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와 함께 새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여름은 물의 무서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새학기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물이 우리에게 주는 물질적인 고마움만이 아닌  물이 주는 삶의 가르침들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중국의 사상과 왕양명은 ‘수오훈’을 통해 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들을 말하고 있다.
  첫째, 물은 자기가 나아갈 길을 찾아 멈추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앞길에 바위나 언덕이 있다면 그 틈새를 찾아 흐르거나 돌아서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어려움을 뚫거나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항상 바위나 돌이 없는 평탄한 길만을 가려고 한다. 자신의 나아갈 길이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돌아가거나 뚫고 흐르려기 보다는 멈추어 서서 길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둘째, 물은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인다. 물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많은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 움직인다. 자신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다른 생명체들고 살아 움직인다. 자신이 살아 있음은 물론 민중과 함께 살아가고 숨쉴 수 있는 물이 되어야 한다.
  셋째, 물은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을 몇 배로 한다. 흐르는 물을 영원히 가두어 놓을 수는 없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댐이나 저수지는 물이 많아지면 넘쳐 흐르거나 인위적으로 물을 낮은 곳으로 흘려보낸다. 물을 영원히 가두어 놓으려고 하면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원성이나 분노는 막아두고 덮어두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언젠가는 더 크게 터져 버린다.
  넷째, 물은 스스로 맑으려 하고 다른 것의 더러움을 씻어준다. 또 맑고 더러움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의 허울만을 찾으려 하고 자신의 허울은 덮으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다른 사람의 허울까지도 받아들여 고쳐 주고 자신의 허울 또한 고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맑고 깨끗한 물일수록 더러움을 더 많이 받아들인다. 너무나 더러운 물은 다른 사람을 받아 들일수도 깨끗하게 할 수도 없다.
  다섯째, 물은 넓은 바다를 채우고 때론 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얼음이 되기도 하지만 그 성질은 바뀌지 않는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저 사람 변했어’,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신이 위치가 올라갈수록 자신의 생각했던 것들을 잊어 버리고 산다. 자신의 생각들 행동들이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의 자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닐진데. 어떤 위치에 있던 어느곳에 있던 변하지 않아야 될것들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쉽게 그러한 것들을 잊어 버리고 산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과 더불어 가을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보자.

 배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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