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단회’ 의미 되살려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사건, 대선자금을 둘러싼 여야공방, 김영삼 대통령의 5.18 특별법 제정지시 등 언론의 속보전쟁이 첨예한다. KBS, SBS등 방송사는 김영삼 대통령의 5.18 특별법 제정지시에 맞춰 일제히 김대통령을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견인차로 미화하는 기획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일제히 낮뜨거운 ‘대통령 모시기’에 나서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KBS는 5.18 특별법 수용이 발표된 11월 25일 9시 뉴스가 끝난 35분부터 25분간 <보도기획 역사를 바로 세운다>를 긴급 편성해 5.18 이후 김대통령의 행적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SBS도 오후 8시부터 뉴스 11번째 꼭지에 ‘5.18 이후 암흑기’ 라는 제목의 기획보도를 내보내며 민주호와 광주문제 해결이 마치 김대통령의 일관된 주장이며 업적인양 보도했다. SBS는 83년 YS의 단식 및 연금장면, 87년 6월 항쟁 때 시위에 나선 YS, 문민정부 출범과 YS가 비서진급과 회의하는 장면등까지 넣고 있다.
  5.18 특별법 제정시사는 노태우 비자금 정국을 탈출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이뤄진 일임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현 정국이 대선자금을 가지고 비화될 경우 김영삼 정권이 입을 타격을 우려, 비자금과 5.18 특별 검사제 등 관련 보도내용을 줄여 궁지에 몰린 민자당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협조하는 모양이다. 즉 3당 야합을 통해 태어난 김영삼 대통령의 부도덕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노씨 비자금 사건을 개인축재로 왜곡ㆍ축소함으로써 정경유착 근절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처사에 다름아니다. 비자금 사건 초기 가장 적극적인 보도를 했던 MBC의 경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청와대의 괘씸죄를 사서 강성구 사장이 반공개적인 외압에 의해 사퇴표명을 했다가 다시 이를 번복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MBC의 위축은 뉴스편집에 그대로 드러나 비자금 관련 리포트에서 11월 18일 비슷한 분량을 보도했던 양사가 19일에는 MBC 4개(리포트 3개, 앵커멘트 1개), KBS 8개(리포트 7개, 앵커멘트 1개)로 심한 편차를 보였다. 언론에 대한 상부통제의 지시가 얼만큼 심각한가를 반증하는 한편, 언론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통제만 탓할 것만도 아니다. 5.18 특별법 제정 관련한 보도를 보면서 우리 일본의 ‘후안무치’에 새삼 감탄스러울 정도다.
  “12.12 사건은 ‘합법절차에 따른 것’이었고 ‘신속한 조치와 정상사태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령관의 해명에서 우리는 그것(필자 :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을 얻게 되는 것이다” (79년 12월 19일 『서울신문』)
  “…때문에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 계엄군은 일반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소화된 학생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 (80년 5월 28일 『조선일보』)
  79년 12.12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전두환ㆍ노태우 신군부에 대한 언론보도는 찬양일색일 뿐만 아니라 정권의 정통성 홍보에 그 누구보다 적극저기었다. 그러나 당시 실세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들어가고 있는 현재 언론은 그들을 ‘단죄’하는데 다시 한 번 앞장서고 있다.
  방송은 <불행한 역사청산> (MBC 11/24), <새출발의 전기> (SBS 11/24)라며 김대통령의 감탄찬양에 나서고 신문은 “5.18의 멍에를 단숨에 끊을 수 있는 김대통령의 획기적인 감탄” “실로 감개무량하고 흐뭇한 선언”이란 김영삼 대통령의 의지에 적극 찬성하던 태도가 급선화하고 있다.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역사의 단죄’가 진정 무엇인가를 묻고 싶다.

심미희<민주언론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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