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특별사면의 허와실

  정부는 지난달 15일, 해방 50주년기념 특별대사면(이하 특사)을 단행하였다. 김영삼대통령은 "광복 50주년을 맞아 과거를 청산하고 다같이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뜻에서···"라고 밝히고 있다. 정치권, 경제사범, 공직자에서부터 청년, 노동자 그리고 43년 10개월의 형기를 산 세계최장기수 김선명씨에 이르기까지 3천1백69명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대사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8ㆍ15특사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국민대화합'이 아닌 '국민대기만'이었다. 김영삼정권이 출범할 당시 사정대상이었던 이른바 권력형비리 관련인사가 이번 특사의 주요 사면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특사의 대상자는 크게 권력형 비리 관련인사와 민주세력으로 구분지어 볼 수 있다. 권력형비리 관련인사들은 다시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된 박철언 전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한전뇌물수수사건'에 연루된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을 비롯한 여러 재벌총수등 경제인, 그리고 이건개 전고검장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이렇게 세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김영삼정권 초기에 개혁의 분위기 속에서 사정대상이 되었었다. 이들이 다시 사면ㆍ복권되는 것은 김영삼정권이 개혁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민주진영의 경우 민주화 실천가족운동협의회에서 집계한 양심수 4백65명중 5%에 불과한 25명이 풀려났다. 풀려난 세계최장기수 김선명씨와 안학섭씨 한장호씨를 제외하고도 현재 감옥에는 60살이상의 고령장기수만 42명이나 있고 그들중 20년이상 장기 복역중인 사람이 24명이나 된다. 이들엔 이번 8.15특사에서 어떠한 감형조치도 없었다.
  전대협출신 중에서는 김종식 전대협 5기 의장을 비롯해 4명이 출소하였다. 그런데 김의장보다 먼저 구속되고 잔여 형기가 3개월가량 남은 송갑석 전대협 4기 의장은 이번 사면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작가 황석영씨나 박노해시인도 이번 특사에서 빠졌는데 이는 양심수에 대한 사면이 아무런 원칙이 없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더욱이 풀려난 25명중 7명을 제외한 18명은 1년안에 형기만기로 출소할 예정이었다. 양심수사면이 아주 기만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사면의 본질은 결국 정권을 수구보수세력으로 강화시키려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김영삼정부는 오는 10월 3일, 개천절을 기해 다시금 천만명을 사면ㆍ복권시킬 예정이라 한다. 원칙없이 정권안보용으로 사면조치를 악용한 정권이 진정 정의에 기초한 사면조치를 취할 것인지 두고봐야 할 것이다.

 송기선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