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판결 '장애인 고용 촉진법'강제력 의미부여

  '신체발부 수지부모'의 유교적 관념이 강한 우리사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냉대는 고질적인 것이다. 이러한 차별, 특히 장애인의 취업을 가로막는 현실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촉진법 34조 2항은 2%이상의 장애인이 채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말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내 30대 기업의 장애인 고용율이 0.25%, 국가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정부투자기관의 장애인 고용율은 0.78%에 불과해 법정기준 2%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테두리 안에서도 장애인이 차별받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지난 88년 우리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정강용씨 역시 사회의 장애인 차별에 희생되었던 사람이다. 88년에서 90년사이 10여개의 일반 기업체에 응시했으나 계속 불합격 되었으며, 91년 총무처 7급 행정직 시험에 차석을 차지했으나 불합격, 93년 충청남도 7급 행정직 시험에서 41명 모집에 24등을 차지했으나 불합격, 불합격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정씨가 91년과 93년 공무원 시험에서 불합격된 이유는, 병역을 필한 응시자에게 일률적으로 부여하는 평균 5점의 가산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충청남도측은 2백9명의 7급과 9급공무원 시험채용인원중 2%인 4.18명의 장애인을 선발했어야만 했는데, 9급에서만 4명을 합격시켜, 0.18%는 버리고 사사오입을 주장하는 행정편의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에 정씨는 7급 공무원시험 시행 당국이 국가유공자 예우법 70조는  이행하면서 장애인고용촉진법 34조 2항은 지키지 않는다며 작년 2월 '7급 행정직 공개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청구및 임용절차 의무 불의행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달 17일까지 열번에 거친 심리를 마치고 지난 14일에는 이 문제에 관한 최종 결심이 있었다.
  지난 14일 오전 9시30분, 대전고등법원 앞에는 그동안 정씨의 외로운 법적투쟁에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정지강 목사)를 꾸려왔던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당국의 기만적 자세에 대한 대응이 전적으로 역부족하여 이번소송이 아무래도 기각당할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각후 배포할 성명서까지 미리 제작해 들고있는 사람도 눈에 띄였다. 정씨를 비롯한 이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결심이 있을 301호 법정으로 향했다.
  정각 10시, 쥐죽은듯 조용한 법정속으로 최병학 부장판사의 나즈막한 음성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최판사는 이번 사건에 많은 여론이 집중되어있고 중요한 판례를 남긴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조심스럽게 그간의 경과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9급, 7급 공무원 채용시험을 책임지는 단체장은 어느 직급에서 장애인을 고용할 것인가와 직무의 특수성을 마음대로 정할 재량은 없다. 2%의 장애인 고용 법정기준을 장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하기 위해 정해진 하한선이므로 4.18명은 5명으로 해석되야 한다. 이에 원고 정강용씨의 소송은 이의 있으며, 원고의 93년 불합격을 취소한다."
  예상을 뒤엎는 원고 승소판결이 나자 법정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정씨는 "고생했다, 축하한다"는 격려를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감격속에 법정을 나온 정씨와 공동대책위원회 사람들은 법원 정문앞에서 간단한 승소축하집회를 가졌다.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정씨는 소감을 이야기하는 순서에서 "저를 도와준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겨서 기쁩니다. 그동안 이 문제가 나하나의 문제로 치부될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이 문제는 결코 저 하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라며 기쁨속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고용에 차별이 없어야 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행정당국의 장애인 고용정책을 뒤엎는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 앞으로 공무원 시험에서 정씨처럼 능력은 있으면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은 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선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이 증명된만큼 중대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외로운 법정투쟁에서 승리한 정씨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사회진출의 벽을 느끼는 모든 장애인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이기도 하다. 행정당국의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강제한 이번 판결로서 장애인 고용문제뿐만 아니라 장애인 복지 전반에 걸친 사회적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함은 더욱 더 자명한 사실이다.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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