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대의 봄이 기다려집니다”

  “한국에 와서 여러 대학을 돌아보고, 많은 학교 학생들을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이 아름다운 캠퍼스에 몸 담고 있는 충대 학생들을 행운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순하여 얘기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똑똑한 학생들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파란 눈에 약간 웨이브 진 금발머리. 스티브씨(41)는 우리학교 어학연구소에서 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몸 담은지 1년 7개월 가량. 청국장을 즐겨 먹고, 시큼한 김치 냄새도 좋아한다는 그에게서 약간은 한국인의 냄새를 느낀다고 하면 실례가 되는 걸까?
  미국에서 철학을 전공하던 중 동양 철학의 매력을 느꼈고, 그것이 한국에 온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팔에 두르고 있는 염주나 탁자 위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조그마한 불상은 동양의 사상 중 불교에 대한 관심을 조용히 대변하고 있다. 그는 동양의 철학을 보유한 한국, 특히 한국 학생들이 서양문물의 급작스런 유입으로 한국인만의 고유한 사상, 소리, 빛깔, 맛을 잃어가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밝힌다.
  “작년 10월에 결혼했으니 이제 두 달이 조금 넘었나요? 수업외의 시간은 아내와 산책을 즐기거나 피아노를 치면서 보내죠.”
  그의 피아노 연주가 단순한 취미 이상이라고 밝히시는 사모님은 전주대에서 미술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계신 이영주씨(37)이다. 게다가 그의 한국어 개인교수이기도 하다.
  전북대 교수님의 소개로 알고 지내던 중, 서로의 모습에서 닮은 꼴을 많이 발견하게 되어 결혼에 이르렀다고.
  “미국에서는 여름에 짧은 티셔츠에 반바지를 즐겨 입었는데, 한국에서는 수업 도중에 불편해도 참아야겠더군요. 그리고 학생들 이름도 외우고 싶었지만 한국이름이 어려워 그것도 힘들더군요.”
  한국에 거주하면서 느끼는 문화적인 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패티김과 양희은의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면서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사랑해, 당신을…’을 부르는 모습을 보노라니 그의 의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신혼여행차 갔었던 설악산의 정경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노년기를 한국의 산에서 보내고 싶다는 말은 더더욱 그러하다.
  “한국에 오신 외인 교수님들은 나름대로 깊이 있는 지식을 보유하고 계세요. 학생들이 지식적인 전수보다 흥미위주의 수업을 바라는 경향이 있어요. 재미있는 수업 못지 않게 깊이있는 수업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학우들의 밝은 모습이 더없이 좋다는 말에 덧붙여 하신 이 말씀은 외인 교수님으로서 우리를 향해 내리시는 담담한 충고인지도 모르겠다.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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