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어느덧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온 가족이 시골 고향을 향해 가는 설렘과 이들을 맞는 고향어른들의 환한 모습, 제사음식을 차리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는 단란한 풍경과 색동옷을 입고 세배를 드리는 정겨운 그림은 어느새 하나의 추억이 되어 버린 듯하다. 명절 연휴와 휴일이 겹치면서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 안달이다.
 고향의 모습은 잊은 채 너도나도 해외 여행을 혹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연일 술자리를 즐기는 모습들은 이제 결코 낯설지가 않다.
 설날 연휴동안 궁동에 넘쳐나는 젊은이들을 보며 기자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하루가 눈, 코 뜰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그렇기에 달력에서 몇 안 되는 빨간 날은 오랜만에 가족들의 얼굴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얼마나 황금 같은 시간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빨간 날들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해 안달이라니…
얼마 전 TV에서 우연히 본 광고가 생각난다. 새벽에 고등학생 자녀들이 밥을 먹고 나가고, 그 다음 시간에는 아버지가, 늦은 밤이 돼서야 삼촌이 들어와 식사를 하는 내용이었다.
 하루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이들에겐 없어 보였다. 하지만 광고에 비춰진 가족의 모습이 또한 우리의 일상적인 자화상이었다
 점점 더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어 지는 현실에서 오늘날 가족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운명 공동체라는 말이 무색하고, “즐거운 우리 집”이라는 동요의 가사에 코방귀를 뀐다.
 학과 생활이다. 동아리 생활이다. 학기 중에 무던히도 시간에 쫓겨 바쁘게 생활을 했다.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제 방학이 되어 넘쳐나는 시간 속에서 더없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친구들과의 여행,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빡빡한 아르바이트… 잠시 미루는 건 어떨까?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자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어쩌면 우리에게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신년계획이라면 더 나은 2004년이 될 것이라고 기자는 감히 희망해 본다.

 

이진경 기자
ljg416@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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