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의 '대어'를 낚아올리자

  세계화니 개방화니 해서 열 수 있는 문은 다 열어놓고 왜 일본문화만 유독 거부하는 걸까?, 우리 TV프로그램 모방 제1순위가 일본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우리는 거의 1년에 한번쯤은 연례행서처럼 TV프로그램의 "왜색"을 이야기 하는지?, 한국사회에서 왜색문화가 TV에만 국한되어 있는가?, 우리사회에서 일본문화와 구별되는 우리(한국) 문화라는 것이 있기나 한건가?

서울과 차별없는 동경거리와 TV포미광고의 충격
  필자는 지난 88년도에 YMCA프로그램 때문에 동경에서 1주일간 머문 적이 있다.
  그때 3가지 충격을 받았는데 첫번째가 서울인지 동경인지 알 수 없는 거리의 모습이고, 두번째가 야하기 그지없는 TV프로그램이었으며, 그리고 마지막이자 본인으로서는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이 그 당시 한국 TV광고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포미선전이 일본TV에서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선전을 보는 순간, "아니, 일본 TV광고가 한국의 광고를 그대로 모방했잖아! 나쁜놈들."이라는 생각보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굉장히 세련된 광고라고 생각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문화 식민주의에 찌든 식민지 백성이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던 그런 나의 경험은 지난 88년의 일이었다.
  그후 7년이 지난 지금, 간혹 일본에 가는 친구나 후배에게 지난 나의 경험과 똑같은 경험담을 고백받게 된다. 아니, 그런 고백이 아니라도 위성 TV채널을 통해 우리는 항상 일본과 호흡하고 있다.

쇼ㆍ오락프로그램 속의 일본문화
  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쇼ㆍ오락프로그램 속에서 일본문화를 보는가? 본다면 그 일본문화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또한 그 일본문화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나는 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쇼ㆍ오락프로그램속에 일본문화를 가려낼 수 있는 한국문화가 과연 기본적으로 있기나 한가? 나의 답은 없다이다.- 한국인이 한국말로 진행한다고 해서 그것이 한국문화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겠는가! - 무엇에서 무엇을 가려낸다는 것은 기본적인 그 무엇이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쇼ㆍ오락프로그램에 우리 것이 없는데 어떻게 일본문화를 가려낼 수 있겠는가.
  나는 현재 진행중인 쇼ㆍ오락프로그램을 3가지로 분류하고 싶다.
  가무(歌舞)로 이루어진 쇼프로그램, 게임이나 재치문답을 위주로한 흥미성 오락프로그램, 세계문화기행이나 물건 감정등으로 진행되는 문화성 오락프로그램이다. 이 3가지 종류의 프로그램에 일본문화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그것은 프로그램의 기본들을 복제하여 방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몇년 전만 해도 일부 프로듀서들이 일본 프로그램을 베껴서 방영한다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반신반의 했지만 지금은 일본에 가는 것은 제주도에 가는 만큼 쉬워졌고 위성방송 등을 통해 일본프로그램과 호흡하고 있는 시대라 바로 채널을 틀면 구성이나 진행방식이 너무나 같은 일본 쇼 프로그램으로 "베낌"은 당장 드러나게 된다.
  이런 일본문화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왜색이 아니면 미색(美色)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 문화의 현실인데 왜 굳이 왜색만을 문제 삼는지 한편으로 식민의 시대를 거친 역사적 배경으로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열릴대로 다 열린 문을 제대로 닫지도 못하고 양손으로 잡고만 있는 격인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고 한심스럽다.

왜색의 물결을 넘어 한국문화의 파도를 일으키자.
  서태지 바람이 불던 얼마 전, 모 방송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이 "저는 통일이 안되기를 바랬는데요, 태지 오빠가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하니까 꼭 통일이 되었으면 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대중가수(문화)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충격과 더불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는 TV프로그램에 나타나는 일본문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의 부재와 외국문화에 의한 식민화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왜색문화의 극복을 위해서는 한국문화의 파도를 일으켜야 한다.
  태지오빠라는 강풍을 한국문화 강풍으로 만들어 가야 하며 이를 대학문화의 큰 과제로 삼고 노력하는 모임들이 자꾸 만들어져야 한다.
  학생들이여, 미래의 가수여, 우리 한번 한국문화의 큰 파도를 만들어 보자.

 

박정현<대전YMCA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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