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말하여지고 있지만 이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우리의 한글처럼 과학적인 체계와 말소리 표기의 확장성을 가진 문자는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하지만 우리의 문자, 한글은 이 세상에 빛을 본 이후로부터 많은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최만리 등의 이른바 ‘언문 창제 비판 상소문’에서는 한글탄생에서부터 문제가 많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훈민정음’(1446년 9월)의 ‘정인지서’에서 정인지는 우리 말을 적을 수 있는 문자로서의 한자는 한문의 형태로든 이두식이든 너무나 불편하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문자 창제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새로 창제한 문자인 훈민정음은 배우기 쉽고 어떠한 말이나 소리든지 다 적을 수 있는 훌륭한 문자임을 강조한다.
  5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우리는 다시금 한글이 ‘정인지서’에서 주창된 바람소리, 닭울음, 개짖는 소리까지 다 적을 수 있는 문자라는 사실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의 한글이 인간의 언어만을 적을 수 있는 차원을 벗어나 동물의 부르짖음과 같은 의성어 까지도 거의 적을 수 있을 정도로 음성문자로서의 우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늘날 일상의 문자생활에서 일부 국한문 혼용의 신문이나 서적들이 있지만 우리는 거의 한글 전용의 문자생활을 하고 있다.

한글전용의 문자생활

  이제 우리는 눈을 돌려 한글의 세계화를 부르짖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한글은 애초 음소문자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아쓰기 뿐만 아니라 풀어쓰기도 가능하다. 게다가 몇가지 부호를 적절히 사용하면 오늘날 영어나 독일어, 불어 등을 적는 로마자보다 문자로서의 기능을 훨씬 더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의 세계화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글이라는 문자에 접하게 되는 경지를 이르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는 아직도 문자없이 문맹의 상태에 있는 지역 혹은 민족이 많은데 그들의 말을 표기하는 문자로서 한글이 그 사명을 다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글은 우리말만을 적는 데나 적합하고 또 이에 만족하는 문자가 결코 아닌 것이다. 한글이 그야말로 훌륭한 문자인 것은 어떤 사람의 언어일지라도 거의 다 표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글의 세계화, 한글의 세계문자화는 우리의 한글이 나아갈 길이다.

정원수(국문ㆍ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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