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급작스런 민자당 강삼재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김영삼 대통령의 깜짝쇼 완성판(아마 윈도우 95용쯤 될까) 이었다. 또한 이처럼 정치판이 긴박스럽게 그리고 예측불허의 난장판(?)이 될수록 가장 큰 재미를 보는 곳이 바로 언론사들이며, 특히 신문사는 가두판매 부수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기생(寄生)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5.18 특별법 제정을 철저히 외면해온 아니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5.18의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나아가 이러한 민민운동진영의 외침을 최루탄과 곤봉으로 화답해온던 정권이 하루 아침에 태도를 돌변한 것을 대다수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김영삼 대통령의 뱃속에는 아마도 수백마리의 구렁이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가히 가증스럽기 이를 데 없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해도 5.18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년학생등 국민들의 투쟁을 용공좌익이라는 구태의연한 시선으로 보도하던 바로 그 자들이 ‘역사를 바로잡는 기회’이니 하면서 한편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80년대초 5.18 학살의 진상을 규명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였던 것을 대대적으로 방송하는 것을 보고 구역질을 하고 싶을 지경이다.
  24일 이후로 온통 언론과 국민들은 5.18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두환ㆍ노태우등 당시 신군부핵심들의 처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이만큼은 사법적 처리를 하여야 한다는 등의 사전 ‘심판’을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염원은 짓밟히고 왜곡된 우리의 슬픈역사가 바로 잡히기를 진정 바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자칭 문민정부의 수괴(?) 김영삼 대통령은 93년 5월 13일 5.18 특별 담화문을 통해 “5.18은 역사적 평가를 맡겨야 한다. 더 이상의 한풀이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망언을 하며, 전ㆍ노 학살자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국민들을 또 다시 학살하였다. 그로부터 1년 6개월만에 자신의 발언을 완전히 뒤엎는 행위를 한 것은 그간 대다수 국민들이 5.18 진상규명을 열렬히 원했던 것이 아니오, 우리의 역사를 바로세우고자 하는 애국심은 더욱 더 아니다라는 것이 그의 심중일게다. 그는 단지 자신과 그의 패거리가 살기 위한 계략일 뿐이다.
  24일 이전의 상황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과 재벌들의 검찰 소환조사, 92년 대선자금공개라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속의 행보였다. 내년 총선은 채 5개월도 남겨 놓지 않았는데 그간 물귀신처럼 달라붙어 온 각종 대형사고와 참사, 그리고 헌정사의 중단과 잦은 국정의 실책, 양민학살을 통해 권력을 찬탈한 5ㆍ6공 세력과의 불화속 동거로 인해 퇴임 후 자칫 전두환씨처럼 청문회등에 끌려나오지 않을까, 총선이후 여소야대의 정국속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집무를 제대로 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속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의 처방인 ‘5ㆍ18 특별법 제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김대통령의 결단이 가져오는 결과는 청와대에서 조차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오히려 그의 인기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총선에서의 승리,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지역 기반붕괴초래등 실로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대선자금공개라는 올가미를 끊어버리고, 국회와 정치권내에서의 주도권을 한번에 거머쥐려는 한탕주의ㆍ인기주의가 아니고 무엇일까.
  우리속담에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얘기가 있다. 5ㆍ18의 진상이 무엇인지 모르고 아니 바로 5ㆍ18학살의 주모자가 판을 치는 현집권당이 5ㆍ18을 진정한 애국충정의 심정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5ㆍ18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 임을 자각하고 국민의 눈으로 특별법 제정의 장으로 나서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태원<전국연합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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