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제, 언론은 꾸짖고 매체는 조장한다(?)

  오늘날 TV는 영상매체의 대중화를 이끌어 왔다. 그만큼 TV의 광고는 막강하다. 또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그에 따른 상업광고도 범람하고 있다.
  하루저녁 TV를 통해 방영되는 광고의 가지수는 약 7~8백개쯤이다. 이러한 광고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광고인들이 절박하게 적용하는 AIDMA라는 원칙이 있다.
  먼저 주의(Attention)를 끌고 관심(Interest)을 갖게해서 욕구(Demand)를 일으키고 기억(Memory)하게 했다가 상품의 구입(Action)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모콘의 발명 후, TV프로그램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가차없이 채널을 돌리는 와중에 중간에 잘리지 않고 온전히 살아남는 광고는 몇 편되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더욱 광고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온갖 화려함과 이미지로 포장을 하는 것이다.
  요즘 여중생의 출산, 교수나 교사에 의해 성추행, 주부매춘, 소녀가장을 마을주민이 집단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연일 보도되면서 성문제는 계속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하고 말세를 외치기도 했다.
  또한 언론은 마치 성인군자라도 된것처럼 흥분하고 훈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현상에 그들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 최근 천리안 여성동우회에 ‘OB라거’불매운동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 광고는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란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두 남자가 해변에서 맥주에 대해 몇마디를 나눈다. 한 남자가 너무나 시원하고 맛있어 보이는 맥주를 마시고 있고 한 남자는 부럽다는 듯 침을 흘리며 그 맥주를 바라보지만 이 남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때 갑자기 음악이 바뀌며 하얀 비키니를 입은 글래머의 여자가 화면 앞으로 지나가고 두 남자는 “역시 나눠 먹어야 맛있더군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떡인다.
  도대체 무엇을 나눠 먹어야 한다는 걸까? 여자를 먹는 것에 비유한, 얼마전에 등장한 광고가 하나 있다. ‘너’라는 음료광고이다.
  어느 휴양지에서 매력적인 여자가 춤을 추고 있고 장동건이 여자에게 달려가면서 카피가 나온다. “꿈구는 열대 과일음료, 너, 너를 마시고 싶다”이다. 이 광고는 제과제빵회사로 유명한 한 회사가 음료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출시한 런칭광고이다. 런칭광고란 어떤 제품이 시장에 처음 나오면서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집행된 광고로 더욱 자극적인 묘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을 먹는 것에 비유하는 광고뿐 아니라 성적인 면을 강조하는 광고들도 많다. 모 가구 광고에 김희선이 가운을 입고 뒤돌아서 있다가 가운을 활짝 열어 젖힌 다음 “갖고 싶지”라는 멘트를 한다. 뭐를 갖고 싶냐고 하는 걸까. 대추음료광고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 여자가 “여자는 촉촉하면 안되나요?”라고 말하며 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예전에 있었던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는 이야기에 코웃음을 치는 때이다. 그런데 대중매체 특히 광고에서 여성의 성적매력을 강조하거나 성적비유, 나아가 성충동을 유발하는 광고들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상업광고의 일차적인 목표는 상품을 파는데 있다. 그 상품의 기능을 선전하든, 그 상품을 사용함으로서 다른 사람과 다른 품격을 가지게 된다고 세뇌하든, 광고의 최종적 기능은 사람들의 뇌리에 그 상품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그 상품의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다.
  요즘 성문제로 많은 파문을 일으키는 때에 한쪽에서는 꾸짖고 한쪽에서는 조장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엄청난 경쟁속에 살아남기 위한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선택을 돕게 하는 광고의 원칙적인 기능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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