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발전의 과제, 학과통합

  우리나라 대학교육과 연구의 여건이 선진국에 비교해 볼 때 매우 열악하다는 것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세계의 개방화 물결에 따라 교육시장의 개방은 바로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내실화를 위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교육여건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가장 효율적인 대학의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정부는 지난 5월 31일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개혁안에서 교육 당국은 대학운영의 자율화, 연구여건의 세계화등의 정책으로 문화창조의 산실로의 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의 틀, 새로운 교육의 물길이 강조되고 있으며, 교육이 공급자 중심의 경직된 교육에서 탈피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대학 교육의 개혁을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되어 있다. 교육개혁안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대로 우선 대학에 실질적인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 또한 열악한 교육환경의 개선을 위하여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하며, 대학의 조직체계가 효율적인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조직체계의 합리적인 개편에는 유사학과의 통합을 통한 학부제의 시행이 우선되어 추진되고 있다. 이미 66개 대학이 96학년도에 통합된 학부로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결정, 공표하였으며, 14개 대학이 준비중에 있다.
  이에 본인은 대학조직의 개편을 통한 대학의 발전에 관해 이미 우리 대학에서도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학과통합을 통한 학부제로의 전환을 지지하는 의견을 개진해 보고자 한다. 여기에서 학부제라 함은 장기적으로 보아 단과대학을 초월하는 유사학과의 통합임을 언급해 둔다. 현재 학과통합에는 준비 상태에 따른 시기상의 문제, 취업 또는 학문분야에 연계된 인기, 비인기 전공의 문제, 구성원들의 합의도출 문제등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나, 이는 학과 통합이 교육과 연구 여건의 개선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 인식된다면 어렵지 않게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학부제의 장점으로는 첫째, 교과과정의 운영이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전환되어 학생들의 전공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으며, 복수 전공제가 효과적으로 실시될 경우 교육당국에서 표방하고 있는 수요자 중심의 열린 교육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그간 학과의 세분화에 따라 학과간에 두텁게 형성되었던 벽이 허물어져 교육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부제가 실시되고 교수의 충원이 확대되면 교수의 강의 시수가 경감되고 시간강사의 의존율이 낮아져 교육의 내실화와 교육의 전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로 교수 연구 여건의 개선을 들 수 있다. 현재 우리 대학에서는 교수 수가 10명 미만인 학과가 87%에 이르고 있으며, 그중 5명 미만인 학과도 24개(25.5%)나 되며, 이는 '94년 이후에 신설된 3개 학과(사회복지학과, 컴퓨터공학교육과, 무용학과)를 제외하더라도 매우 높은 비율이다.
  학과에서 한학기에 개설되는 전공 교과목이 대학원 교과목을 제외하고도 40학점 내외로, 이의 개설을 위하여 13-14명의 교수가 요구되는데 비추어 볼 때, 교수 수의 부족으로 인한 강의부담이 매우 큰 실정이다. 이는 교수연구의 질적수준 향상에 절대적 장애요인이 되고 있으며, 교수 수의 부족에 따라 많은 교과목을 시간강사가 담당하게 됨으로써 교육의 질적 저하도 초래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과 연구의 내실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학부제가 도입된다면 유사 교과목의 통합 운영으로 이러한 문제가 많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사교과목의 통합으로 인한 책임시수의 부족이나 전공과목 배정의 문제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책임시수의 감축, 집단 강의제, 교수 안식년제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유사한 학문계열의 통합 운영으로 학제간의 공동연구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은 지정학적으로 보아 우리나라 중부권의 중심대학으로서 장기적으로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분야별 특성화가 요구되고 있으나 전공 분야가 현재처럼 학과에 따라 수퍼마켓식으로 흩어져 있을 경우 고도로 분화, 발전하고 있는 학문의 추세에 따르지 못하여 경쟁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학부제가 추천될 경우 학부마다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의 저변 확대가 이루어져 효율적인 공동 연구 체제의 구축을 통한 경쟁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학부제가 실시될 경우 행정 인력의 학부 배치를 통해 행정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으며, 현재 행정업무에 투입된 조교가 연구실에 배치됨으로써 교수의 연구 여건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의 조교 수는 유급조교와 실습조교를 합쳐 4백명에 이르고 있으나, 대부분의 유급조교가 행정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학부가 행정의 주체가 되고 행정 인력이 배치될 경우 조교가 본연의 업무인 연구에 투입되어 연구 효율이 크게 증진될 것이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학부제가 완전히 정착되면 학부와 대학 본부가 직접 연결됨으로써 보직교수 수의 감축과 행정의 간소화를 통해 예산의 절감과 함께 효율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학부제의 도입과 그의 정착을 위해서는 학부제 시행을 위한 새로운 학칙의 제정, 교과과정의 전면개편, 학점관리의 공정성 확보 등 많은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추진기구의 설립이 요청된다. 또한 이를 뒷받침해줄 시설의 확충이 이루어져야 하며, 교수와 조교 요원의 확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집단 이기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로 학부제로의 전환을 통한 대학의 발전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방재욱(생물ㆍ교수)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