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ㆍ차도 구분없어 위험 노출

  지난 해에 정문에서 안전하지 못한 교통 사정으로 인해 2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 이후 학생들의 안전시설 설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시설당국의 아무런 대책이 없는 가운데 지난 1일 오후 5시 30분 경에 농과대 입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한 여학생이 차에 치어 전치 16주의 진단을 받는 일이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학교 안에서 인도를 따라 걷던 한수경(원예ㆍ1)양이 인도가 설치되지 않은 버스 정류장으로 나서다 되돌려 나가던 좌석버스에 치어 일어난 일이다. 만약 애당초 학교 안에서부터 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인도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한 학생이 다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학교는 현재 농과대 입구의 정류장뿐만 아니라 서문 앞에도 인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학교앞임에도 불구하고 속도제한을 하게 하는 어떠한 대책도 없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문에도 이러한 위험이 있으며 이에 제26대 총학생회에서는 지난달 29일에 정문, 동문, 서문에 안전시설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유성구청에 보냈다. 그러나 17일에 발표한 답변서에는 "정문, 동문, 서문 주변의 안전시설 요구는 기히 계획 수립되어 추진 중에 있다"라는 가히 추상적이며 소극적인 행정 태도가 엿보이는 답변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한양의 사고 이후 지난 3일 1시 30분경에 농과대 학생회에서도 유성구청에 방문하여 인도설치 및 주차장을 넓혀줄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유성 구청에서는 "정류장에 있는 105cm넓이의 U형 배수로를 복개해 주겠다"고 뒤늦게 밝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행정 태도를 보여 주었다. 농과대 학생회장 신일섭(농공ㆍ4)군은 "이미 예전에 충분히 요구하였던 부분임에도 이제서야 공사에 착수하는 학교측과 유성구청의 미루기식 행정이 학생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단지 배수로를 복개하는 것은 또다른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여주기식의 처사이며 현재의 주차장을 넓히고 인도를 만들어야 함이 당연하다"고 말해 끝까지 이 요구 안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표명했다.
  현재 문제제기되고 있는 농과대 입구의 버스 정류장은 1989년 8월 22일에 농과대 학생들의 편의제공을 목적으로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학생들의 편의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정류장은 안전한 인도가 없어 차도로 학생들이 다니게 되어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학교 당국이나 유성구청에서 대안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버스 정류장을 관리하는 시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해 무고한 한 여학생이 다리 신경이 끊어지고 발이 으스러지는등 전치 16주의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지난 1월 12일에 이미 5천만원의 예산이 버스 정류장 배수로 복개 공사비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유성구청은 조기착공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일을 처리하는, 그것도 단지 배수로 복개 공사만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학교 부총학생회장 김영덕(건축학ㆍ4)군은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되지 않아 불안한 학교가 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학교 행정은 고쳐져야 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정문에서 교통상의 미비로 인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여학생이 동문에서 버스에 치어 병원에 입원했다. 언제 또다시 이러한 위험으로 인해 몇 몇의 학생들이 다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현재 우리학교 병원에 입원해있는 한양은 "어서 빨리 회복되어 학교로 가고 싶다"면서 "조속한 시일내에 인도가 설치되어 다시는 나처럼 사고를 당하는 학생이 없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의 정문, 동문, 서문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학내에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 중심이 아닌 자동차 중심의 횡단보도며 주차장이 넓게 그어지기 시작했다. 즉 가장 인간 중심적이어야하는 학내에서조차도 안전하지 못한 환경으로 인해 학생들이 설 자리가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지금까지 보여왔던 학생의 안전과 복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학생들의 요구는 무시한 채 탁상식 행정만 일관해 오다가 급기야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일을 수습하는 행정 태도는 고쳐져야 한다. 이처럼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환경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국책대학 선정이니, 대학종합평가 3위니 하는 명목은 허실로 다가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학생들의 보행안전보다는 속력을 내며 달리게 하는 자동차 위주의 학교가 아닌, 인도가 없어 무고한 학생이 다치게 하는 그런 행정이 아닌 사람의 안전이 우선시 되는 학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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