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을 뚫은 진실과 사랑의 힘

  “구속자들 대부분이 처음 수감당하는 경우라 초기에는 당황하고 불안해 하더니 현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습니다. 긴장은 끊이지 않지만 여유를 가지고 재판을 준비 중입니다.”
  지난 10월 18일, 우리학교에서는 ‘민족 충대 활동가 조직’이라는 이적단체 구성, 반 국가단체 찬양, 이적 표현물 소지 배포 등의 혐의로 12명의 학우들이 강제 연행된 바 있다.
  초겨울 싸늘한 바람이 살갗에 속속 파고드는 날씨에 기소가 중지되어 석방된 3명을 제외하고 9명의 학우는 여전히 큼큼한 냄새가 나는 차가운 교도소 바닥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 이들의 석방을 위해 꾸려진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구속자 가족 모임’과 ‘충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하여 여섯개 단체로 구성되어 진상규명을 위해 열심히 애쓰고 있다. 강제연행 소식을 접한 이후 자신이 하던 일을 접고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은아씨는 영문과 86학번 선배이자 구속된 서영완(영문ㆍ4)씨의 약혼녀이다.
  “그날도 여느때처럼 수업을 준비하던 중이었다더군요. 초인종이 울려 나갔더니 8명의 경찰이 밖에 서있다가 4명이 들어와 영완씨를 강제연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영완씨의 둘째형님으로부터 이 소식을 듣고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고 의아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운동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끊임 없었던 만큼 지금은 극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차분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때 상황에 대해 담담하게 회상하는 오은아씨는 사실 서영완씨와 영문과 재학시절부터 사귀기 시작하여 내년 3월 16일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특별히 면회가 불허된 날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면회를 갔습니다. 면회시간은 딱 5분인데 면회를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무려 2시간이나 되죠. 가운데 쇠창살을 둔 이중 플라스틱 사이로 겨우 보는 얼굴이지만 5분은 소중한 시간입니다.”
  약혼자의 구속사실에 놀란 자신의 부모님이 결혼에 무척 반대하셨다고 밝히면서 부모님의 마음은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밝힌다. 구속학우들의 부모님들도 일반 학생들의 뜻은 이해하시면서도 막상 자식의 수감 사실에 대해서는 피해의식과 더불어 자식의 장래에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많으시다고.
  “진실과 정의에 대한 열정이 강한 것이 대학생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안일보다 사회를 위해 투신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죠. 이번 사건이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은아 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어처구니 없이 견우와 직녀의 처지가 되어버렸다. 단지 5분만을 허락받은 채로.
  단호하게 말을 맺는 오은아씨의 눈을 보며 이 땅에 다시는 무고한 학우들을 탄압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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