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에서는 2004년도 예산을 심의·책정하는 과정에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록금으로 인한 학생들과 학교의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들은 여전히 산재하다. 날치기 등록금 인상이라 일컬어지는 단기간에 진행되는 예산 심의와 책정, 목적이 불분명한 혹은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예산 책정, 매번 묵살되는 학생들의 민주적인 참여와 의결권 확보까지.
 여기에 더해 올해는 ‘등록금 예고제’의 실시까지 검토되고 있다. 4년 간의 등록금을 미리 공시해 입학 전에 판단할 수 있게 한다는 등록금 예고제의 취지는 일단 좋아 보인다. “등록금 수입의 상세한 예측이 가능하게 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대학살림을 꾸릴 수 있게 되고 학생들도 등록금 규모를 알게 됨으로써 장기적인 학비조달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대학입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무한경쟁을 뚫고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한 등록금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내 수험생이다. 입학당시 대학과 맺은 계약이라는 목줄은 앞으로의 등록금 책정에 어떠한 이의제기도 허용하지 않는다. 
 대학당국이 4년 간의 등록금을 책정하는데 있어서 참고한다는 자료는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도록 급변하는 세계경제상황 속에서 4년 앞을 내다보고 인상폭을 조정할 수 있다는 대학의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등록금 예고제는 대학의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부금, 발전기금 확보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 대학재정을 꾸리겠다는 의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재정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이 시정되지 않고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보다 앞서 등록금 예고제를 실시한 부산대, 대구교대 등에서는 학생측의 반발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 과정을 거치더라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제도를 학생측과는 단 한차례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대학본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고인 물은 썩는다 했다. 학생들의 의사를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정책을 논의, 집행하는 대학은 발전할 수 없다. 등록금 갈등이 있을 때마다 대학본부에서 주장하는 ‘대학의 발전을 위해’라는 말처럼 진정으로 대학이 발전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재고하기 바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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