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이하는 자세

  이제 가을학기도 끝나고 학기말 시험을 치면 겨울방학이다. 방학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내년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느라고 분주한 학생도 많을 것이다. 캠퍼스의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멀리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 전반은 요즈음 정치문제로 너무도 시끄럽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을 통한 개인축재로 사법처리되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의 무차별 진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속될 운명에 처해 있다. 세상이 시끄럽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역사가 바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사필귀정이란 옛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심사숙고해 보는 약간의 여유를 갖기도 한다.
  우리대학의 캠퍼스도 시끄럽기는 매일반이다. 지난 11월 23일에 실시된 총학생회장 선거는 후보 쌍방간에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닌채 당선자도 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어쩌면 1980년대 민주화 대장정의 선봉에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학생운동을 이끌던 대학생들의 자치기구가 대화와 토론으로 자신들의 학내 민주화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은 학생운동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총학생회의 필요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또 하나는 교수와 학생들의 불협화음이다. 예컨대 문과대학 풍물패 동아리에 속해 있는 학생들이 대학 후문의 동산에서 연습을 하다가 그것을 소음공해로 간주한 교수가 동아리 학생들의 장구를 찢어버린 사건이다. 학생들을 잘 타이르지 못하고 학생들의 놀이기구를 부숴버리는 것도 교수로서 잘 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의 캠퍼스는 교수들은 물론 학생 모두의 면학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소음은 물론 다른 각종 공해가 제거되어야 할 상아탑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는 올해도 겨울방학을 맞이하면서 학생이나 교수에게 모두 21세기는 국제화와 개방화의 시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가을학기 종강을 하고 방학을 한다고 해서 쉬고 놀라는 것이 아니며, 역사 속에서 스스로의 궤적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성실한 자세로 학문에 정진하여야 한다. 21세기의 무한경쟁은 우리대학은 물론 지역사회의 생존전략에 대한 신사고를 요청하며 나아가 국가간의 경쟁력이 한층 더 첨예하여지면서 유능한 인재들의 지식축적이 국가발전에 공헌하여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고 분발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통하여 예의없고 염치없는 행동을 더 이상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어지럽고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요즈음의 어려운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 여유를 적절히 활용하여 절차탁마하는 자세를 지니지 않고서는 시대와 역사의 영원한 지진아로 전락할 염려가 있다. 한 층 더 높은 목적을 향하여 매진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학내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노력할 때 우리의 대학생활은 보람과 즐거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제는 대학생활이 1980년대의 민주화 대장정이란 이름으로 캠퍼스가 시끄러웠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여 공허한 이념논쟁을 반복하지 말아야겠으며 또한 대학생활이 각종 소음공해의 폐해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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