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범벅에 숨통 끊어진 청정해역

  시프린스호가 좌초된지 2개월, 그리고 또 다시 부산 앞바다 유조선 유일호 침몰, 대책없는 적조현상.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남해안은 소리없는 몸살을 앓고 있다. 시프린스호 사고 두달째를 접어드면서 어민들의 삶을 가슴으로 담아보았다.         - 편집자주 -
 
 

  우리나라의 삼면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5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역사와 함께 바다는 호흡하며 생명의 터전을 일구어 왔다. 특히 자체적으로 석유를 공급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우리의 바다는 외국의 석유를 우리나라로 옮겨주는 역할도 담당해왔다.
  그러나, 85년 경북 구룡포 앞바다에서 천일호의 좌초를 비롯하여 최근 시프린스호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기름유출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수차례의 대형유류선박 사고를 거치고도 정부는 환경복구 보다는 근시안적인 대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환경복구에 온갖 힘을 기울이는 선진국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89년 3월 알래스카에서 발데스호 유출사고가 나자, 발데스호의 모회사인 엑슨사는 기름묻은 수달과 조류를 닦아주는 등 6개월간 700여명의 전문가를 동원하여 생태계 복구에 안간힘을 쏟은 바 있다. 그러나 시프린스호 좌초 이후, 호유해운의 모회사인 LG그룹은 기업의 이미지 구축에만 몰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오히려 LG는 광고압력을 통해 국내의 초대형 사고에 대한 언론보도를 축소하고, 시프린스호가 4천억 보험에 가입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4천억은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그동안의 보상체계에서 보듯 뜬구름에 불과하다. LG보다 한술 더 떠서 환경오염을 가속화 시킨 것은 정부의 유처리제 살포였다. 유처리제는 자체적으로는 독성이 없으나 기름과 결합하면 기름을 분해시켜 해저로 가라앉아 생물체에 코팅작용을 한다. 외국에서는 생명체의 호흡을 차단하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유처리제의 독성을 들어 사용을 절대 금지하고 있는 형편이며 국내의 전문가들도 어패류 양식장과 어장에 사용할 경우 해저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시프린스호사건 이후 두 달 만에 일어난 부산의 유일호 사건에서도 해양경찰은 안이한 태도로 다시 유처리제를 대량 살포하여 바다를 질식시키고 있다. 원유가 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해양유류 운송작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할 확률 역시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계속적인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제체계를 확립하고, 해상 오염피해 보상의 해결을 위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일을 추진할 때가 되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어민들은 황금어장을 잃어버린채 울분만을 토해내고 있다. 보험회사를 앞으로 내세우고 숨어있는 LG와 무책임한 정부는 이러한 어민들의 흐느낌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글 : 이제원, 김혜령 기자
사진 : 이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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