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봉사활동 기고 - 캄보디아 자원 봉사자 차혜린(영어영문 2)

 “우리는 하나의 오케스트라입니다. 각각 다른 악기이지만, 서로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냅시다.” - 김병수 단장님

 이번 동계 캄보디아 해외봉사에 지원한 80여명의 학우들 가운데, 각각 특색 있고 의욕이 넘치는 18명이 최종 선발되었다. 우리는 각각 다른 사람들이지만 같은 마음으로 모여 하나가 되었다. 출발 2개월 전부터 한글, 영어, 공작, 태권도 팀으로 나눠 각 팀별로 교육봉사를 계획하고, 학예회 때 공연할 탈춤, 부채춤, 그리고 전체합창 ‘아리랑’을 연습했다.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대단한 각오를 한 채, 15일간의 동화 같은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는 캄보디아. 끊임없는 내전과 이따금씩 총격전으로 불안정한 치안. 위생상태가 청결하지 못해 질병 발병률이 높은 나라. 하지만 캄캄한 밤하늘에 수놓인 반짝이는 별들, 눈만 마주쳐도 싱긋거리며 웃어주는 환한 미소들은 열악한 상황과 대조되어 더욱 캄보디아를 아름답게 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머무는 곳은 시엠립 주 ‘프놈크롬’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다일공동체’였다. 이는 한국인 목사가 건립한 곳인데, 그곳에서는 한 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점심을 제공하는 밥퍼 활동과 소보로 빵을 직접 구워 나눠주는 빵퍼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도와 밥퍼, 빵퍼 운동에 동참했다. 굶주린 아이들은 두번 세번 배식을 받고,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작은 비닐봉지에 밥을 담아갔다.


 캄보디아는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데, 우기에 대비하여 집들은 필로티 형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집을 지상에서 기둥으로 들어 올려 분리시켜, 대나무에 바나나 잎을 순차적으로 엮어 사(四)면을 덮고, 지붕엔 철판을 덧댄 형태다. 이러한 집은 2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바나나 잎을 교체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 작업을 맡았다. 2인1조로 분담해 순식간에 일을 끝낸 우리는 2년 뒤에도 우리가 교체해주자며 웃었다. 또 다일 공동체 안에 농구대를 세웠다. 흰색으로 도색한 농구대 뒤엔 자랑스러운 2008 충남대학교 해외 봉사단, 2명의 지도 선생님들과 18명의 봉사단원들의 이름을 썼다. 우리가 나눠 준 축구공, 배구공을 하늘높이 던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웃음소리는 하루 동안 쌓인 우리들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주었다.


 센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경기도 수원시 후원으로 세워진 초등학교가 있다. 그곳에 가서 학교 건물과 시소, 그네, 미끄럼틀을 페인트칠하고, 밋밋한 벽면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색동한복을 입은 아이들과 그들처럼 파릇파릇한 새싹을 그려 예쁜 벽화를 완성했다. 자랑스럽게 충남대학교 마크를 곁들여 ‘2008 충남대학교 해외봉사단’을 적고나니, 감격에 겨워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 정문 먼발치에서도 처음 본 우리들에게 ‘봉쓸라이(언니,오빠)’를 외치며 쪼르르 달려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각 팀별로 교육봉사를 했다. 한글팀은 아이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고, 그 사진에 한글로 이름을 적어주면서 ‘안녕하세요’와 사진을 건네주면서 ‘감사합니다’를 가르쳤다. 또한, 가족, 동물과 관련된 단어를 익히기 위해 ‘곰 세 마리’, ‘올챙이 송’ 율동을 가르쳤는데 아이들이 매우 재미있어 했다.
 영어팀은 알파벳을 가르쳤고 이름, 나이를 묻는 기초회화를 A, B담화문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또한 머리, 어깨, 무릎, 발 동요를 통해 신체부위를 익히고, 그들에게 익숙한 ‘작은 별’ 동요와 율동을 가르쳐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창문이 많지 않고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교실과 낡은 책·걸상일지라도 그들에겐 배움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공책에 받아 적고, 우렁찬 목소리로 따라 읽으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로 함께 했다. 그런 그들에게 ‘Good!’도장도 찍어주고, 별, 하트모양 스티커도 붙여주며, 사탕도 쥐어주니,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했다.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모습이 흡사 날개 없는 천사의 모습과도 같았다.


 공작팀은 고무찰흙으로 여러 모양 만들기, 종이접기, 학예회 때 쓸 탈 제작, 물에 풀어 종이에 찍으면 기이한 모양이 나오는 마블링, 크고 작은 비눗방울, 색종이와 수수깡으로 만든 바람개비, 가오리, 방패연 날리기, 그림그리기, 왕관, 강아지 풍선아트 등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했고, 재밌고 신나는 시간을 함께 했다. 특히, 연을 하늘높이 날리며 해맑은 웃음으로 세차게 달려 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들의 꿈도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오르길 바랐다.
 운동장에선 크나큰 기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100명의 새싹들이 모인 혈기왕성한 운동장엔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새겨진 흰색 도복을 입은 태권도 팀이 함께 했다. ‘차렷, 경례, 태권!’으로 기본예절을 가르치고, 주먹 지르기, 발차기, 품새 교육 등으로 한국의 고유한 전통을 전파했다. 의외로 아이들의 실력이 대단했고, 그들의 희망의 발차기는 해질 무렵에도 계속되었다.


 저녁식사 후엔, 미리 준비해간 빔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뽀로로’, ‘톰과 제리’와 같은 영상물을 상영해주고, 늦은 밤엔 모두 둘러 앉아 하루 동안 행했던 노력봉사의 진행상황 및 각 팀별 교육봉사 내용을 보고하고, 부족한 점의 개선방향을 서로 논의하는 일일평가회 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동안의 교육봉사의 결실을 맺는 학예회 당일, 각 팀은 아이들과 함께 훌륭하게 공연을 마쳤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단아한 자태로 부채춤을 췄던 여 단원들, 우스꽝스러운 탈을 쓰고 ‘혹부리 영감’ 탈춤을 멋지게 해낸 남 단원들,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자랑스러운 ‘아리랑’을 합창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리들의 사랑이 깊어갈 때쯤, 봉사활동도 어느덧 마침표를 찍을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다 같이 톤레샤프 호수로 가서 일출을 보았다. 한국에 뜨는 해나 캄보디아에 뜨는 해나 유일무이한 같은 해이지만, 우리에겐 캄보디아에서 보는 해는 분명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탐방하는 것도 이색적이었고, 보는 곳마다 너무나 아름다워 형용할 수 없는 그림 같은 풍경에 벌어진 입을 닫게 할 길은 없었다.


 2주 동안 우리 눈이 보는 곳, 우리 손길이 닿은 곳, 우리 마음이 통한 곳에 집중했고, 눈으로 본 만큼 가슴으로 느낀 것이 많아서 보람을 느낀다. 힘들고 지칠 텐데도 내색 없이 항상 웃으며 열심히 하는 단원들을 보면서, 비단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서로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는 서로가 더 성숙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거라 확신한다. 봉사활동은 ‘End’일지라도 그들과 함께한 추억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영원히 ‘and’일 것이다. Forget ‘us’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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