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를 전망하다 : 항공우주 - 이주진 원장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미래를 위한 투자, 우주개발
  세계적인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가 200년 이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사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우주가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는 미래 자원의 보고이자,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영토로 주목받고 있다.
  우주를 개발한다는 것은 인류의 활동영역을 지구상에서 지구 궤도 100 km 이상의 우주 영역까지 확대한다는 의미이다. 세계 각국은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황금을 찾아 서부로 향하던 골드러쉬(Gold Rush)처럼 ‘새로운 영토’를 선점하기 위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우주개발은 모든 과학기술이 결집되어 이루어내는 첨단과학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개발 국가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우주산업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선도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중국이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호의 발사 성공을 통해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산업 성장을 이룬 국가이미지를 탈피하고 과학강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각인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신용등급을 높인 것은 그 좋은 예이다.
  우주개발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국가 GDP가 9달러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톤(t) 당 가격을 비교했을 때 통신위성의 가격이 승용차 보다 300배에 달해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은 우주개발의 일차적인 효과를 나타낼 뿐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우주기술과 그 혜택은 우주기술의 잠재력에 비하면 극히 적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인공위성 없는 기상예측은 상상할 수 없으며, 기상위성과 지구관측위성은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위성중계방송과 위성DMB방송을 볼 수 있는 것도 우주개발의 혜택이며, GPS를 활용한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우주기술이 다른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파급효과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생활필수품인 정수기, 전자레인지, 의료용 검사기기인 CT, MRI, 연료전지 등은 모두 우주기술에서 온 것이다. 또한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지구환경과는 다른 우주환경을 이용해 신소재·신의약품 개발을 추진하는 등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우주기술의 유무는 한 나라의 경제와 산업, 그리고 지식수준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주선진국들은 물론 우주개발의 경험이 없는 나라들까지 앞 다투어 자국의 위성을 확보하고 우주기술력을 배양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우주개발은 이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그리고 국가안보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
  1957년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 발사와 1958년 미국의 익스플로러 1호 인공위성 발사로 시작된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경쟁은 이후 유럽, 아시아로 확산되며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세계 우주 산업은 미국, 러시아, EU, 중국, 일본 등 소수의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궤도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약 3천여개의 인공위성의 약 80%를 위성 선진 5개국이 점유하고 있으며, 우주 발사체의 경우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9개국만이 발사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7년 일본이 달 궤도선 ‘가구야’를 발사하며 아시아 우주 경쟁에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후, 중국과 인도가 ‘창어 1호’와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하며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선조우 7호를 발사해 세계 3번째로 우주유영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이란까지 인공위성을 자력 발사하며 우주 경쟁에 합류했다.
  21세기 우주시대의 도래를 대비하고 우주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등 우주 강국들은 경쟁적으로 우주탐사에 대한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과 화성 탐사에 나설 ‘오리온 우주 캡슐’ 모형을 공개했다. 앞으로는 국제 우주정거장, 행성 탐사, 달 탐사 등과 같은 대규모 우주 개발 사업들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의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개발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류의 꿈과 동경에서 출발한다. 과거 냉전시대의 국가안보를 주목적으로 한 우주개발에서 이제는 국가 위상과 과학기술력의 척도로서의 우주개발, 그리고 미래를 열어갈 신성장 동력산업으로서의 우주개발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우주후발국에서 우주독립국으로
  40여 년 전, 흑백 TV를 통해 전해지던 선진국들의 우주여행 소식은 우리 국민에게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국내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의 성공적인 발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현재 관측위성 분야에서는 세계 6-7위권, 발사체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과학위성인 우리별위성,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위성, 지구관측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그리고 KSR-Ⅰ에서 KSR-Ⅲ에 이르는 과학로켓 개발 등 선진국보다 40여년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이룬 성과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2009년 올해에는 전남 고흥에 우주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를 완공하고 이곳에서 우리가 개발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우리의 우주발사체인 KSLV-Ⅰ으로 발사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우주개발의 성과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위성을 자국의 힘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 우주개발의 자주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위성 발사 시설과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우주개발 계획을 선진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애써 개발한 우리의 위성기술이 노출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주센터의 건설과 우주발사체의 개발은 우주개발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 위성 발사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사실상 세계 10위권의 우주강국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나로 우주센터에서 수직 기립 시험 중인 KSLV-1 지상시험용 발사체
                     
  나로우주센터에서 수직 기립 시험 중인 KSLV-Ⅰ 지상시험용 발사체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 KSLV-Ⅰ의 발사와 함께 올해 또 하나의 우주 이벤트를 선사할 주인공은 통신해양기상위성이다. 국내에서 개발되는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은 통신시험, 해양탐사 및 기상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해양자원의 관리와 국가 재난 안전 관리체계 구축, 공공 목적의 위성통신망 구축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될 것이다.
              
  통신해양기상위성
  또한 2009년 10월에는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우주 전문가, 기업인 등 3천여 명이 참가하는 국제우주대회가 우리나라 대전에서 열린다. 국제우주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대한민국 우주기술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주강국을 향한 꿈, 그리고 도약
  첨단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21세기,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7년 6월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0년에 달 탐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발사하겠다는 원대한 한국형 우주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올해에는 우리나라 최초 국내위성 발사와 통신해양기상위성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010년에는 전천후 영상레이더를 탑재한 다목적실용위성5호, 2011년에는 초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는 전자광학카메라를 탑재한 다목적실용위성3호를 차례로 발사할 계획이다. 이후 KSLV-Ⅰ을 바탕으로 1500KG급의 실용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한국형발사체 KSLV-Ⅱ를 독자 개발함으로써 완전한 기술자립을 이룰 예정이다.

통신해양기상위성
  이러한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핵심 우주기술의 확보를 통해 자립개발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연구개발만으로는 안 된다. 인력자원과 산업기반의 확충 등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꿈과 희망을 지닌 우주 인재 양성에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을 우리는 차근차근 성취해 왔다. 20여 년 전, 우리나라는 이제 막 우주에 첫걸음을 내디딘 작은 나라에 불과했지만 이제 우주강국으로 가는 문턱에 와 있다. 2009년, 세계는 우리나라를 주목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역량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성공의 한 페이지를 남기고,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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