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꿈안고 땅일구는 행복인

  "자신의 권리를 잃고 가장 억압받는 계층이 농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많은 수탈을 받았고 자신의 몫을 위한 목소리 또한 제대로 내지 못했습니다. 우리 땅을 지키고 가꿀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났습니다."
  지금 전국농민회총연맹 충청남도연맹 논산지역(이하 농민회)정책실 차장을 담당하고 있는 안태엽(34)씨는 숭실대학교 철학과 81학번이지만 국가 보안법이라는 허울에 걸려 희생된 제적생이다. 안씨는 89년도 수세 폐지 운동을 계기로 농사일을 시작하며 농민운동에 뛰어 들었다.
  "농민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농사에 관해 어른들보다 아는 것은 없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농민운동을 하게 된다면 농민들의 가슴에 공허한 소리 밖에 내지 못 할테니까요. 농민대중과의 접촉을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안씨는 벼농사, 고추농사, 특수작물로 버섯과 농민회관 4명이 공동 경작하는 수박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힘들여 지은 수박이 제 값을 받지 못할 것 같다며 허탈한 웃음을 보인다.
  "농민들은 농민회가 무슨일이든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되기를 원합니다. 큰 일이 있을때 농민회가 한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을 할 때면 가장 힘들고 어렵습니다. 농민회를 해결사로 보기보다는 함께 참여해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주인된 정신을 가져야 할것 같습니다."
  안씨는 마을을 순회하며 학습을 할 때, 마을 어른들이 농삿일에 거칠어진 손으로 자신의 손을 감싸며 '젊은 사람이 농촌을 지키고 있어 고맙다'고 할 때면 마음이 뿌듯하고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정보의 농업정책이 농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한 예로 정부에서는 지나치게 기계화를 주장하지만, 지금같이 값비싼 농기계는 실제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민의 입장에서 농업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가지고 끝없이 연구를 해야할 것입니다."
  안씨는 세살짜리 큰 아들 중철에게 농업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두월에서 농사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안씨가 가장 어리기 때문에 중철나이의 또래가 없어 대인관계가 걱정된단다. 또한 주위의 세개 국민학교 중 가장 가까운 학교가 4킬로나 떨어져있다. 더욱이 그중 하나는 분교화될 상황에 놓여 있어 이농현상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어머니의 도움과 일에 대한 보람으로 자신의 일에 대한 후회는 해 본적이 없다는 안씨는 세가지 소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완전한 민주주의 틀속에서 직선제 이장을 선출하는 것이고, 둘째는 큰 아들 중철에게 농삿일을 물려주고 그 아이가 아무 부끄러움없이 아버지도 농민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통일조국 품속에서 살아보는 것입니다."
  안씨가 밝은 햇살을 받으며 큰 아들과 함께 통일의 쌀을 수확하는 가을 벌판의 풍성함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

 김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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