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2편의 원고를 넘겨받았으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이 수준 미달이었다. 우선 소재와 주제들이 빈약했으며,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문장력도 제대로 갖추어 있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문장력이라는 것은 많은 독서와 꾸준한 노력에 의해서만 갖추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해밍웨이와 같은 애가도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장면을 20회이상 고쳐쓰고, '노인과 바다'를 출판사에 넘기기 전에 200번이나 읽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12편중 당선작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쉬우나 가작 한편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손정숙의 "봄이 오면"은 주제가 뚜렷하고 시종 흐트러짐이 없이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으어 짜임새가 있었다. 문장도 12편중 가장 세련되어 보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끝부분이 좀 약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본 문학상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문학상 현상몾비 공고를 보고 즉흥적으로 펜을 들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꾸준한 글쓰기 연습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피나는 노력만이 매사에 있어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의(영문ㆍ교수)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느낀 소감을 일단은 밝히자면, 그동안 주류를 형성해온, 현실비판정신을 담은 시들이 퇴조하는 대신, 시적 언술에 사변적인 요소들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문화 경향, 추상어의 남용, 시상 전개의 모호성도 그러려니와 언어의 경제성을 무시한 요설투의 표현도 적지 않아 선자들을 당혹케하였다. 더욱이 원고지가 ㅇ니라 일반용지에 성의없이 쓰여진 일부 응모작들을 보면서 이러한 경향이 혹 최근 문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시를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귀향일기' '사고법'과 같은 작품을 선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당선작 귀향일기'는 간이 정류장의 풍경과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회상이 오버랩되면서 매우 따뜻한 서정의 세계를 형성화하고 있다. '사고법'은 시의 발상이 매우 참신하였으나 관념어의 나열과 특히 시 결구에 문제점이 드러나 부득이 가작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밖에 '아버지의 산수'는 야심작이었으나, 시의 실험적 요소들이 오히려 시의 심미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 '치사랑'과 '우울한 자화상 1' 'J레코드에 바침' '정금을 향해 날으는 구슬처럼' 등은 단조로운 시상과 표현 상의무리가 지적되어 부득이 선외로 밀려나고 말았다.
 응모자들의 더 큰 분발과 정진을 기도한다.

 최원규(국문ㆍ교수)
 손종호(국문ㆍ부교수)


 평론
 선자에게 넘겨진 작품은 세 편에 불과했다. 이처럼 양으로서는 적었지만 작품수준으로서는 예년에 비해 매우 괄목할만한 것들이어서 선자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먼저 허정의 '수평적인 연대, 수직적인 깊이'는 최근에 등단한 이종록이라는 시인의 첫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를 주된 논의 대상으로 하여 90년대 이후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경향을 비판적으로 진단한 참신성이 돋보이는 글이다. 특히 뚜렷한 문제의식과 그것을 논리적으로 밀고나가는 탄탄한 구성력, 그리고 세련된 문장력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역량있는 평론가로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다소 평면적인 논리전개라든가 주관적 어휘의 사용은 앞으로의 충분한 습작과 공부를 통해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또 손재중의 '박목월론'은 박목월 작품에 나타나는 시정신의 변모과정을 재검토한 글이다. 필자는 여기서 종래까지 박목월이 여러 차례에 걸친 변모를 시도한 작가로서 알려진 고정관념을 깨고 작가의 기본바탕은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을 양측으로 하는 변하지 않는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변모란 단순한 소재적 변화를 지칭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언뜻 보기엔 재치있는 내용으로 보이나 사실 지금껏 논의되어온 몇몇 학자들 -김윤식 등-의 기존 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참신성과 독창성이 부족한 아쉬움이 남는 글이었다.
 마지막으로 성은주의 '현실의 방법적 대응으로서의 시인의 언어와 그 자리옮김'은 일관된 주제의식은 돋보이나, 그 주제를 이끌어가는 글의 짜임이 다소 산만하고 대상으로 택한 작품들이 대부분 현실참여적인 작품들로 한정되어 시각의 개방성과 객관성을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 글이다. 꼼꼼한 텍스트 읽기의 역량으로 보아 좀 더 노력하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선자는 허정의 '수평적인 연대, 수직적인 깊이'를 당선작으로 손재중의 '박목월론'을 가작으로 민다. 아무쪼록 지속적인 정진을 당부하는 바이다.

 송백헌(국문ㆍ교수)


 소설
 당선작을 내지 못해서 아쉽다. 우리에게 넘어 온 작품들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초점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고권적인 용어를 빌린다면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다. 장편에서와 달리 단편소설에서는 사건들이 논리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구체적인 경험과 거리가 먼 추상적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단편소설을 쓰려는 학생들에게 단편소설의 구성에 대해서 공부하라고 그리고 독자의 경험에 맞닿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쓰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읽은 열두 편 중에서 "귀향"이 가장 나은 작품이었다.
 여인 문제로 실의에 빠져 외향을 탔다가 6개월 후 귀국한 주인공이 수덕사에 가게 된다. 그는 거기서 "경진교"라는 화두에 접하여 그 의미를 해득해 간다. 주인공은 이 화두의 의미를 여인에 대한 그의 고뇌에 결부시키고 있는데, 여인에 대한 그의 번민은 소홀히 다루어진 반면 화두에 대한 부분은 너무 장황하다. 이러한 불균형으로 인해서 주인공의 고뇌와 화두의 의미가 밀착되지 못했고, 그 결과 작품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최재석(영문ㆍ교수)
 김병욱(국문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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