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했던 작은 정치판”
우리학교 발전을 위한 진정한 길
  지난 23일 충대 학우들은 다음해인 1996년도에 충남대학교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총학생회장을 뽑는 선거를 치렀다.
  자주청년과 행동지성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내년 한 해 동안 충남대학교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선 총학생회장 후보들은 선거기간동안 자신들의 의지를 굳게 나타냄으로써 충대 학우들에게 내년 한해동안 충남대의 발전을 위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새벽부터 도서관앞에서 학우들에게 자신들의 신념을 나타내는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학우들은 내년에도 충남대학교는 더욱 발전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많은 학우들이 투표에 참가하였고 양측 후보들의 열성에 대해 각각 4,000표 이상씩 응답을 하였고, 117표라는 매우 적은 차이만으로 양 후보를 차별화시켰다.
  그런데 선거를 치룬 다음날 어느 한쪽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나왔고 그에 대해 다른 후보측에서 반박을 하고 나왔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 타당성이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많은 학우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충남대학교 총학생회라는 큰 조직을 1년씩이나 이끌고 나갈 회장에 출마한 후보자끼리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여 충남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자신들을 희생하려는 생각보다는 자신들이 아니면 충남대학교 총학생회를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서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모습을 볼 때 많은 학우들은 아쉬운 감정을 저버리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콜린 미 합참의장이 한 말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나는 미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미국을 위할 수 있는 길은 많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 당선자 없음과 앞으로 재선을 치른다고 발표한 선관위의 발표에 따라 누가 총학생회장 후보에 당선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비록 총학생회장에 당선이 되지 못할지라도 충남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자신을 봉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충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충대 학우들도 그들의 공약 실천을 지켜보며 같이 하나되어 부응할 때, 충남대학교의 밝은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곽진혁(무역ㆍ2)

 

땀내음으로 이어온 공동체
  우리들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대학시절에 그 배움과 삶의 공간을 채우는 향기는 무엇일까? 지나온 7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나는 그것을 단연코 은은한 땀내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생운동은 필수과목이었다. 끌려가고 갇히고 죽는 이들이 많았던 시대. 그 겁나는 시절에도 많은 이들이 용감하게 피를 흘렸고, 나역시 고동치는 심장과 튼튼한 롱다리를 가진 탓에 매정하게 돌아설 수 가 없었다. 처음엔 이 교정을 채우는 향기가 최루가스와 신나냄새, 그리고 피냄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배가 되어가면서 나마저 못 뜬 눈이 좀 더 광명한 세상을 볼 수 있었을 때, 나의 후각은 잘 맡아지지 않던 땀내음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생각하고 곱씹어볼수록 내가 무엇 때문에 꼿꼿이 버티려고 그토록 애를 썼던가를 깨달아갔던 것이다. 그것은 피냄새 때문도 아니고 최루가스의 독한 향기 때문도 아니었다. 날 부축하던 누군가의 땀내음, 휴지와 함께 누군가의 손에서 전해지던 땀내음, 일상에서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친구들이 스크럼을 짜고 몸을 부대끼며 함께 했던 총궐기와 대행진, 진압직전 긴장한 친구의 귀밑을 흐르던 땀방울, 또한 교정을 누비며 함께한 대동놀이의 어깨짓과 운동경기로 엇갈리던 욱한 땀내음들….
  그 보이지 않는 땀방울들의 향기가 그토록 오래토록 깊게 퍼져가는 것인줄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대학생으로서의 삶과 학생운동 주변의 온갖 일들을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잔머리로 합의하고 입방아로 동의한 공동행동이기보다는 가슴으로 단결하고 수줍은 듯 무게있는 몸짓들로 하나가 되었던 지성적 실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공동체에 대해서도 충실해질 수 있다는 뜻임을, 그래서 그들이 분노할 때 역사의 허울이 벗겨지고 그들이 일어나 땀 한 방울씩 보탤때 역사가 한걸음씩 진전되어 왔다는 것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나는 그 땀을 흘리게 했던 시대와 그 시대를 이유로 땀을 흘렸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졸업을 앞두고 지난 시절을 되새기게 되는 탓이며 무산된 총학선거를 보면서 느껴지는 걱정 때문이다. 좋은 전통을 잘 이어가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또한 창조적 정신으로 끊임없이 도전하지 않고서는 전통의 계승도 불가능하다. 민족 충남대의 최근 10년은 그간 역사 앞에 당당히 나서면서 안밖으로 장성해온 역사가 아닌가? 역사와 전통을 생각하고 더 큰 눈길로 멀리 본다면 역사를 바로잡는 전 민족적 실천에 동참하며 머지않아 다가올 통일조국에서의 취업과 결혼을 준비해야 할 곳이 또한 우리의 배움과 삶의 터전인 이곳, 민족 충남대인 것이다.
  이제 공동체와 공동체 정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총학선거는 전통의 계승과 재창조에 대해 그리고 공동체 정신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되살려주었다. 문제의식이 있기에 문제는 곧 풀리리라 믿어본다.

 이병철(정외ㆍ4)

 

실망뿐인 대학 첫 선거
  95년 민족 충남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희망과 기대감보다는 회의와 실망감만을 안겨주고 말았다.
  11월 23일 총학 선거가 진행되고, 개표 이후 ‘당선자 없음’ 공고가 붙었을 때까지는 대학에 들어와 처음 경험하는 선거다운 선거에 대한 기대도 해보고 약간의 설레임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결과는 두 후보 모두의 사퇴로 일단락 되었고 총학 선거와 후보사퇴 사이의 1주일이란 시간을 우리는 가늠할 수 없는 진실규명의 혼란속에서 갈팡질팡해야만 했다. 계속되는 대자보 논쟁의 쟁점인 기호 2번의 불법 대자보 부착, 기호 1번과 선관위 사이의 연계성 여부등의 상반된 견해는 어느 쪽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이한 결론을 끌어내게 되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 어느쪽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단정지을 수 없었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지금 이제는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나 역시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해 내려고 신문과 많은 대자보들을 읽어 보고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 어느 쪽의 주장이 옳고 그르다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까지도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는 이들의 양심에 맡길 뿐이다.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대학선거가 기성세대의 정치와 다를 바 없는 혼탁한 선거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하여 믿었던 대학 선거마저 마치 ‘작은 정치판’을 보는 듯해 안타깝기만 하던 충대 학우들에게 신뢰감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김고미(독문ㆍ1)

 

물 낭비, 외화 낭비
  우리 학교 기숙사는 다른 타 학교의 기숙사에 비해서 기숙사 비가 훨씬 싼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학교는 한달에 15만원 이상인데도 있으나 우리학교 기숙사는 한 학기당 약 33만원 정도이다. 아침, 저녁으로 수백명의 아이들이 물을 쓴다. 가끔은 단수가 되기도 하지만 거의 공사가 있을 때만 그렇지 보통은 아니다. 내 생각에 물이 부족해서 단수가 된 적은 없다고 본다. 이런 것을 안 까닭일까? 아이들의 물 쓰는 수준은 어떻게 저럴수가 있을까 싶을 때가 가끔 있다.
  본인들이 집에 가서는 절대로 그러지 못할 것이다. 세수대야에 물을 틀어 놓고서 화장실에 갖다 오기도 하고, 또는 씻는 도중에 전화를 받으러 방에 가기도 한다. 아무도 서있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어 나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곤 한다.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을 때 보다는 빨래를 할 때 더욱더 느낄 수 있다. 빨래량이 조금인데도 큰 대야에 대고서 물을 받곤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있다. 언제부터 그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빨래를 하고 마지막 헹굼이 끝난 물은 큰 대야에 담아서 놔둔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빨래를 할 때 그 물에 빨래를 담가 두기도 한다.
  어렸을 때 수도꼭지가 틀어져 있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물을 그려놓고 외화(돈)가 물에 함께 떠내려 가는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기숙사생으로서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일수도 있으나 물-아니 그 이상의 것들을 아무런 생각없이 낭비하는 학생들에게 약간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었음 하는 바램이다.

김은순(컴퓨터교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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