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맞춘(?) 공안탄압, 그러나 진실은 밝혀진다

  싸늘한 늦가을의 바람을 타고 학내도 때맞춰(?) 공안탄압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우리학교 학생인 서영완(영문.91), 서지원(경제.90), 정구영(회계.90)등 6명과 군복무중인 이재윤(경영.92), 박찬희(경제.92)등 12명이 각각 안기부와 기무사에 강제 연행된 것이다. 연행 이유는 경찰측의 1차 수사발표 결과 "민족충대 활동가 조직"이라는 이적단체를 결성, 북한영화상영, 김일성 사망 애도 대자보 부착등의 북한 고무 찬양, 학생회 배후조정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이다. 이 사건은 구속학생이 우리학교 학생이라는 점과 우리학교에서 이러한 일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올 하반기 정세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번 사건이 커다란 맥락에서 현 정부가 겪고 있는 수세국면에서 기인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수세국면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먼저 김영삼 정부는 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컫는 지자체 선거에서 패배했다. 국회에서 민자당이 근소한 차로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지차제 선거의 패배는 국민의 뜻이 집권당인 민자당을 져버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민심이 어수선해질대로 어수선해졌다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참사, 중부지역의 수해, 남해안의 기름유출 사고에 이은 적조피해등 계속적으로 겹친 천재와 인재에 국민의 마음도 현정부에게서 떠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5.18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여론에 정부측에서 다시 한번 당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9월에 개회된 국회에서 5.18특별법 제정 안건은 여당과 야당간의 날카로운 쟁점사항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전국적으로 학생, 종교인, 법조인, 의사, 교수 등의 전국민적인 학살자처벌 의지가 들끓고 있다. 우리학교에서도 지난 9월 29일과 30일 양일간 동맹휴업을 했고 9월 29일 시위에서는 1천 4백여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는등 그 어떤 대학보다도 뜨겁게 일어났었다.
  우리나라의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역대 정권에 있어서(용공사건=정권안정)이라는 좋은 현실 이었음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북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으며 국가안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정권의 총체적 수세국면인 이때 "민족충대 활동가 조직"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하다. 올해 발생한 조직사건 9건중 5건이 지자제 선거 직전에 일어났다는 것도 같은 맥락의 예이다.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정세속에서 우리학교 학생들을 '주사파'로 규정하여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한다는 것은 이러한 국민적 정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현재 경찰의 1차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우리학교 총학생회를 포함한 공동대책위원회와 뜻있는 각종 사회단체의 반박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생들과 같이 생활해온 교수님들도 탄원서를 제출하고 면회를 가는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송계충(경상대 학장) 교수, 한인수(경상대 부학장) 교수, 노응원(경제학과장) 교수 등 6명의 교수들은 탄원서를 제출하고 여러차례 면회를 했다. 이 사건에 대해 송계충 교수는 "사제지간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구속자 중 대부분이 경상대 학생이라는 점이 더욱 안타깝게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아직 배우는 학생이라는 위치이다."라며 순수하게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쉬움을 얘기했다. 그리고 구속된 경상대학생이 학생회 간부들이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이 주축이 된 학생회 활동에 대해서도 "경상사랑운동을 통해 자발적으로 청소에 나서는등 학내활동은 모범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시위 참여등 학외활동을 알 수 없다. 또 그들과 여러차례 대화를 해 보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범위내에서는 그들이 주사파라고 느낄만한 부분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총장님을 비롯한 대학본부측은 사건의 재판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구속 학생들이 정말로 조직을 꾸리고 북한을 고무 찬양하였는가?'라는 가장 중요한 의문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문의 답은 그들과 같이 생활해온 우리들의 상식과 그들에 대한 기억속에 충분히 간직되어 있다. 일단 경찰이 발표한 죄목을 살펴보고 우리의 기억을 살펴보자. 죄목은 95년 9월 2-3일 이적단체 결성, 94년 7월 김일성 애도 대자보 부착, 충남대 총학생회 대전총련 충청총련 장악 및 폭력집회 주도, 한총련 출범 적극 가담, 광주 성지순례 주도, 우리학교에서 한총련 중앙위 개최토록 배후 총괄, 5.18투쟁 배후조정, 북한영화 상영등이 있다. 총학생회측의 반박내용을 보면 구속학생들 중 서울 기무사에 수감중인 군복무자들은 94년 11월에서 95년 7월사이에 군대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조직사건에 연루되었다. 또한 88학번인 총학생회장을 93학번 후배가 배후조정했다는 것, 백만학도의 조직인 한총련을 수십명이 적극 가담하여 출범시켰다는 것은 상식에 위배된다. 대통령이 광주정신 계승을 천명하고 직접 성지순례를 가려고 한 적도 있는데 대학생들의 성지순례는 위법이란 말인가? 5.18투쟁의 배후 조정이라니 9.29때 거리로 나선 1천 5백여 우리학교 학생들은 세살먹은 아이란 말인가? 북한만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는 대동제 기간중 동아리에서 상영할 정도의 만화영화인데?라는 의문들.
  이러한 문제제기는 구속학생들이 우리학교 학생들이라는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또한 이번사건의 공동대책위원회쪽에서 요목조목 반박한 구체적인 증거들도 아니다. 다만 우리의 기억과 상식속에서 위배되는 이번 사건의 진실이다. 구속학생들이 왜 법정에 서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들이 법정에서는 현실은 올 것이다. 법이 간혹 진실함을 말해주지 못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만은 '법=정의'라는 등식이 성립됨을 증명해 보였으면 한다.

 

김재중ㆍ이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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