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 구교단식단'의 나동현 군을 만나

  "4일간 단식을 하고 있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나의 생활이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건이 부서지면 이를 고쳐쓰듯,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한 실천일 따름이죠."
  지난달 19일부터 우리학교 단과대 학생회장과 과학생회장등 22명이 5.18 책임자 처벌을 위한 단식투쟁을 진행했었다. 그 가운데 단식을 하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열심히 뛰어다녔던 나동현(자행ㆍ3)군은 과학생회장의 일까지 겹쳐 몹시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광주 망월동에 참배 갔었던 일, 조선대에서 열렸던 한총련 출범식에 호응의 박수를 보내던 광주시민들. 이런 경험들 때문에 '80년 광주'를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는 나군은 단식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단식은 수위가 가장 높은 투쟁입니다. 그리고 단식자는 일종의 깃발같은 역할을 하죠. 즉 학우들이 우리를 보며 5월 문제를 느끼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배고픔이 없지 않다는 나군은 분명 못먹는 것과 안먹은 것은 다르고, 몸은 깔아지지만 기분은 한결 좋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80년 광주에 대해 힘주어 말하기 시작했다. "당시 민중들의 올바름에 대한 욕구를 군인들이 꺾었죠. 이를 배경으로 탄생한 정권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광주민중을 '폭도'라고 왜곡했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단죄하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 아닙니까?" 이러한 의미에서 전ㆍ노일당 처단도 중요하지만 태생적 한계가 분명한 현정권의 심판도 중요하다는 말을 이어갔다.
  욕된 역사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고통을 후손들에게 대물림 해서는 안된다고 다짐했다는 나군은 ‘잘못된 것은 고친다’라는 학우들의 요구가 모여진다면 학살자를 처벌하는데 있어 이번처럼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의 폭력성과 시민들의 반응을 볼 때 87년 6월의 역사적 교훈이 그려집니다. 그러나 아직도 자기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가 우리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학우들을 볼 때면 안타깝습니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나군. 거리에 나서고 돌맹이를 던지는 것만이 실천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단식기간 중에 믿음으로 자신을 지켜봐준 학우들에게 고맙다는 말 또한 빠뜨리지 않았다.
  "단식을 풀면 '이거 사준다, 저거 사준다'라고 약속한 주변사람들이 약속을 지켜준다면 한달은 배불리 먹고 살겁니다"라며 밝게 웃는 나군의 경우처럼 잘못된 역사와 이를 고치려하지 않는 위정자들 때문에 이땅의 젊은이들이 밥을 굶는 일, 지구상에서 이 땅 말고 찾아보기 힘든 이런 일이 더이상 없어야겠다.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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