안적인 차원에서 보고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오늘의 위기를 넘어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오늘을 통해서 내일을 보고, 나를 통해서 남을 아는 도덕적 감수성과 안목을 길러야 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간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의 편에서 우주 안의 인류를 보고, 협소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의 어두운 잠에서 깨어나서 세계 안의 민족과 내 나라를 인식하고, 사회공동체 안의 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눈을 떠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적 교육과 소양이 동시에 중요함을 의미하고.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함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는 한편으로는 자연과학을 모르고서 자연과 인간을 알았다고 말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존할 수조차도 없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학적 소양 없이는 인생과 그 의미, 자연과학과 과학기술의 문명에서 생존할 수 없거나 아니면 위험한 존재가 된다.           
  앞으로 인간이 인간 이외의 자연이란 생물체를 생각해서만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운명을 생각해서라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환경의 오염, 생태계 파괴 즉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사고이다. 자기중심적으로만 살아왔던 인류 문명은 오늘날 마침내 인류자신과 자연의 공멸, 문명과 자연의 죽음을 가져 올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상황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취직, 가정, 집단, 국가의 차원과 경계를 훌쩍 넘은 인류 전체의 문명과 생존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야만 하고 해결을 도모해야만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음을 의식해야만 한다.
  통이 커야 한다. 크고 넓고 높게 생각하고, 항상 보다 크고, 보다 넓고, 보다 높은 곳을 향해서 우리는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자아발견, 탐구,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한 세기, 아니 지난 반세기 동안 모든 분야에서 극심한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가 나름대로 성취한 결과를 뒤돌아 볼 때, 앞으로의 한국의 그림은 밝고, 한국의 국가적 및 민족적 모습은 씩씩하고 당당하다. 우리에게는 어떤 고난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 나가 극복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저력이 잠재해 있다.
  과거에도 자주 그래왔지만 지금 한국, 정확히 말해서 한국의 젊은이들은 역사적으로 어려운 고비에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오늘의 한국인도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언제나 그리고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오늘날 한국의 난국 극복과 미래의 운명은 우리 젊은이들의 지혜, 결단, 의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마음먹기 즉 영혼에 달려있다. 시대가, 사회가, 국가가 젊은 여러분들에게 도전해 오고 있다. 기죽지  말고, 좌절하지 않고 그러한 도전에 용감하고 냉철하게 응전하라. 삶은 도전과 응전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다. 삶의 진정한 보람은 바로 이러한 삶의 양식의 한 복판에서만 느껴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충대생들이여,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기죽지 말고 세계의 차원에서 내일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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