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와 서열의 허실

  어린애들의 우스개 소리에 이런 것이 있다.
  "엄마 나 오늘 달리기에서 이등했어.", "어머 장하구나. 그래, 몇명이나 함께 달렸니?", "철이랑 나랑 둘이서", "뭐라고? 썰렁하다 얘!"
  우리가 다 아는 이 우스개의 웃음거리 요점은 이등이 곧 꼴찌라는 사실이다. 경쟁자가 한명밖에 없고 또 그 경쟁자에게 졌으면서도 굳이 이등했다고 말하는 어린애의 과장심리와 자기 자식이 무조건 일등하기만을 바라는 엄마의 어긋난 기대심리가 이 우스개의 실질적인 내용을 이루고 있다. 행여나 요즘의 우리 자신이 이와같은 우스개 소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바가 크다.
  최근 대학종합평가를 받은 7개 대학 가운데 본교가 3등을 했다고 한다. 특히 대학종합평가 인정제가 실시되는 첫해에 평가를 받겠다고 나선 대학이 전국 120여개 대학중 7개 대학뿐이었고 그 가운데에서 본교가 3등을 했으니 이는 어찌보면 7개 대학중 3등이 아닌 전국 대학중 3등이라는 환상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다. 해마다 입시전문 학원이 매기는 대학별 학과별 순위에서 본교가 차지하던 위치에 비하면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자랑스러운 기분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썰렁'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외부의 칭찬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부에서 고통받는 여러 문제들을 다 덮어주지는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과 그로 인한 고통이 현실로 남아있는 한 우리가 만족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같이 안과밖의 시각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예를 든다면 연구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도서관의 정기간행물과 실험실의 낡은 기자재, 놀이 문화에 잠식당하는 연구 공간과 주말이면 유흥장이 되어 버리는 교내 운동장, 족구를 위해 아무데나 네트대신 늘어 놓은 책상들, 때로는 경적까지 울리며 질주하는 차량 등등 우리 자신이 이러한 문제의 직ㆍ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면 이제는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3등이 3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안문영(독문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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