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적 사견을 버리고 대화의 장으로

  5월 19일에 2만 6천명의 약사들이 한약조제시험에 응시하였다. 약사들이 한약조제할 능력이 있는지를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검증하여 면허증을 준다고 한다.
  이 면허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한약조제능력을 검정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에서 생약만을 공부한 약사에게 면허증을 남발하려는 하나의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보건복지부가 과연 국민의 건강을 위한 기관인지 국민건강을 위한 단체인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로 과연 예외적으로 공개한 시험문제가 한약조제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정할 수 있는 문제가 출시되었는가 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보건복지부의 정책과 대안부재의 즉흥적 행정 때문이다. 또한 눈앞의 상황만을 처리하고 보자는 임기응변식 행정이 아니라 백년대계의 보건행정을 국민과 의료인들은 기대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5월 16일 발표한 한약사태에 대한 대안은 매번 있어왔던 것처럼 원칙이 없이 나누어 주기 행정을 하였다. 보건복지부와 정부당국은 세계화만 외칠 것이 아니라 세계화에 대비하여 신토불이 한의학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대안을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성있게 제시하지 못하였다.
  보건복지부는 한약을 취급하는 사람이 많으면 약값이 저렴하게 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너무나도 단편적인 사고로 본다. 한약조제능력이 없는 사람이 한약을 조제할 경우에 발생될 수 있는 약제사고가 예견되고 결국 국민건강에 저해된다는 점, 요식행위의 시험을 통해 한약조제사 면허증을 남발하여 의료질서를 문란하게 하면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의료정책인가를 검토하지 않은 나누어 주기 행정이라 생각하며 한약값을 낮추기 위해서는 한약공사 등을 설립하여 유통과정을 줄여 한약가격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
  약학대학도 한의학 발전에 중요한 동반자라고 인정한다. 세계는 점차 전문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우루과이라운드에 대비하여 의약분야의 세계 경쟁력을 고양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사태의 주체인 우리는 서로 약학대학에서 배우는 교과과정, 한의과대학에서 배우는 교과과정을 냉철히 살펴보고 우리가 과연 어떤 업무를 가지고 한의학 발전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할까? 하고 숙고와 토론을 한다면 이미 그 정답은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우리의 양심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사는 한의학의 전통계승을 통해 인술을 베푸는 진료 한의사가 되고 약사는 한약재의 효능분석, 물질분리, 제약화 등을 통해 한의학의 과학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진찰과정은 반드시 거쳐야만이 한약처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한약조제에만 치중한다면 과연 이것이 올바른 업무분담인가 하고 호소해 본다.
  끝으로 우리는 서로가 적이 아니고 상호협조를 통해 우리 민족의학인 한의학을 육성할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하여 서로는 이권적 사견을 버리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통해 슬기로운 해결방안을 함께 찾자고 제안한다.

김병탁<대전대 한의과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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