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대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귀향일기

 내소사 간이 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내소사 간이 정류장 자판기는
 뜨거우나 따스하지 못했다. 개 지는 소리에 쫓겨버린
 산사의 침묵이 외투깃에 스미면, 아버지는
 근동 몇개 부락의 희로애락이 담긴 편지를 배달하곤
 빈 우편가방 가득 추위를 담아 오셨다.
 알 수 없는 떨림이 감나무 잎들과 뒤섞여
 담장마다 숨어들면,
 끝내 버스는 오지 않을 것 같다

 혼자서지 못하는 억새도 겨울 밤이 오면
 저희끼리 몸 부비며 어둠속에서 있어
 어릴 적 할머니 품속같은 내소사 뒷길 걷다말고
 바람끝에 묻어오는 소리
 아버지! 이길의 끝은 어딜까요
 
 연탄국멍에서 피어난 몇개의 열기로
 추위에 뒤틀린 구두를 말리셨던 아버지 뒷모습 가까이
 체온보다 뜨거운 눈이 내렸음
 다 되어가는 백열등 사이
 어둠이 촘촘이 내려 아버지 낯빛까지 어두웠다
 
 늦게 온 막차는 거스름 돈이 없어도 좋다

 어둠 밖에서 불쑥 가디뻗어 차창을 그어대는
 가로수의 짧은 분절음 사이, 바람든 무우처럼
 버려진 불빛 몇개만이 마을을 표시하듯
 차라리 모든 그리움끝은 이렇게 평온 한 걸까


 당선소감
 

 목련이 지는 대신 파란 잎들이 인문대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 거기에 주인이 찾이 않는 자전거가 며및째 방치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러 나는 찾이 않고 버려진 자전거처럼, 방치되고 싶은 때가 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고 누구나 다 한번쯤, 생각해보는 문제인 것 같다.
 원고를 보내놓고, 후배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후배는 술을 따라 주었고, 나는 술을 마셨다.
 많은 것들이 변해 버렸다.
 지켜야 될 것의 범주는 차츰 변해가고, 나를 지켜보아주던 사람들도 이젠 선배보다는 후배가 훨씬 많아졌다.
 가끔, 아주 가끔은 3년이라는 공백속에 막 벗어난 현실의 문제가 나를 귀찮게 한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나를 괴롭게 하고.
 또 두 명의 후배가 학교를 떠났다.
 감당키 힘든 자신의 문제 앞에서, 난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해 줄수 없었다. 아니 해 줄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는 문학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될 현실의 문제다.
 선배나 후배가 문학상의 당선소감을 쓰고 있으며, 난 나 나름대로 소감문을 써서 내 가슴에 띄워보내곤 했다. 하지만 막상 쓰려니 써지지 않는다. 미흡한 소품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께 깊은 감사 드린다. 그리고 항상 나를  지켜봐 주는 원광문학회 식구들과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이승수<원광대ㆍ국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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