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가을에도 꼭 와야 혀”

  농활! 이제는 들어도 친숙하고 농촌향기가 절로 풍기는 말이다.
  또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즉, 한번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또 가게 되는 이상한 힘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작년에 세번, 올해 들어와서 봄 농활 그리고 여름 농활까지 벌써 나도 다섯번씩이나 다녀왔다. 이번 여름 농활은 나에게 있어 가장 힘들고 그만큼 더 큰 보람을 느낀 농활이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농활을 가기전에 내가 가서 어떻게 생활활 것이며 주의할 사항은 무엇인지, 또 무엇을 배우고 얻어 올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나는 이번 여름 농활을 ‘후배들과 친해지는 농활’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생활할 것을 다짐했다.
  우리 농활대 이름은 ‘황소 농활대’인데 우리 황소 농활대가 들어간 마을은 서천군 기산면 외신산리였고 처음 들어가는 마을이었다. 그만큼 더 신경써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들지만 오히려 모두를 더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어 좋았다. 회관에 도착하니 그 앞에서 아주머니들께서 아이들을 데리고 그늘에 앉아 쉬고 계셨다. 그 중 몇 분 께서 우리를 보시더니 “봄에 왔던 학생들 아녀!” 하시면서 반겨 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그렇게 가슴에 벅차 오를수가 없었다.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청소할 몇 명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을 하러 나갔다. 저녁 일곱시가 거의 다되어 돌아온 대원들의 얼굴에는 힘든 표정보다는 보람찬 웃음으로 가득하였다. 농활와서 첫 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 일정대로 교양과 평가를 했는데 교양 시간에는 농민회 형님께서 오셔서 그 동안 우리가 몰랐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많은 것을 듣고 배웠다. 열 두시가 조금 넘어서야 첫 날 일정이 모두 끝났는데 모두 피곤하고 아침 여섯시에 기상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잠들었다.
  둘째날 그리고 셋째날도 일정대로 무사히 보냈다. 넷째날은 두 친구가 먼저가게 돼, 매우 아쉬웠지만 오후에 들어온 후발대원들이 그 아쉬움을 말끔히 가시게 해 주었다. 학교에서 맨날 보는 얼굴들이지만 이런 곳에 와서 보니 감회가 약간은 새롭고 반가웠다. 떠나기 전날 저녁에 마을잔치를 했다. 그 동안 나는 김매기, 피사리, 농약주기, 하우스 작업 등 거의 모든 일을 해 보았다. 일을 하면서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친해져 갔고, 후배들과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마을 잔치때는 한 30여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찾아 오셨다. 노래와 가무, 풍악을 곁들어가며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렸다. 모두들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너무나 흐뭇했다. 밤이 한참 어두워 졌을때 우리는 가을에 또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자리를 정리했다. 어르신들은 댁으로 돌아가시면서 “학생들 가을에도 꼭 와야 혀”라는 말씀에 그 간의 피곤이 싹 가시고 온 몸에서 힘이 솟는 것만 같았다.
  드디어 마지막 날, 우리는 회관 청소를 한 다음 어르신들께 인사를 하고 체육대회 장소인 춘장대로 GO!!!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백사장에서 축구, 발야구, 기마전 등 형님들과 신나게 한판 어우러졌다. 다섯시가 다 되어서야 체육 대회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상철이 형(외신산리 사시는 형님이신데 젊고 또 너무나 친해져서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부른다)과 인사를 나눌 때 난 형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았다. 사람이 쉽게 정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항상 말하던 형이었다. 나는 그런 형한테 방학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등을 돌려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농활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농활은 단순히 봉사활동이 아니다. 우리가 농촌에서 직접 생활하면서 농촌현실에 대해 몸으로 직접 느끼고 또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속에서 많은것을 얻고 배우는 과정이며, 어르신들께 우리 학생들이 하는 일이 바람직한 것임을 알려내는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선배들, 후배들, 동기들과 오랜 시간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또 사람들이 농활을 빠지지 않고 가는 것 같다. 벌써 가을 농활이 기다려진다. 몇 십 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쌀가마를 짊어지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내 모습이 자꾸만 머리속에 떠오른다.

 윤강필(사회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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