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로 아느 것이 통일의 첫걸음

  문득 초등학교때 TV에서 봤던 ‘똘이장군’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냉전시대의 흑백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권선징악이라는 좀 뻔한 주제를 다룬 어린이용 만화영화. 똘이라는 주인공이 북한의 빨간 늑대들을 하나하나 물리치고 결국은 돼지수령을 쓰러뜨리는 내용의, 반공이다 못해 멸공이라는 단어까지 생각나게 하는 만화였다. 초등학교때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정말 북한에 사는 사람들은 다 빨간줄 알았다.
  지난 8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대학로 강강술래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코리랑’은 북한 귀순자들이 모여 창단한 극단 ‘오마니’의 첫 공연이다. 극단 ‘오마니’는 북한에서 귀순한 6명의 젊은이로 이뤄졌고 6월 17일 이북5도청 강당에서 창단식을 가졌다. 그들은 남한으로 넘어온지 1-2년밖에 안된, 아직 북한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다.
  극단 ‘오마니’는 북한 바로알리기라는 기치를 내걸고, 분단 반세기동안 파생된 남북한의 엄청난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올바른 북한의 모습을 알려내자는 의도로 창단됐다. 실제적으로 우리는 그동안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부르짖으면서 그들의 사회, 문화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으며 알려고 노력하였던가.
  또한 매스컴에서 북한에 대해 왜곡되어 보도되는 부분들은 얼마나 많았나. 통일운동에 대한 무수한 논쟁이 오가는 때에 극단 ‘오마니’의 창단은 통일에 대한 작은 첫걸음이 될 것이다.
  KOREA와 아리랑의 합성어인 코리랑은 품바로 유명한 김시라씨가 대본을 맡았고 남한의 권호성, 북한의 정성산씨가 공동연출하였다. 극은 전체 3막으로 되어있다.
  철조망이 둘러싸인 무대로 노래 ‘코리랑’이 흘러나오며 1막이 시작됐다.
  중국, 일본, 소련, 미국을 형상화한 인형을 든 4명의 출연자가 나와 북한을 상징하는 여자를 현혹한다. 이어 남한을 상징하는 남자가 나와 같이 춤을 추다가 4대 강국에 의해 옷이 벗기우고 맞아 쓰러지고 만다. 그 둘은 서로를 붙잡고 일어선다. 대사 한마디없이 1막에서 4대강국의 정치적 간섭과 경제적 횡포앞에 쓰러진 남과 북이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것을 잘 표현했다.
  2막에서는 기존의 연극에서 없었던 질의응답 형식의 ‘자유토론’이 진행됬다. ‘반갑습니다’라는 북한노래를 부르며 휠체어를 탄 4명의 귀순자들이 등장하여 활발하게 토론이 시작됐다.
  왜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들은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해 허리가 잘린 상태이므로 우리나라는 장애자다. 또 귀순자들이 남한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심정인 장애자이기 때문에 휠체어를 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에선 종교의 자유가 있는지, 북한의 젊은이들은 생일때 어떻게 보내고 노래는 무엇을 부르는지, 북한의 연극은 어떠한지 등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즉흥적인 질문들을 주고 받으며 북한에 대해 세세한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사회자는 왜 북한의 좋은 점을 물어보지 않느냐며 인간성이 피폐되어가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은 따듯한 인간애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기형적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에 찌들어 돈을 위해 인간의 목숨을 쉽게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한 남한에, 북한의 인간존중은 정말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그들은 준비한 단막극을 보여줬다. 북한에서는 상품광고가 없고 공익적인 선전광고만 존재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부싸움을 하지 말자’라는 내용의 광고가 있다며 아주 코믹하게 부부싸움을 하지 말자는 광고를 보여줬다.
  또한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과 쌀지원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잘못이지 주민들이 무슨 죄가 있냐며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2막의 질의응답 형식과 단막극은 북한의 생생한 세태와 풍속, 윤리관을 알 수 있는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정식 연기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미숙함이 진행시 지루함을 느끼게 해 아쉬웠다.
  3막에서는 허철수씨의 귀순동기를 영화를 찍는 것처럼 재현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탈출하여 위조 중국국적을 취득한 후 남한에 귀순했다가 외교적 문제로 중국으로 추방될 운명에 처한 한 귀순자의 내용을 극화하였다.
  재판과정에서 그가 “이 땅이 누구에게나 꿈의 나라가 아니었다. 지금도 소련과 중국에 국제미아가 된 채 헤매고 있는 수백의 탈북자가 있다. 말로는 통일지상주의를 부르짖으면서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분단된 조국에 태어난 죄밖에 없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를 말하며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항상 분단되어 있었다는 논리를 정당화시키지 마라. 진정 당신들은 통일의지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정부의 귀순자 정책의 허실을 꿰뚫으며 관객들의 마음에 박히며 연극은 끝났다.

 박윤자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